8월 7일 목요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지막 야간열차. 처음으로 3층을 썼다. 이게 의외로 다른 사람들이랑 부딪칠 필요도 없고 참 좋더라. 다음에 혹시나 쿠셋 쓰게 되면 3층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3층, 1층, 2층 순으로 좋은 듯. 여행자인 남아공 아저씨를 만났는데 자기 여행갔던 이야기 해줘서 재밌었다. 남아공에 자기 집 짓고 있다고 사진보여주고... 근데 여행 어디 또 가냐길래 런던? 했더니 런던 최악의 도시라고ㅋㅋㅋㅋ 그냥 도시일 뿐이라고 막 까서 웃겼음. 서울을 알려드리고 싶다.

회수권 스트립펜 카르트.

  네덜란드 도착해서는 아무래도 트램을 이용해야 했다. 표를 사야하는데, 일전에 한국 여행자분께 받은 회수권 스트립펜 카르트가 있었다. 두번인가 세 번 탈 수 있을 만큼이었나, 아무튼 그만큼 남아있었다. 은자랑 나랑 그거 타고 숙소까지 감. 트램 처음 타봐서 긴장했는데 뭐 그냥.... 땅위를 다니는 전철이라는 느낌.

  도착한 숙소는 글쎄. 내부는 안들어가서 모를 때에도 카운터와 플로어 만으로도 충분히 소란스럽고 야단스러운 곳이었다. 하루밖에 안묵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짐을 맡겨놓고 은자와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그냥 고 근처 돌다가 카페에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시킴. 토스트, 후라이, 콩, 소시지, 베이컨... 엄청 배불렀다. 

꽃시장. 모종시장인가...


  먹고 나서는 슬금슬금 담광장으로 이동. 사실 은자와 나는 여행 막바지라 지쳐있어서 크게 많이 돌아다닐 생각을 안했다. 산책하듯 볼 생각으로 나갔는데... 가는 길에 꽃시장을 우연히 들렀다. (원래 가려던 곳이지만 우연히...) 근데 생각보다... 규모가 참 작았다. 그냥 모종 파는 건 우리나라랑 다를 것도 없었다. 생긴건 그냥 양파, 생각, 마늘 같은 모종들.

널디넓은 찻길. 트램이 다니는 길도 홈으로 패여있다. 건물들이 다닥다닥.

나는 운하가 되게 멋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물비린내 뿐이야...

담광장 앞의 왕궁.


  담광장에 갔는데 어.. 별거 없었다. 그냥 히피가 있는게 약간 신기했다. 왕궁 건물도 그냥저냥 봄. 밀랍인형 박물관도 지나가면서 봤는데 들어가진 않았다. 담광장에서 머문 시간은 십분도 안 됐고, 그뒤로는 그냥 진짜 돌아다니니기만 했다.

  담 광장 근처에 명동같은 쇼핑가가 있다. 거기만 돌아다님. 여기에도 역시나 있는 H&M.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독일에서도 살까 말까 망설였던 블랙 드레스 샀다. 마음에 들어서 신이 남. 그냥 쇼핑하듯 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백화점같은 데는 없었다. 아빠 기념품 사야하는데... -_-;; 내일 더 탐색을 하기로 함.

  돌아다니다가 너무 지쳤는데 숙소엔 들어갈 수가 없어서(시간이 안됐으니) 카페에 들어갔다. 걍 카푸치노 시켰는데 입이 워낙 깔깔했던 터라 맛있게 먹고... 잠이 들었다. 나 원래 한국에서도 카페에 들어가서 잘 자니까 별로 이상할 일은 아니었지만ㅋㅋㅋ 외국에서 그러니까 기분이 묘했다. 자고 나니 HP가 20 회복되었습니다. 뭐 이런 기분. 커피 더 마시고 싶었는데 또 사마시긴 그래서 참았음. 지나다가 음료 하나를 샀는데 오렌지주스인줄 알고 샀는데 요거트맛 음료. 맛없는건 아닌데 기대한 게 아니라 실망.

안네 프랑크 하우스 가는 길에 봤던 성당? 같은데였는데 앞에서 동성애자 관련 전시를 하고 있었다.


  은자와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안네 프랑크 하우스. 원래 별로 갈 생각 없었는데ㅋㅋㅋ 워낙 할 일이 없어서 갔다. 학생할인도 없이 요금은 8.5유로. 루브르가 9유로였던걸 생각하면 좀 비싸단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들어갔다 나올 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여러 영상물이나 자료같은 것들이 많고, 그걸로 인해 생각할 게 많았다. 중간중간 뭔가 센티멘탈해짐. 비슷한 역사가 있어서 그런가... 느낄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았다. 전시물들과 영상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박물관 자체가 안네 프랑크가 살았던 집이라는 거. 비밀 집의 구조와 방 크기를 보면 거기서 살았을 십대 아이의 심정이 고생이 보였다.

암스테르담의 집들은 이렇게 다닥다닥 작게 붙어있다. 옆집과의 소음은 괜찮은가요...?


  지나가다 음반가게 있어서 들렀다. 여기서 킹스 오브 리온 1~3집을 샀음. 16유로. 왜 네덜란드에서 샀지. 이 땐 그냥 사고 싶었다.

  숙소 돌아왔는데 아... 1층이고 믹스드 룸이다. 약간 난감했지만 뭐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같은 방에 있는 게 일행인 남자애 둘+여자애 그룹에, 여자애 하나였음. 남녀무리가 시끄러워 보였다. 저녁에 세탁을 하러 무인 세탁가게에 갔다. 근데 기계가 돈을 먹음... 그리고 우린 기계의 설명을 제대로 안본 탓에 계속 돈을 넣었고, 결과로 세탁비만 10유로 들었다. 둘이 합해서가 아니라, 나 혼자서만... 이게 뭐지! 나중에 주인이 왔을 때 설명했지만 증명할 수 없어서 돌려받지도 못했다. 악몽이었다...

  너무 지쳐서 저녁을 진짜 호화롭게 먹기로 작정했다. 그동안 점심을 배부르게, 저녁은 간소하게 먹고 일찍 잤는데 지쳐서 그런가 뭔가 먹으려고 작정을 함. 그래서 스테이크 먹으러 들어갔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비싼 밥을 먹었다. 스테이크에 콜라. 다행히 고기는 아주 맛있었고 배부르게 먹었다. 기분이 좀 나아져서 숙소에 돌아옴.

  숙소가 이탈리아에 비견할 정도로 악몽이었다. 1층이라 그런가 여행에서 처음으로 모기에 시달렸고, 남녀 애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잠들기까지도 고난. 제일 황당했던 건 남은 침대 하나의 여자였는데... 중간에 남자가 하나 더 들어와. 걔 애인이! 같은 침대에서! 잔다! 아니 이건 뭐야! 여행비 아끼려고 몰래 숨어든거였던거 같다.... 아 소란의 극치였다. 믹스드룸의 안 좋은 기억. 어쨌건 그래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버틴 기분.

소비금액: 아침 10유로 (팁까지 포함)
              H&M 블랙드레스 29.95유로
              카푸치노 2.30유로
              요거트맛 음료 1.50유로
              안네 프랑크 하우스 8.50유로
              CD 16유로
              세탁비 10유로
              저녁 25유로 (스테이크 20.95유로, 콜라 2.25유로, 나머지 팁.)

총 금액: 103.25유로


8월 8일 금요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열시 체크아웃인지라 아홉시 반에 숙소에서 나왔다. 이번 숙소는 진짜 별로. 아침마저도 별로였다. 으 뭔가 싫다. 그리고 믹스드룸을 다시 쓰고 싶지도 않다.

  이번엔 다시 숙소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캐리어를 들고 나왔다. 담광장 쪽으로 쭉 올라갔다. 별 목적없이 왜 갔는지 모르겠는데 어찌 그렇게 갔다. 가다가 길에서 웃기는 청년을 봄. 거지같았는데... 옆에 개를 끼고 있었는데 리코더를 정말 슬프게 불었다. 빛바랜 하얀 리코더를 부는데 진짜 표정이 설명할 수가 없다. 너무 슬프게 너무도 구슬프게 혼을담아서...ㅋㅋㅋㅋㅋㅋㅋㅋ 리코더를 그렇게 거창하게 연주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빵터짐.

  담광장 위쪽으로 의미없이 올라가 보다가 섹스 박물관을 우연히 발견했다. 단돈 3유로. 당연히 들어갔다. 사실 가보고 싶었는데 위치 몰라서 안간거였음. 입구는 좁아보였는데 내부가 생각보다 넓었다. 과연 네덜란드의 집이도다. 폭은 딱딱 좁은데 생각보다 넓다. 게다가 4층짜리 박물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춘화부터가 19금이었다. 장식물이나 마네킹, 그림, 사진까지 정말 다양한 섹스에 관련한 물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1900년대 이전의 사진까지 있어서 인간의 역사와 성은 함께하는구나 싶었음. 흑백이라서 야하다기보단 뭔가 그냥 고전이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여기에 게이 포르노까지 있어서 다양한거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정말 옛날 조각부터 현대적인 것까지 다양했다. 18세 이상이라면 관람 추천. 구경하기도 재밌고 가격도 싸니까.

  섹스 박물관을 지나 홍등가 쪽으로 쭉 돌아 내려오는데 정말 섹스토이샵, 비디오샵, 심지어 홍등가 여자들까지 대낮에 보여서 기분이 묘했다. 암스테르담은 밤문화가 상당히 발달해 있다고 했는데 막상 접하니까 기분이ㅋㅋㅋ 애들 정서는 괜찮냐고 묻고싶었다. 그 아래로 내려가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가게를 봤는데 마리화나 샵이었다. 오.. 신기한 나라란 말이지. 이러면서 지나감.

  외곽으로 걸어나갈 수록 정말 변두리라는게 느껴졌다. 암스텔 역까지 걸어오는 동안은 레스토랑도 거의 없었고, 가게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길 잃어버리나 싶었는데 어떻게 역까지는 잘찾아왔다. 거의 두시간을 캐리어 들고 꼬박 걸은 셈이었다. 암스텔 역 바로 앞의 레스토랑에 들어감. 햄버거와 스프라이트 시켜 먹었다. 커다란 수제버거. 반면 스프라이트는 고작 0.2리터짜리 병. 그래도 맛있었다.

그냥 맛있었습니다.

짐이랑 바꾸는 보딩카드

이게 표


  암스텔 역 도착해서 스무디 하나 사서 유로라인 탈 시간 될 때까지 기다렸다. 역에서 좀 졸면서 있다가 화장실 한 번 갔는데 처음으로 유료 화장실 썼다. 깔끔하고 괜찮다. 유룐데 더러우면 열받았겠지... 잔돈 소비를 하고자 작은 매니큐어를 샀다. 그냥 무난한 색. 커피가 간절한데 가게에 커피가 안보여서 돈을 허공에다 뿌린 셈이었다. 저녁으로 간단한 패스트푸드 사먹고.

  다른나라에 비해 네덜란드는 의외로 자기색이 부족해 보였다는 느낌. 여행 막판이라 내가 지쳐서 그런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집, 환락가... 정도가 신기했다.

  유로라인 이야기는 런던 편에서.

소비금액: 섹스박물관 3유로
              점심 (햄버거+스프라이트) 14.6유로
              스무디 1.80유로
              매니큐어 2.50유로
              저녁 2.95유로
              화장실 0.5유로

총 금액: 25.3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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