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각해보면 블로그에서 '컨텐츠가 없는' 일기글 형식의 글을 쓸 때에는 항상 기분이 조금 안좋을 때 끄적였던 거 같다. 거참 안 좋고 찌질하네... 나중에 보면 자다가 하이킥 하겠지. 지금은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살짝 좋은 편.
2. 조금 바빠졌다. 매일 여섯시에 일어나고 여섯시 오십분에 집에서 나가는 생활...인데 아직 초반이고 몸이 힘들기는 해도, 마냥 생각이 없을 때보다는 오히려 행복하다. 재미있고, 즐겁고. 조금씩이지만 긍정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
3. 최근 부모님 중 한 분과 크게 싸운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들은 말 중 하나가 '네가 한 게 무엇이 있느냐'였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말로 슬프고 화가 났다. 쓸데없게도 난 자존심이 세면서도 정작 자존감이 약한 편인데 그걸 확 건드려 주셔서 정말로 싸움이 크게 번졌었다.
4. 난 내가 뒤끝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닌 것 같다...고 최근에서야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화를 불같이 내지만 쉽게 식는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꼭 용서나 문제의 해결를 의미하는 일은 아니었던 거다. 물론 기억력이 나빠서 정말로 잊어버렸거나, 정말로 일순간의 화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 그냥 짜증이 나기 때문에 덮어두는 일들도 참 많았다는걸 내 스트레스에 치여 여유를 잃은 순간 깨달았다.
5.
데드 링거를 본 이후 제레미 아이언스가 너무 좋아져서 큰일이다. 이번에 헤드윅 DVD를 OST 포함된 버전으로 사면서 롤리타랑 데드 링거 DVD도 샀다. 롤리타는 싸더라! 이천 구백원! 으으 아무튼 빨리 왔으면... 롤리타 그 찌질한 험버트 역할을 어떻게 소화했을지 궁금하다. 데드 링거야 본편은 이미 푹 빠졌고, 제작 과정이 들어있는 Disc 2가 어서 보고 싶다. 제레미 필모그래피를 쭉 보는데 아무래도 90년대까지 영화가 볼만하고 2000년대 이후로는 그럭저럭한 상업영화가 더 많았다. 나이들어서 조연으로 물러난 것도 많지만... 음... 작품 선택이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미션(1986)은 보고싶기도 한데 역할이나 영화 내용 때문에 망설여진다. 내가 영화를 보며 불편함을 느끼는 구석은 아무래도 다른사람들과 약간 다른 것 같다.
6. 필모그래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데미지(1992)에 나오는 그 시아버지 역할 남자가 제레미 아이언스였구나! 초등학교 때인가 중학교 때 봐서 전혀 몰랐다. 내용이 워낙에 충격적인지라 케이블에서 하던 걸 본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뚜렷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고 여자가 굉장히 뻔뻔스러웠다는 것, 결말이 정말로 불편했다는 것만 설핏 기억난다. 이거 한때 케이블에서 꽤 자주 해주지 않았었나? 나중에 또 케이블에서 해주면 봐야지. 내용이 불편했던 게 기억나서 당장 보고싶은 기분은 안 든다.
7. 렛 미 인 DVD 사고싶은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파는 데가 없다. 이럴수가. 작년에 사는건데... 중고매물도 안보이다니. 데드 링거도 절판났다가 이번에 다시 제작하는거던데 렛 미 인도 어서 다시 찍었으면 좋겠다. 혹 파는 데 아시는 분 계시면 제게 알려 주세요....ㅜㅜ 내가 뱀파이어 덕후라 이 말인가
8. '장르영화에서 뱀파이어리즘은 보통 섹스, 금지된 욕망, 동성애, 성폭행, 에이즈, 파시즘의 은유 (
링크)'가 맞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배타적이고 고독한 심리를 만들어내면서도 또 약점이 되는데... 뱀파이어에게 이러한 약점이 드러나는 면모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독이야 버릴 수 있다 쳐. 하지만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꽃미남 뱀파이어들이 거슬리고 싫은 건 그들이 예쁜 외모를 가져서가 아니라 약점이 없어서다. 햇볕을 쏘이면 죽으라고! 반짝반짝 빛나는 게 다고, 피는 동물 피를 마셔도 되고(혹은 피를 제작도 한단다, 세상에!), 애도 가질 수 있는 설정이라니. 나라도 뱀파이어 한다 이것들아.
9. 줄리안 카사블랑카스 일본공연에 가고싶어서(...) 한참 비행기 표값이랑 알아보고 그랬다. 이스트 넣은 빵마냥 마음이 마구마구 부풀었다가 지금은 다시 소강상태. 하긴 내가 지금 거기 갈 때가 아니긴 해...도 줄스, 한국에 와줘 제발...!
10. 문득 바탕화면을 보니 2009년 유럽 여행기를 아직도 안 올렸다. 나는 언제 이 게으름을 타파할 것인가! 사진정리는 너무너무
귀찮다. 초반엔 이것저것 많이 찍었는데 막판에는 너무 안찍기도 했고... (귀찮다고 카메라도 안들고 나갔으니 오죽할까)
11. 난 블로그를 왜 하는 걸까? 특별히 엄청난 소통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쓰고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기복이 크다.
12. 방에 틀어박혀있는 것도 좋고, 외출하는 것도 좋다. 나를 절반으로 나눠서 둘 다 시키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