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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했었는데 지누가 빌려줘서 보게 되었다. 읽으면서 계속 안 사길 잘했음...이었는데 막판가서 손을 오들오들 떨었다.
읽는 동안 한강은 읽을 수록 나와는 맞지 않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 두 개는 정말 너무 취향이어서 발버둥쳤는데, 문체 자체가 나와는 썩 맞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너무 감성적이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듯한 글은 크게 재미를 못느낀다. 집중해서 읽지 않았다는 소리는 아니고 재미도 있었지만,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든다. 뭐 그런 느낌?
이 모든 걸 뒤집어놓은게 마지막의 마지막이었다. 아 진짜 한강 소설을 보면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욕망, 혹은 삶에 대한 끈질기고 억센 집착. 가장 마지막에 이정희가 결국은 버티고, 또 버텨 내는 근원은 그녀에게 집착이 있기 때문에. 이미 죽어버린 친구 인주의 모든 것을 지켜내야겠다는 믿음이 있어서.
주인공 이정희가 서인주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굳게 믿고 모든 것을 파헤쳐가는 과정은 시선을 끈다.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이 소설의 진행은 진행되는 이야기의 흥미 가운데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있는 기억을 헤집어 모를 감정들을 이끌어낸다. 캐릭터들은 모두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로든 매력적이었다. 이정희 본인의 엄마 이야기, 혈우병이 있는 인주의 삼촌, 알콜중독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던 인주의 엄마, 인주의 딸 민서, 상담의인 류인섭 소장. 그리고 강석원. 단순히 지금의 일들이 현재의 인물들의 일로 머물지 않고 과거와 얼키설키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민한 성격인 이정희는 썩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읽다 보니까 괜찮아지더라. 처음에는 너무 이정희의 행동들이 너무 심하다 싶었고, 또 아무런 증거 없이 막무가내로 믿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내가 이정희와 서인주 사이의 유대를 너무 얕보았던 것 같다. 그런의미에서 처음엔 명석해보이던 강석원이 보이는 모습은 정말 추하기 짝이 없어서 실망. 고작 그 정도 사람이었다니,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의 환상대로 서인주를 포장하려 했을까.
추리소설의 형식을 따르고 읽는데 읽는 동안엔 그런 느낌이 별로 안 든다. 오히려 지리멸렬한 인간관계가 점액처럼 묻어 나오는 기분에 아 이게뭐야, 했었는데 막판가서는 꽤 카타르시스가 컸다. 재밌었다. 내가 죽으면 내 죽음의 원인을 쉽게 넘어가지 않아 줄 친구는 누가 있을까. 뭐 고런 생각을 잠깐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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