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일요일. 체코 프라하.


  빈에서 체코 프라하로 도착했을땐 날씨가 꽤 안좋았다. 게다가 보여지는 풍경도 뭔가 이전 도시들보다 낙후되어 있어서 좀 긴장했다. 그래도 이 도시의 숙소는 도미토리가 아닌 투룸! 여기에 모든 희망을 걸며 도착한 도시였다. 관광? 그런거 상관없어... 둘만 쓸 수 있는 숙소라면...

  도착했을 땐 당장 지하철을 탈 돈이 없어서 환전을 했다. 여기서 최소금액만 환전했어야했는데 또 생각없이(...) 해버렸다. 그냥 오스트리아에서 환전할걸. 당장 도착했을 때의 생각을 못했다. 당연히 역에서 환전하는건 환전율도 안좋고 커미션이 꽤 크다. 호텔로 와보니 노커미션에 환전을 해주고 있어서 더 어이가 없었음... 흑흑. 어쩔 수 없지.

  지하철은 오스트리아랑 비슷한 시스템. 종이처럼 된 표를 사서 그걸 개찰구에 알아서 찍고 들어가는 거다. 여긴 그래도 감시하는 거 같은 사람이 있는 것 같기도. 지하철 표는 5정거장을 20분동안 이용할 수 있는 18크로나짜리 표와, 75분에 26크로나인 표가 있었다. 어차피 우리 숙소는 5정거장 이상이라 75분권 발권. 첫인상과는 달리 지하철은 깨끗하고 좋았다.

  역에서 내려보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왠지 암울한 분위기였으나 호텔방에 들어선 순간 좋아서 울 뻔. 승리의 트윈룸..ㅜㅜ!!! 너무 편하고 시설도 프랑스 트윈룸보다 훨씬 좋았다. 밖에 안나가고도 행복해서 뒹굴뒹굴.

  짐 풀고 긴장 풀고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주변이 번화가는 아니어서 가게가 많지도 않고, 그냥 KFC갔다. 여기서 문제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어. 은자와 나는 징거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계산은 따로 따로 한명씩 했다. 근데 주문을 받은 서버가 내 징거버거 세트를 주고 한참이 지나서도 은자 것을 주지 않는 거였다. 그래서 물어보니 '이미 줬잖아?' 이런 반응......야 싸울래요? 대체 왜 기다린거라고 생각한거야; 말하니까 영어 못알아듣고 그쪽은 체코어로 나불대고 미친느 줄. 한참 따지니까 매니저가 와서 물어보고, 우린 또 설명하고. 매니저가 당황하며 영수증을 줄줄이 뽑아대고 나서야 은자와 내가 계산한 영수증을 찾았다. 이렇게 황당했던 적이 없었어... 나중에 물어보니 은자에게 매니저가 할인쿠폰을 준다고 했던듯. 근데 우린 여기 다시 안올거거든... 어쨌든 소란피우고 시선받고 나서야 해결이 되었다.

  그 와중에 숙소에서 먹은 징거버거는 맛있어서(...) 감자튀김도 담백하고. 흑흑 역시 먹는 게 해결되어야 즐거운 여행이 되느니라. 트윈룸의 편안함에 젖어 잠은 참 잘잤다.

소비금액: 지하철 표 1장 26크로나
              징거버거세트 109크로나
              물, 콜라, 사이다 85크로나

총 금액: 220크로나


8월 3일 월요일. 체코 프라하.

  다시 한번 트윈룸의 위대함. 그리고 아무리 후져도 호텔이 최고야... 아침 여덟시까지 방해없이 잘 자고 나니까 그동안 쌓인 피로가 좀 가시더라.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더니 간소한 부페식이라 또 감동함. 햄 맛있어ㅜㅜ 요거트도 맛있어ㅜㅜ... 맛있었고 배불리 먹었다. 그래서 방에 들어와서 또 잠(...) 열한시 반에 간신히 깨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날씨도 좋고. 거슬리는 거라곤 핸드폰 로밍 안되는거? 은자는 SKT꺼라 됐는데 나는 KT라 로밍이 안됐음.

  지하철을 타고 프라하 성이 있는 Malostranka역으로 출발. 이번엔 두 정거장이라서 short ticket 샀다. 프라하의 자하철이 특이한 게 짐 한개당 짐값을 받는다. 어젠 몰라서 안냈는데, 내일 지하철 탈 때는 물어봐야 할듯. 짐이 뭐 인간이라고 돈을 내래...

프라하 성 올라가는 길에서 찍은 프라하 풍경


  역에 도착해서는 바람 잘 불고 좋은 날씨였다. 뒤쪽으로 돌아서 프라하 성 정문으로 가는 언덕길을 올랐다. 그야말로 궁이 아니라 성이란 느낌이었다. 그래도 풍경은 참 좋았다.

죄인을 때려잡는 느낌의 석상...


  프라하성 입구 도착. 문에 있는 석상이 죄인을 때려잡는 느낌이라 신선(...)


  그리고 표를 샀다. 26세 이하는 125크로나. 특별히 신분증 검사도 없었다.


  표를 사고 나니 비가 내려서 일단 성안의 레스토랑으로 이동. 성 안이니까 당연히 비쌀텐데 환전한 돈도 있고 해서 신경안썼다. 감자가 겹겹이 쌓여져있고 그 사이에 계란과 베이컨이 든 요리(baked sliced potatoes with smoked bacon bits)와 빵 사이에 양념고기가 채워진 요리(Tranditional Castle Beef Goulash in a Bread Boat), 주스를 먹었다. 다 맛없는 건 아닌데 뭔가 겪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는 데서 먹는 미묘함이 느껴졌다. 특히 고기요리.



  밥먹고 본격 프라하 성 구경. 성 비트 성당부터. 겉모습이 화려한 성당이었다. 들어가니 색유리 창문이 예뻐서 기분 좋았다. 마구마구 화려하다기보단 어딘가 절제된 멋이 있는 성당이었다. 내부가 안정적이었다. 아직도 미사보는건지 마이크가 중심에 있더라. 빈에 이어 대두석상(...)이 눈에 띄었다.

뭔 건물인지 기억이 안나네요

얘도 마찬가지.. 이게 뭐더라.

비교적 좁았던 길도 있고...

불사조를 닮은 갑옷



  성 비트 성당 다음에는 황금소로로. 작은 길이래서 크게 기대 안했는데 이게 웬일. 기념품 상점에서 타격. 너무 예쁘고 너무 싸다. 보석가게와 시계가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시계 가게 안의 향수병들이 너무너무 예뻤다. 하필 유로를 다 두고 온 터라서 마음대로 사지도 못하고 발을 굴렀다. 여기서 지누 생일선물로 향수병을 샀다. 화려하고 예뻤다. 늘어선 기념품가게 중 한 곳에선 사촌동생들 줄 목공예연필 샀고. 기념품 가게들이 참 좋았고 그 건물들 2층을 쭉 연결한 곳에 있는 갑옷 전시가 좋았다. 만화 정글고의 불사조 닮은 갑옷이 있어서 좀 웃었다.

감옥입구. 지하로 내려가야함!


  황금소로를 나오는 길에 지하감옥이 있어서 거기로 갔다. 몇가지 고문기구가 있었고 생각보다는 규모가 적었다. 그냥저냥 구경 잘 했다. 프라하 성 구경이 다 끝났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구왕궁을 안봐서 그 쪽으로 발을 옮겼다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음. 여기도 이탈리아 젤라또의 충격은 없었다.

구왕궁 전경

  구왕궁은 뭐랄까... 왕궁이라기엔 너무나 소소했다. 프랑스에서 봤던 그 화려한 궁, 다른나라의 궁과는 달랐다.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냥 큰 집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소소했음.

여긴 무슨 전시하는 데 같았음.

지나가던 근위병

성당?

그냥 찍음ㅋㅋ

  이렇게 프라하 성 구경을 끝. 가장 좋았던 곳은 의외의 황금소로. 표를 네 군데 가는 것을 사긴 했는데(두 군데에서 검표를 안하더라) 표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프라하 성이었다.

  숙소 근처에서 큰 물을 하나 사옴. 숙소에서 환전을 더 했고, 나가서 저녁으로 먹을 바게뜨 샌드위치를 사왔다. 이 가게 언니들도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것 같았는데 훨씬 친절했다. 손으로 짚어가면서 고르니까 다 확인하고. 사온 샌드위치도 간도 맞고 맛있는 샌드위치였다. 행복.

소비금액: 지하철 표 2장 36크로나
              프라하성 입장권 125크로나
              점심 490크로나. (계란감자요리 150크로나, 고기요리 200크로나, 주스 2잔 140크로나. 절반씩 부담.)
              향수병 기념품 200크로나
              목공예연필 기념품 78크로나
              아이스크림 90크로나
              물값 13크로나 (절반씩 부담)
              바게뜨 샌드위치 79크로나

총 금액: 859크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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