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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읽은 만화책과 다르게 그래픽 노블이라는 게, 진짜 성인층을 노리고 만든 만화라는 게 느껴지더라. 내용이 엄청 무거우니까. 좀 더 단순화 시켜야지만 애들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올 거 같은데, 뭐 굳이 그럴 필요를 느낀 건 아니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거. 서구식 그림이 약간 적응 안되긴 했는데 그래도 느낌있고 좋았다. 하긴 이런 내용에... 이런 그림이 제일 어울리는 거 같긴 하다.
여기에서 보이는 미래 영국의 전체주의 세계관은 약간 '1984'를 떠올리게 하더라. 인종분리니 인체실험이니 이런건 당연히 나찌 떠올랐고. 아무튼 1984 뭐 그거보단 훨씬 느슨하고 훨씬 악이 판치는 세계관이긴 하다. 아무튼 이런 상상력을 발휘해서 세계를 짰다는 게 아주 신기하고 재미 있었다. 섬세한 것 같다.
'이비'가 '브이'를 만나서 바뀌어가는 과정이 신기하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브이가 이비를 갇혀서 고문 당하는 것처럼 속이는 부분이겠고, 또 하나는 브이의 죽음 이후 이비가 스스로 브이가 되어 변화의 물꼬를 트는 부분이겠다. 전자는 어떻게 보면 타의에 의한 깨우침이었는데 후자는 이비 스스로의 선택이라 그런지 요 변화가 더 마음에 들었다.
브이 캐릭터를 뭐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시스템에 의해 핍박받다가 그 시스템을 부수어 나가는 인물. 어떻게 보면 미친놈이지만, 딱 제정신이 아니라기엔 더 깊은 밑바닥의 이상이 보였다. 상징적이면서도 단순히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고. 이래저래 불쌍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때로는 싫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정떼기 힘든 캐릭터였다.
재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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