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마스크
감독 랜달 월러스 (1998 / 영국, 미국)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레미 아이언스, 존 말코비치, 제라르 디빠르디유
상세보기

  이것도 역시 순전히 제레미가 나와서 본 영환데 음... 감안해도 참 뜨뜻미지근했다.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영화인데 화면이 그렇게 화려한 것도 아니고, 내용도 뭔가 얼기설기 갖다붙인거 같은데다가 진행도 그렇고, 주인공들이 믿고 있는 신념들도 그렇고 해서 이모저모 재미있다기보단 그냥 꾸역꾸역 봤다.

  '철가면을 쓴 죄수'가 루이 14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쌍둥이 동생(필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라는 설정 하에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글쎄다. 역사적 배경을 말아먹는 건 그렇다 쳐도 진행이 재미가 없었다. 달타냥(가브리엘 번)과 삼총사(아토스(존 말코비치), 포토스(제라르 드빠르디유), 아라미스(제레미 아이언스))가 서로 이해를 하고 있는 대상이다보니까 딱부러지게 선과 악이 나눠져 있지도 않고 그래서 싸움도 미적지근.

  유일한 악역이라는 루이 14세는 생각보다 하는 일이 없다. 예의없이 자라먹은 아이마냥 떽떽대고 짖어댈 뿐 막상 스스로 하는 게 없었다. 끽해야 제대로 보이는건 백성들에게 막대하는 거나, 라울의 임자 있는 여자인 크리스틴(주디스 고스레쉬)을 뺏는거..? 그거야 뭐 잔혹한 축에도 못들었다. 애가 잔머리도 없고, 힘도 없어서 긴장감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반대편에 서있는 건 필립도 아니란 말이다? 필립은 진짜 별 거 아닌 캐릭터다. 혈통에 의지한 기반 빼고 그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삼총사가 얘 편이다. 잘되겠네. 어떻게든 잘 될거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으니 재미가 있을 리가 있나.

  달타냥과 삼총사의 갈등도 무난하기 짝이없다. 달타냥이 약간 고지식하기는 해도 상식을 벗어나지 않은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이 쪽 편이 되겠구나, 이게 눈에 너무 잘 보였다. 거기다 루이 14세의 어머니인 안느(안느 파릴로드)와 관계가 있다는 재미 없는 설정으로 모자라 이 안느는 '제가 아들을 못키웠어요ㅜㅜ 내 다른 아들 필립..!' 이러고 있으니 이게 공감이 가야지. 애가 그정도로 비뚤게 자랐으면 엄마 캐릭터도 그런 방향으로 갔어야 좀 이해가 됐을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필립을 중히 여긴다고 해도 또한 자기의 친아들인 루이를 그런 식으로 내치는 계획에 쉬이 동참하는 것도 좀.

  삼총사의 캐릭터는... 고지식한 달타냥과 비슷하면서도 아들인 라울(피터 사스가드)을 잃어 분노에 찬 아토스, 묘하게 신앙심을 엿바꿔먹은거 같은 모은 일의 원흉같기도 한 아라미스,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내심 자기에게 분노하고 있는 포토스. 이렇게 각자 차이가 극명하긴 한데 묘하게 비뚤린 구석들이 잘 맞아 떨어지는 거 같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런 말 하면서 모여다닐 패거리 같았다.

  막판에 다른 총사들이, 달타냥과 삼총사가 죽을 거 같은 상황에서도 용기있게 튀어나오니까 그거에 반응하는 거 보고 좀 웃었다. 그럴 거면 진작에 넘어가시던가...! 으 벌려놓은 판에 비해 해결이 간단하기 짝이 없었다. 끝까지 맥빠지게 했다.

  제레미 아니면 내가 진작에 채널 돌렸겠지...

대부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1972 / 미국)
출연 말론 브랜도, 알 파치노, 제임스 칸, 리차드 S. 카스텔라노
상세보기

  지난 토요일에 항졸과 영화를 보러감ㅋㅋㅋ 싱글맨이랑 대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대부를 봤다. 큰 화면에서 보고싶은 영화였어서... 인데 사실 상영 직전까지도 갈등했었다. 물론 보고나서는 만족했다. 나는 대부 내용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가서 봤어서ㅋㅋ 꽤 재미있게 봤다. 모르고 가서 다행이구나.

  마피아에 대한 미화가 심하다는 비판도 있고 보면서도 그런 부분을 느끼긴 했지만, 가족이라는 긴밀한 관계의 설정과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가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몇가지 장면들은 너무 옛 연출같아서 우습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는 훌륭했다. 특히 이야기 전개가 재미있어서 그런가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영화는 처음에 꼴레오네 가의 막내 코니(탈리아 샤이어)의 결혼식을 통해 이 패밀리의 모습과 가족들의 모습을 소개해준다. 패밀리의 수장인 돈 꼴레오네의(말론 브란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다혈질이며 가정이 중요하다 생각하면서도 바람을 피워대는 첫째 소니(제임스 칸), 철 없는 둘째 프레도(존 카제일), 집안의 일에 관계되고 싶지 않아하는 막내 마이클의 모습은 각기 성격이 다르다. 코니는 여자라서 패밀리의 일에 관계되어있지 않지만, 그 남편인 카를로(지아니 루소)까지도 패밀리의 일에 관여되지 못한다. 변호사이자 소니의 친구이며, 돈의 아들처럼 자란 톰 하겐(로버트 듀발)을 뺀다면 꼴레오네의 일은 철저히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 중심이다.

  초반부의 설명이 원체 길다보니 살짝 루즈한가 싶었는데, (뭐 조니 폰테인(알 마티노)의 일을 해결해주는, '거절하지 못할 제안'의 극치인 말머리 장면은 살짝 쇼킹하긴 했다만)돈 꼴레오네가 솔로조(알 레티어리)의 마약 사업 제안을 거절하고, 그의 수족인 루카(레니 몬타나)인 죽고... 결론적으로 돈이 총에 맞으면서부터 이야기가 확 재미있어졌다. 꼴레오네 패밀리에게 찾아온 위기라는 점에서 그랬고, '가업'과는 관계되지 않겠다던 순둥이 막내아들 마이클이 가족애를 깨치며 가업에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랬다. 솔로조(알 레티어리)와 타타글리아(빅터 렌디나) 쪽이 언제 처들어올 지 모르는 병원 앞을 혼자 지키던 마이클의 긴장감은 그에게 많은 것을 던져준 것 같다.

  마이클이 솔로조(알 레티어리)와 맥클루스키(스테링 하이든)를 쏘아죽이는 장면은 마이클의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되며 통틀어서는 패밀리 내부의 변화까지도 야기한다. 이 장면의 내가 보기에는 영화 안에서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이었다. 항졸이랑 손을 꽉잡고 둘다 발 동동구름ㅋㅋㅋ

  마이클은 잠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고, 솔로조 쪽도 어느 정도는 해결이 났고, 돈이 회복될 때까지 꼴레오네의 사업은 첫째인 소니(제임스 칸)가 물려받는게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얼마 안 가서 소니는 타타글리아 쪽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너무 다혈질인 캐릭터인지라 금세 죽을 줄은 알았지만 씁쓸하더라. 복수가 복수를 낳는 굴레를 계속 보여줘서... 마이클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일은 돈이 알아서 해결했다. 타타글리아 쪽에 대한 복수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다, 하고 끝내고... 동시에 자신의 진짜 적이 바지니(리처드 콘트)라는 것도 알고.

  이탈리아에서 미국에 있는 애인 케이(다이안 키튼)는 싹 잊은건지 한눈에 아폴로니아 비텔리(시모네타 스테파넬리)에게 반해 결혼까지 해서 살던 마이클은 사고로 아내를 잃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케이와 재혼. 이 과정이 너무 급박해서 난 몇년 사이에 일어난 줄 알았더니 꽤 시간이 지난 후였더라. 마이클이 이 집안 사업에 뛰어든 것에 낙담했던 돈이었지만 결국 패밀리 사업은 마이클이 물려받게 되고, 비교적 인자하면서도 무게감있던 돈의 사업방식과는 다르게 마이클은 냉철하고 더 몰인정하게 발전해나가는 것 같았다. 프레도를 라스베가스에서 데려오는 해결방식 같은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확연하게 들었다.

  돈의 사망 뒤 마이클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주변의 상황들을 정리해 나가버린다. 코니 아들의 대부를 서주면서 그가 성직자 앞에 맹세하는 장면은, 그가 다른 모든 패밀리의 수장들을 처리해나가는 장면들과 겹쳐 보여주는데 이 대비효과가 강렬해서 기억에 남았다. 무자비한 살인 뒤 그는 내부에 있던 적마저 처리하고(그 내부의 적을 알도록 해 준 돈의 선견지명이 또 작동하는 장면이어서 묘했다), 이어 소니를 죽게 도왔던 코니의 남편 카를로를 처단한다. 카를로를 달래가며 정말 다정한 모습으로 동시에 무거운 협박을 내뱉는 마이클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 무게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냉정하게 그를 처단해버리는 모습 또한 말이다.

  마지막 장면의 임팩트는 마이클이 다른 조직의 수장들을 처리할 때의 느낌과 맞닿아 있었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 그 때에도 있었는데, "당신이 저지른 일이냐"고 묻는 케이에게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는 모습은 단순한 거짓말의 의미를 뛰어넘어 버린다. 케이가 문 틈사이로 손등에 키스를 받는 새로운 '대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케이 내면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큰 파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음 여러모로 부정적인 요소도 많긴 하지만 재미있게 봤다. 2, 3편도 곧 극장에서 재개봉 한다는데 보러가고 싶고나.

마더
감독 봉준호 (2009 / 한국)
출연 김혜자, 원빈, 진구, 윤제문
상세보기

  기무니랑 둘이서 봤는데 음... 둘다 아 찝찝하고 끕끕한 영화로다. 이런 표정으로 영화 감상을 마무리 했다. 봉준호, 김혜자, 원빈을 통해 초반 흥행을 했지만 오랫동안 이어지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이건 대중의 취향은 확실히 아니구나... 봉준호 감독이니만큼 단순히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벌이는 엄마의 사투가 나올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닌데, 이거 참 끕끕하고 그랬다.

  단순 모성애를 그렸다기보다는 여러가지 아들에 대한 집착이랄까, 더 복잡한 감정의 일면을 본 것 같다. 살인죄로 잡혀들어가게 된 도준(원빈)을 구해내기 위해 증거를 모으는 엄마 혜자(김혜자)의 모습은 처음에는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지지만 보면 볼수록 집착하고 강박적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모자란 아들이라고 해도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챙겨주고 있다는 느낌. 도준이 하고다니는 행태를 보면 그렇게까지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어릴 때 도준을 죽일 뻔 했다는 죄책감이 얽혀있는 탓인지 혜자가 보이는 도준에 대한 사랑은 '보호'를 넘어서 '집착'처럼 보여졌다.

  반전 자체는 예상할 만 했는데 그 반전이 영화상에서는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걸 위해 중반 이후까지 혜자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긴 했지만, 그 상황을 통해 스릴러적인 느낌을 얻는다는 것보다는 찝쪼름하게 묻어나는 인간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비단 혜자와 도준 사이의 일그러져 있는 모자관계 외에도, 악한 것 같으면서도 또 알 수 없는 동네 양아치 진태(진구)의 모습, 일을 쉽게 쉽게 처리하려 드는 제문(윤제문)을 포함한 시골 형사들의 모습, 적당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변호사(여무영)의 모습, 약에 취한 십대들(고규필, 정영기)의 모습, 생계를 위해 쌀을 받고 몸을 파는 아정(문희라)...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주변의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일그러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누명'이라는 것 자체가 맥거핀으로 작용해서 이 전체 이야기를 보게 하려는 것 같은... 아 물론 혜자와 도진의 관계도 중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을 알게 된 후 현실을 받아들이는 혜자의 태도는 글쎄, 예상 가능하면서도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고물상 노인(이영석)은 무슨 죄란 말인가. 혜자는 아들의 죄를 벗기려 노력한 게 아니라, 아들의 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았다. 그 살인 이후 혜자의 갈대밭 장면은 처음 도입부와 교차되는데 이게 처음에는 생각없이 보던 장면이 고 부분에서 혜자가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 오싹해졌다. 혜자의 살인 뿐 아니라 후에 범인(의 죄를 덮어쓰게 된)과 만나는 장면에서 '부모가 있느냐'고 묻는 장면까지 모든 것들이 기분이 과히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도진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고, 혜자와의 일상도 여전히 그대로이다. 그런 무덤덤한 생활 안에서 혜자가 여행을 떠나기 전 도진이 건네주는 침통은 잔잔한 물결의 파문처럼 다가왔다. 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침자리'에 스스로 침을 놓고 춤을 추는 중년의 여자들 사이로 들어가 사라져 버리는(듯한) 혜자의 모습은 글쎄.. 묘하게 여운이 깊었다.

  영화에서 의외로 좋았던 건 진태 캐릭터였다. 진구의 연기도 좋거니와 진태 캐릭터 자체가 선악을 가리기 힘들었는데 무작정 나쁜놈으로 나오는 것만도 아니었다. 돈을 받은만큼 확실히 일을 해줬고, 그 술집 딸아이(천우희)와도 쉽게 사귀는 거 같지 않았고, 도준을 갖고 놀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여러모로 선한 척 하는 다른 캐릭터들보다는 훨씬 진솔하다는 느낌이더라.

  원빈은 멍청이어도 원빈이더라(...) 으 감독도 이걸 노리고 캐스팅한거 아닌가. 그리고 생각보다 연기가 좋았다. 김혜자씨의 히스테리컬한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막 재미없는건 아닌데 그렇다고 뭐 기분이 깔끔하지만도 않은 영화였다. 대중의 취향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카사노바
감독 라세 할스트룀 (2005 / 미국)
출연 히스 레저, 시에나 밀러, 제레미 아이언스, 올리버 플랫
상세보기

  이것도 제레미 나와서 본거... 라기엔 히스 레저에게도 관심 있었으니까. 감독도 라세 할스트룀이라서 보고싶었고. '개같은 내 인생'은 여전히 떠올리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영화다.

  소재에서 약간 걱정되긴 했는데 그럭저럭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만들어 진 것 같다. 가볍긴 한데 현대식 로맨틱 코미디처럼 팔랑팔랑 날아갈 것 처럼 가볍다는 느낌은 안들었던 게, 배경 때문인 것 같다. 화려하게 꾸며진 옛 베니스의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시선이 분배가 되어버리니까. 여기까지가 그럭저럭한 장점. 무겁지 않으니 볼거리에 집중하게 되고, 그 볼거리란 것도 아기자기하니 예쁘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답게 줄거리 자체만 떼어놓고 생각하면 엄청 가벼웠다. 가볍다는 건 이런 장르에서 별로 문제가 안된는데, 진짜 문제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우습지 않았다는 것일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품새가 급박하지도 않고(상황은 분명 급박한 것인데 어째서), 그 과정 자체가 재치는 있지만(그렇다고 엄청 머리쓴 것도 또 아 아니란 말이다.) 엄청 재미있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뭐 따로 교훈이랄 게 없는 이런 로맨틱 코미디가 재미가 없으면 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소소하고 자잘하게 미소는 지어도 으응,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니까. 별 거 없이 그냥저냥 볼만했다는 이야기.

  카사노바(히스 레저)라는 캐릭터를 좀 더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여자들이 왜 이 남자에게 빠지는지 그런 설명이 부족했던 거 같다. 애당초 명성이 드높아진 상태에서 시작해 버리니까... 그리고 꼭 이런 남자에게는 똑똑하고 정절을 지킬 것 같은 여자만 붙더라? 프란체스카(시에나 밀러)가 딱 그랬고 더 어긋나지도 않는데 사랑 때문에 멍청해지는 것까지 똑같았다. 처음에 다른 인물 역할 한 것도 그렇고, 자기 약혼자 파브리찌오(올리버 플랫)인척 한 것도 그렇고 이것저것 많이 속여먹었는데 자기 대신 감옥에 잡혀가 죽을뻔 했다고 다시 사랑 모드로 바뀌어버린다니. 양심 때문에 자기가 베르나르도 구아디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사랑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한 순간이고 짧지 않나... 음. 그래... 자기를 줄 수 있는 남자란 말인가.

  주연보단 조연들이 눈에 많이 밟혔던 영화. 특히 자코모 카사노바의 하인인 루포(오미드 다릴리)는 빼놓을 수 없이 유쾌한 조연이었고, 프란체스카의 엄마인 안드레아(레나 올린)는 허영심 가득하면서도 귀여웠다. 프란체스카의 약혼자 파브리찌오는 멍청한 캐릭터지만 순하고 본성은 착해서 거슬리는 점 하나 없었고... 프란체스카의 동생인 지오반니(찰리 콕스)만 좀 거슬렸나. 너무 찌질해... 빅토리아(나탈리 도머)한테 제대로 고백도 못하는 점이라던가, 창녀들이랑 한바탕 놀고 나서 자신감을 약간 되찾는 것도 어이가 없을 지경. 빅토리아는 그냥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애.. 치고는 귀여운 점이 있어서 좋았다. 이 영화의 유일한 악역이었던 푸치 주교(제레미 아이언스)는 뭐 이렇다 할 힘도 못쓰고 휘둘리는 점이 그냥 귀여웠습니다. 행동들이 별로 미워할 느낌은 아니었다. 나 종교재판관이나 이런 캐릭터 엄청 싫어하는데... 원체 뭐 딱 부러지게 하는게 없으니.

  문제의 해결이 다른 사람에 의해 이뤄질 줄도 알았고 간단할 줄도 알았는데, 그 때문에 막판 쯤에 카사노바의 어머니(헬렌 맥크로리)가 나오지 않을까나 싶었다. 역시나 딱 고 타이밍에 남편 티토(레이 로우슨)와 함께 등장하시더라. 그 뒤론 그냥 약간 유쾌한 탈출극 같았는데, 요기서 약간 재미있었던 게 탈출이 너무 쉬워... 느린 배인데도 그 시대배경 때문에 못따라잡는게ㅋㅋㅋㅋㅋ 좀 웃겼다. 아무튼 그래서 해필리 에버 애프터...

  초반에 보면서 느끼는 지루함을 참을 수 있다면 끝까지 참을 수 있을 거 같은 영화. 클라이막스랄 게 별로 없어서 아쉽다.

빙 줄리아
감독 이스트반 자보 (2004 / 캐나다, 영국, 헝가리, 미국)
출연 아네트 베닝, 제레미 아이언스, 브루스 그린우드, 미리엄 마골리스
상세보기

  국내 포스터 영화랑 별로 연관 없는데 왜 저렇게 해 놨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 출연진 중 그나마 이름있는 배우인 제레미를 강조하려고 했던걸까... 하긴 이런식의 상관없는 포스터 만들기는 이미 몇번이나 보긴 했다만. 그래도 안 짚고 넘어가기엔 아쉽다.

  정말이지 연기같은 삶을 살고 있는 배우 줄리아 램버트(아네트 베닝)의 이야기. 전체 진행 방식도 다분히 연극적이고 영화적이고 그렇다. 중간 중간 줄리아를 배우로 키워준 지미(마이클 갬볼)가 환상처럼 출연하고 그러니까.

  사십대에 접어든 연극 배우 줄리아에겐 일상이 지루하다. 남편 마이클(제레미 아이언스)과는 서로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사이이고, 연기에는 탁월한 재능이 있지만 지치고 힘들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줄리아는 젊은 미국인 청년 톰(숀 에반스), 티.오.엠, 을 만나서 장난스러우면서도 불꽃같은 연애를 하게 된다. 이런 불륜은 아슬아슬한 모습은 거의 없이 자유분방하게 그려져서 보는 사람들도 산뜻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뭐 이런 연애의 끝이 으레 그렇듯 톰은 젊은 연극 배우 애비스 크라이튼(루시 펀치)에게 빠져 줄리아를 떠나게 되고, 줄리아 또한 질척이는 것 없이 관계를 끝내준다. 상처를 받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새 연극에 배역을 얻길 원하는 애비스 크라이튼과, 또한 그것을 바라고 있는 톰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어준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이건 줄리아의 이야기가 아니지.

  줄리아는 싱그럽고 살아있는 캐릭터다. 이 배우는 자신의 삶에서도 연극적인 태도를 취하고있고, 그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의 삶까지도 다분히 연극적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아들 로저(톰 스터리지)까지도 줄리아에게 줄리아의 삶과 연기가 너무 합쳐져 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을 정도니까... 어쨌거나 줄리아는 사랑을 할 때는 생동감이 넘치고, 슬플 때엔 비 맞은 짚단마냥 축 처지고 그런 왔다갔다 하는 감정표현을 자유로이 보여줘 지루할 새가 없었다.

  이야기 자체는 어떻게 보면 뻔한 구석이 있지만 줄리아란 캐릭터가 워낙에 살아있다 보니 영화까지 힘을 얻는 거 같았다. 어떻게 보면 천방지축에 거만하고 가끔은 재수없기까지 한 배우인데, 이렇게 귀여워 보일 수 있다니. 영화 내에서도 그런 줄리아의 캐릭터가 매력이 있기는 한지, 찰스(브루스 그린우드)같은 진정한 친구도 있고, 틱틱대면서도 자기를 도와주는 이비(줄리엣 스티븐슨)도 주변에 있다. 부러운 여자로다... 

  애비스 크라이튼에 대한 깜찍한 복수는 그저 마냥 귀여웠다. 그 복수를 할 때 마이클과 톰의 표정이 볼만하다. 비.이.엔.을 외치던 줄리아가 너무 귀여웠다. 톰 못나가게 은근히 막는 로저도 완전 귀여웠고... 이 아들 캐릭터 꽤 마음에 들었다. 비중이 큰 건 아닌데 뭐 생각깊고 그런 역할이었다. 저런 부모 사이에서 이렇게 정상적이고 훈훈하게 자랄 수 있다니... 정말 줄리아는 모든 걸 다 가졌구나.

  그냥저냥 유쾌했다. 커다란 의미를 찾으라면 뭐 그런 건 없는데... 소소하게 보면서 재미있었던 영화였다.


킹덤 오브 헤븐
감독 리들리 스콧 (2005 / 독일, 스페인, 영국, 미국)
출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에드워드 노튼
상세보기

  너무 길어서 보느라 힘들었지만 오 다 보고나니 꽤 만족했다. 극장판에 비해 감독판이 49분 더 길대서 극장판으로 봐야했는데, 이거 극장판으로 본 사람들이 욕한 이유를 알겠더라. 이건 완벽히 감독판으로 봐야 하는 영화였다. 그래야 모든 서사구조가 눈에 들어 오겠더라. 아무튼 엄청나게 긴 탓에 내가 영화를 처음 보려던 목적이었던 제레미는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 나와...ㅎㅎ

  애초에 사극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편인데, 요새 나오는 역사물들은 거의 팩션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물이나 사건 일면만 툭툭 따오는 거라고 생각해 버려서 그런지 완전히 바뀌는 것만 아니라면, 실제 역사와 어긋나도 크게 거슬려하지 않는다. 애초에 역사에 그렇게 관심 있는 타입도 아니기도 하고. 킹덤 오브 헤븐도 역사물이라고 하기엔 꽤 많은 것들이 실제 역사와 다르게 묘사되어 있다. 발리앙(올랜도 블룸)이 이십대의(!) 평민 대장장이 출신으로 되어있다던가, 시빌라(에바 그린)가 발리앙을 좋아한다던가... 또 뭐가 있지. 아무튼 요런 설정들은 현실과 다르긴 한데, 그걸 빼고 나면 이 전쟁에 대한 시선이 생각보단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과장된 영웅주의는 접어두고 기독교에 대한 신념을 잃어버린 발리앙이라는 청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오히려 그 기독교적인 신념이란 것, 전쟁에 앞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여튼 재미있고 말이 되게 이야기를 만들어 놨다는 소리다. 리들리 스콧은 '글래디에이터' 볼 때도 느꼈는데 이런식으로 역사 서사시를 헐리웃 판으로 잘 만드는 것 같다. 이번에는 대놓고 영화 사이사이에 중간, 막간 이런 부분을 넣은 점이 흥미로웠다. 완급조절은 잘 된편일까... 상대적으로 화려한 전쟁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득달같은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보는 내내 아 이거 재밌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십자군 3차 전쟁 직전의 이야기인데 사실 요 때 예수살렘이 살라딘의 손 안에 넘어갔을때, 주인공은 이벨린의 발리앙보다는 승리한 자인 살라딘(가산 마소드) 쪽이 헐리웃 스타일에 더 맞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남아서 예루살렘을 지키고 지키다 평화롭게 협상을 맺어(역사에선 어쨌건간에) 사람들을 구제했던 이벨린의 발리앙을 내세운단 말이다. 이 주인공 설정에서부터가 이 영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기사 고프리(리암 니슨)의 사생아로서 원래는 평민이었던 발리앙은 이벨린의 영주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게 되는데, 처음에는 죽은 아내(나탈리 콕스)의 천국행을 기원하고 동생(마이클 쉰)을 죽인 자신의 죄를 씻으려 한 것이지만... 막상 예루살렘에 가 보고 나니 별게 없단 말이다? 자기가 바라던 신은 모습은 커녕 목소리도 안 보이고 옆에서 아버지와 함께하던 자선단체 회원(데이빗 듈리스)이 아무리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해 좋게 설파해도 마음은 냉랭하기만 할 뿐인데 그런 거 치곤 자기 할 일을 잘 해나간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볼드윈 4세(에드워드 노튼)의 충실한 신하인 티베리아스(제레미 아이언스)와 만나고 나병에 걸린 볼드윈 4세를 받들며 자신의 영지인 이벨린을 개척해나가는 일들 말이다. 여기엔 다른 십자군과 같은 종교적 여지가 전혀 없어보인다. 요런 덤덤한 영웅이라는 설정이 오히려 신선했다.

  볼드윈 4세는 살라딘과 적절한 수준의 평화를 유지해나가는 왕인데 이거에 반발하는 부하들이 당연히 있고... 그게 기 드 뤼시냥(마튼 초카스)과 샤티용의 레이날드(브렌든 글리슨) 같은 애들. 아, 영화답게도 이 반대편인 기 드 뤼시냥의 아내이며 지금 왕이 죽으면 자기 아들을 통해 섭정을 할 여자가 시빌라란 말이다. 그런데 이 아들도 삼촌과 같이 나병에 걸려있다는걸 발견하고, 시빌라는 그런 아들을 차마 두고보지 못하고 자기 손으로 죽인다. 그리고 나서 왕위는 자연스레 자신에게서 기 드 뤼시냥에게로. (실제로 시빌라는 발리앙에게 반하지도 않았고 당연한 수순으로 기 드 리시냥에게 왕위를 넘겼다.)

  이 왕위 넘어가는 과정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게 실제 역사와 다른건 차치하고, 시빌라의 마음 속이 그렇게 이해되는 편은 아니었어서 그랬다. 발리앙을 그렇게 사랑한다면서도 상황 판단 제대로 못하고 배신감 느꼈다고만 생각하는게... 그래서 나라 쫄딱 말아먹기 직전까지 가게 만드는 게 영. 뭐 그거 때문에 영화 진행되는거긴 하다만 아들 죽이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 외의 스토리 진행이나 캐릭터 묘사는 참 좋았음.

  종교세계를 해탈한 듯한 발리앙의 묘사도 그랬지만, 인심 후했던 승리자 살라딘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맡은 배우 가산 마소드는 이슬람교 연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던데, 여로모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예루살렘이 무엇이냐고 묻는 발리앙의 말에,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라고 말하고 연이어 하지만 곧 전부이지(everything) 라고 하는 모습은 이 성지가 가지고 있는 상징을 보여주는 듯 해 좋았다. 살라딘 주변 인물로 초반부에 등장하기도 했던 이마드(알렉산더 시디그)는 능글맞은 면이 있으면서도 진중한 면모가 돋보이던 캐릭터. 병마에 시달리며 얼굴이라고는 눈밖에 나오지 않았던 볼드윈 4세는 종교의 광기와 현실 사이에서 중도를 찾으려고 하는 거 같아서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었다.

  음... 기대를 하나도 안하고 봐서 그런가 재미 있었는데, 남들이 봐도 재미있을 거 같다. 전쟁씬을 보려는 게 아니라 서사를 보기 위해 보는 영화였고, 그 역할을 잘 해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았다. 다들 안정되어 있었다.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사노바 (Casanova, 2005)  (0) 2010.05.30
빙 줄리아 (Being Julia, 2004)  (0) 2010.05.27
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  (0) 2010.05.21
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0) 2010.05.18
아바타 (Avatar, 2009)  (4) 2010.05.02


데이브레이커스
감독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2010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출연 에단 호크, 윌렘 데포, 샘 닐, 이사벨 루카스
상세보기

  나는 보았네, 실망할 줄 알면서도(...) 그래도 트와일라잇보단 약간 나았다고 위안을 하고 싶다...

  최근 나왔던 뱀파이어 설정은 다 섞어놓은 듯한 영화였다. 인공 혈액같은건 트루 블러드(HBO 드라마)가 바로 연상되니까... 그냥 유행 따라 나올만한 영화였고, 영화 자체에 특별한 노력이랄 게 보이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뱀파이어 영화 특유의 삶의 허무함같은게 별로 드러나있지 않은데, 왜 굳이 주인공 과학자인 에드워드(에단 호크)가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안된달까. 뱀파이어에서 다시 인간이 된 엘비스(윌렘 데포)도 왜 인간이 된 걸 좋다고 여기는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선 기본적인 설득력이 부족하다. 인간은 인간 그 자체만으로 숭고하니까? 차라리 그런 말이라도 해줬으면 싶었다.

  이야기 뿐 아니라 캐릭터들도 판에 박힌 듯 한데, 악역인 찰스 브롬리(샘 닐)는 전형적인 정치인+사업가 타입의 악역. 인공 혈액을 개발하는 데 그치면 안되나, 굳이 인간을 먹겠다고 말하냐 싶기도 했는데... 흠 이미 저런식으로 인간의 인권이 무시당한 지 한참 후의 사회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찰스의 딸인 앨리슨(이사벨 루카스)이 뱀파이어가 되길 거부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참 전형적이었다. 인간에게 동정심을 가지는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에겐, 당연하다는 듯이 뱀파이어가 된 상황이 만족스럽다는 데 의심이 없는 동생 프랭키(마이클 도어맨)도 있고... 에드워드를 인간 세계를 돕도록 이끄는 여자 주인공 오드리(클로디아 카번)도 있고... 조언자 엘비스도 있으니. 이 어찌 판에 박힌 캐릭터가 아닐 수 없으랴.

  이야기 자체를 많은 트릭을 쓰거나 꼬아놓은 게 아니라, 설정만 믿고 밀어붙이려던게 보여서 아쉽기 그지없다. 그냥 설정 설명하는 초반부분은 좋았는데 스토리 진행은 영... 아이가 더이상 자라지 않는 상황이 싫다고 유서쓰고 태양밖으로 나가서 자살하는 도입부나, 지하보도나 주간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자동차 같은 것, 혈액이 함유된 커피 같은 설정들은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진 못했다. 설정짜는데 지쳐서 이야기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걸까... 결말 자체도 꽤 한심하게 흘러가서.

  킬링타임이라고 하기에도 아쉽다.
2009/07/22 - 아이언 맨 (Iron Man, 2008)



아이언맨 2
감독 존 파브로 (2010 / 미국)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미키 루크, 스칼렛 요한슨
상세보기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영화를 보러 갔다... 요새 뭐하게 바빠서 문화생활이라고는 회사 왔다갔다 할 때 읽는 책뿐ㅜ.ㅜ 몬테크리스토 백작 읽는데 더디게 읽고있다 으윽 주말에는 미드 몰아보고.... 그런의미에서 오래간만에 영화을 봄. 사실 아이언맨2는 개봉했을 때부터 보려고 했는데 우째 볼 사람들이 없어서ㅎㅎ 미루다가 봤다.

  1편의 기지를 생각한다면 그에 못미치긴 하는데 그래도 기대를 낮추고 본다고 하면 재미있었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원체가 영웅으로서의 정체성 같은걸로 고민하는 인물이 못되기 때문인지, 1편에서는 납치라던가 그런 걸 통해 고난을 만들었는데, 2편에서는 그런 고난의 대상으로 목숨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정을 차용했다. 가슴에 달고 있는 원자로를 만드는 물질 때문에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설정. 영웅적인 생각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토니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죽음을 앞둔 태도를 보인다. 흥청망청 놀며 죽음을 무시하기. 원래 토니 스타크로서의 흥청망청 이미지까지 더해져 그에 대한 평판은 바닥을 떨구고, 그나마도 친구인 제임스(돈 치들)와도 틀어지고, 페퍼(기네스 펠트로)도지쳐간다.

  그렇다면 이 고뇌가 해결되어야지 아이언맨이 뭔가 사람 구실을 할 거 아니냐. 아주 재미있는게 여기서 나온다. 이 고뇌는 토니 스타크 스스로 해결하지 않는다. 왜냐, 어벤저스에서 도와주거든! 1편 쿠키에서 잠깐 나왔던 쉴드 국장(사무엘 L. 잭슨)은 토니 옆에 쉴드의 요원인 블랙 위도우,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를 보내 토니의 몸상태를 몰래 점검하더니 토니를 데려다가 주사 한방으로 문제를 완화시켜준다! 그것 뿐이냐, 토니의 아버지 하워드(존 슬래터리)가 네게 남긴 것이 있다.. 하면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답은 네가 찾아라! 이렇게 해준단 말이다. 토니는 아버지가 어릴 때 날 안좋아했네 뭐네 결국 그가 자기를 사랑했단걸 영상을 통해 간단히 깨닫고(!) 오오 아버지의 유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낸다. 아, 영웅의 고난 해결치고 너무 간단하다. 그나마도 토니라서 어울렸다. 원체가 방탕한게 어울리는 토니 스타크이다보니 이보다 더 어려운 영웅으로서의 고민이 별로 어울리지도 않을 거 같기도 했다.

  요런 와중에 나타나는 적이라는 건 아버지의 그 옛날 동료의 아들, 이안 반코(미키 루크)인데... 좀 더 복잡하게 구성했어도 됐을 캐릭터를 너무 단순화 시켜버린 것 같다. 말마따나 집에서 혼자 뚝딱 원자로 만들 만큼 똑똑한 사람인데 기괴하고 묘한 느낌을 주려던 건 좋았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캐릭터가 이상한 식으로 단순하게 느껴졌다. 약간 아쉬운 악당이었다. 가능성이 더 많아보였는데... 그리고 악역이라고 해야할까, 저스틴 해머(샘 락웰)은 그냥 평범하게 질투하는 캐릭터라서ㅎㅎ 발끈발끈 하는 장면이 나와도 그러려니 했다. 막 어둠이 있거나 하는 악역이 아니라서 나빠보이지도 않았다. 철없단 느낌은 있었지만ㅋㅋㅋ

  전체적으로 어벤저스 이야기가 많았다. 어벤저스 아니면 토니 고뇌가 해결이 안될 정도니까 꽤 깊이 관련되 거 맞다. 블랙 위도우가 나올 필요가 없는건데 어벤저스 영화 때문에 눈도장 찍으려 내보낸 듯. 음 난 요거 때문에 늘어지는 게 있긴 했다.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어벤저스의 존재라던가 마블 세계관에 아예 무지하다면 이게 뭔 짜증나는 스토리인가 했을 법한 사람들도 있었을듯.

  영화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건 싸움 장면도 아닌 새로운 원자로 만드는 장면. 역시 토니 스타크는 공돌이 짓을 해야 제 맛..! 1편보다 자비스(폴 베타니) 재치가 떨어져서 아쉽기 그지없었다. 목소리 주드 로에서 폴 베타니로 바뀌었는데, 주드 로때보다 나긋나긋한 맛은 떨어지지만 뭔가 집사같은 느낌이 드는 목소리라 좋았음.

  전체적으로 보면 뭘로 보나 1편이 낫지만, 뭐 그럭저럭 중간은 간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여전히 귀엽고, 기네스 펠트로는 여전히 여기서는 무매력이다. 새로운 로드 중령은 음.. 이미지가 너무 달라져서 아쉽다. 미키 루크는 완소!


아바타
감독 제임스 카메론 (2009 / 미국)
출연 샘 워싱턴, 조이 살디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상세보기

  극장에서 상영할 땐 전혀 볼 생각이 없다가 봤는데,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게 아니면 보는 의미가 없고, 동시에 극장에서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기묘한 영화였다. 한 마디로 때깔은 좋은데 내용이 영. 빛좋은 개살구랄까. 어느정도 전형적인 스토리임을 감안하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너~무 심해서 화가 날 지경. 쟤 죽을거같다 하면 죽고, 저거 탄다 하면 타고, 이제 쟤 이동하겠네. 하면 이동하는 영화. 간소한 줄거리만 알면 모든 내용을 다 짐작할 수 있는 그런 드라마였다. 전형적인 플롯을 따르는 영화는 얼마든지 있지만서도 이건 화면 외의 스토리에서 그런 노력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참 별로였다.

  스토리 설명만 들으면 영화를 다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은 '언제나 악한 인간'의 스파이였다. 당연하게도 적진 부족장의 딸 네이티리(조 샐다나)와 사랑에 빠지고 그 부족의 문화를 배워가며 자신의 원래 부족을 배신하게 된다... 인간 쪽은 언제나 그렇듯 끝까지 악한 인간 마일즈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도 있고, 부족을 이해하려 하는 과학자 그레이스(시고니 위버)도 있고 기타 등등 조력자도 있다. 부족들은 언제나 고귀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족장인 에이투칸(웨 스 스투디)는 생판 처음 보는 외계생물에게 가르침을 주라고 딸에게 명하고, 엄마인 모트(CCH 파운더)는 자기들의 터가 다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제이크 설리에게 도움을 청하질 않나... 네이티리를 좋아하던 족장 후보 츠테이(라즈 알론소)는 처음엔 제이크를 적대적으로 대하다가 그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여 그와 함께하게 된다... 나머지? 뭐 있냐고...

  굳이 설명할 힘도 안나는 단순한 영웅주의 플롯인데, 이게 보면서 되게 웃겼던 게 묘하게 그쪽 사람들이 느끼는 동양사상이라고 해야하나? 자연을 아끼고 뭐 화합하고 그런 사상을 차용하려고 하다가 어설프게 차용해서 실패했다는 거다. 보면서 저게 뭐야!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꽤 있었다. 이게 서양식 영웅주의랑 섞이다보니까 도저히 말이 안되는 거 같은 부분이 넘쳐나는거다. 대체 네가 뭔데, 네가 왜? 이런 기분이 자꾸자꾸 든다니까...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스토리 기대 원래 안했지만서도 보면서 약간 웃게 만들어주다니... 뭐 엄청 전형적인 스토리라서 감동줄땐 주고 위기감 느낄땐 느끼게 하고 그런건 다 있긴하다. 너무 뻔해서 문제지. 이크란(토르쿠)를 타다가 갑자기 그 전설의 영물이신ㅋ 그레이트 리오놉테릭스(토르쿠 막토)를 타는 장면에선 솔직히 많이 웃었다. 갑자기 그건 이론일 뿐이다 이러면서 타다니... 전설인데 이론되지 말라고...

  외계세계의 모습이나 외계인의 모습을 CG로 만들어낸 건 꽤 예뻤다. 하지만 묘사 자체가 특별히 흥미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적당히 과거와 이미 있었던 상상을 섞어낸 모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뭐 그거 보려고 보는 영화라고 친다면 역할은 톡톡하게 해낸 것 같다. 너무 안일한 스토리와 묘사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지만... 기술발전현황을 보고싶다면야.

  아쉽다. 이런 효과로 이런 스토리를 그려냈다는 게...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  (0) 2010.05.21
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0) 2010.05.18
페넬로피 (Penelope, 2006)  (2) 2010.04.28
로리타 (Lolita, 1997)  (0) 2010.04.27
데미지 (Damage, 1992)  (0) 2010.04.16
 

페넬로피
감독 마크 팔란스키 (2006 / 영국, 미국)
출연 크리스티나 리치, 제임스 맥어보이, 캐서린 오하라, 리즈 위더스푼
상세보기

    아침에 케이블에서 하더라. 그땐 다 못봤었고 나중에 연이어서 봤다. 크리스티나 리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좋아하고 있고, 제임스 맥어보이도 그 슬픈 얼굴상이 좋아서 꽤 좋아했던데다... 초반 분위기로는 그럭저럭 괜찮은 판타지 동화 같았다.

  말 그대로 동화를 섞어놓은 듯한 이야기였다. 집안에 내려진 저주 탓에 돼지코를 달고 태어난 페넬로피(크리스티나 리치)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엄마(캐서린 오하라), 아빠(리처드 E. 그랜트) 사이에서 자라나 자아를 찾게되고 진실한 사랑을 품은 남자도 만난다... 이거 어째 미운오리 새끼.

  뭐 현실일 수 없는 상황이 이미 정해져있다 보니까 그 뒤에 어떤 설정이 붙더라도 그냥저냥 괜찮게 느껴졌다. 예를 들면 윌헨 집안에 저주를 건 마녀가 현재 윌헨 집안에 있는 집사 제이크(마이클 피스트)라던가 하는 설정 말이다. 하지만 그 외의 판타지 외적인 부분은 사실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 아무리 저주를 풀기 위해서, 부모님의 독촉에 의해서라고는 해도 그렇게 자기를 역겨워하던 에드워드(사이몬 우즈)와 결혼식까지 간다는 게 영. 그리고 꼭 그때 가서 '지금 이대로의 자신이 괜찮다'라는 걸 깨닫는 주인공이라던가. 상식적으로 돼지코를 달고 있는데 괜찮을 수가 있냐...

  맥스(제임스 맥어보이)가 (조니라고 해야하나?) 페넬로피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짧아서 아쉬웠다. 뭔가 정신적으로 교감이 크게 있었어야지 좋아하던지 말던지 하지. 어정쩡한 감정진행이라 요게 좀 걸렸다. 기본적으로 착한 심성을 타고났다고 하기엔 너무 허술하고. 완연한 도박중독자가 손을 한번에 털고 훅훅 나오는것도 좀 계기가 미약하다 싶었다. 아무리 동화라지만 돼지코를 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 단기간에 반한다는게, 또 그 사람을 생각해서 당신과 결혼할 수 없다고 하는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 아,뜬금없는데 조니가 일하던 재즈 바 주인으로 러셀 브랜드 나온거... 잠깐 나온거지만 엄청 잘어울렸다ㅋㅋㅋ

  완전한 악역은 없었던 것 같다. 사악하다기보단 심술맞게군다는 느낌이었다. 기자인 레몬(피터 딘클리지)나 어쩌다 페네로피에게 당해 정신착란으로 기사가 나가게 된 에드워드나... 본성이 악하다기보단 그냥 삐쳤구나? 복수심이로구나... 이런 느낌...? 레몬이야 사건들이 이후에는 심통난 채 이리저리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에드워드도 뭐 막판의 막판에 가서는 약간 죄책감을 느끼는 듯 했다. 레몬의 심정이야 백번 이해가 가고, 에드워드도 그럭저럭. 너무 찌질하게 나와서 미워할 겨를도 없었다. 사이몬 우즈는 백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오만과 편견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뭐 거기선 얄밉진 않았지만.

  페넬로피가 세상을 나가서 사귀게 된 친구인 애니(리즈 위더스푼)나 바텐더 잭(리처드 리프)는... 글쎄. 그렇게 비중있었나? 맥스와 그랬던 것처럼 감정교류를 쌓기도 전에 모든 것이 밝혀져버린 느낌이다. 세상에 페넬로피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 한 박자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가 나온 거 같은... 뭐 안 나왔어도 상관없었을 것 같다.

  아 뭔가 단점만 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게 봤다. 그냥 한 편의 동화를 본 느낌이었다.
  아 그리고 국내 포스터 동화처럼 만들려던건 알겠는데... 제임스 맥어보이 포샵 너무 심하게 했다. 누군지 모르겠잖아...

'마음의 양식 > 때때로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0) 2010.05.18
아바타 (Avatar, 2009)  (4) 2010.05.02
로리타 (Lolita, 1997)  (0) 2010.04.27
데미지 (Damage, 1992)  (0) 2010.04.16
엘리자베스 1세 (Elizabeth I, 2005)  (0) 2010.04.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