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8 - 지킬 박사와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책만드는집, 2007)

지킬박사와하이드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문학선
지은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웅진씽크빅, 2008년)
상세보기

  이전에 다른 판본으로 읽었는데 책이 생긴 김에 한 번 더 읽었다. 뒤에 단편들도 읽은 셈이고... 여전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저번에 읽을 땐 안그랬는데 이번에 읽으니 약간 구성이 꽉 짜여진 느낌은 덜하구나 싶은 아쉬움이 있긴 했다. 그래도 재미있었음. 이중인격을 극대화한 느낌이라서 독특하고. 그래도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식의 변화는 좀 무서운 것 같다.

  시체도둑은 짧은 이야기였지만 소재 때문에 강렬했다. 이건 세 편의 소설 중에 가장 간단하고 또 단순했는데 그렇게 완벽하단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흥미본위로 읽기에 즐거웠다. 약간 텔레비전에서 설화 듣는 느낌이었다. 시대배경이 예전이라 그런가 살인 사건이 조사되는 모습 이런 거보다 묵인하고, 쉬쉬하고 넘어가는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오랄라는 예상 외로 아주 좋았다. 계속해서 느껴지는 신비롭고 꽉 막힌 듯한 느낌이 좋았다. 관찰자의 눈에 보여지는 비밀을 간직한 집안이 내게도 신기하게 다가왔으니까. 오랄라 캐릭터가 너무 성스러워서 뭔가 더 괴기소설처럼 진행되어도 좋지 않았나 싶었지만, 그건 어머니 역할만으로 충분하긴 한 것 같다. 근데 아무리 봐도 흡혈귀 같은데. 그건 아닌 거 같아서 소재가 아깝기도 하고, 순문학으로서는 이게 더 낫기도 하고. 애틋한 헤어짐까지도 좋았다.

  세 편 다 완전 잘썼다 라는 느낌은 안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재미있어할만한 부분을 잘 짚어내고 또 작가 본인이 자신이 손댈 수 있는 선에서 즐겁게 쓴 소설이라는 느낌이었다. 재미있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책만드는집, 2007년)
상세보기

  공강 시간에 도서관 가서 봤다. 오 독서 굉장히 오랜만인데? 나 진짜 소설책 읽은지 백만년 된 기분. 과제 땜에 읽은 거 빼고. 하긴 과제로 읽었다고 해도 걸리버 여행기가 마지막 ㄳ... 삽질한다고 공허하게 컴퓨터만 하고 산 것 같다. 집에선 책을 펼치면 곧바로 잠이 오더라고... 독서대라도 하나 살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어릴 떄 보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내 기억이랑 다른 것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아 기억력 하고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짧은 단편이었고 그다지 오랜 시간 읽지 않은 것 같다. 한 40분 정도? 난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은 더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 안에는 모두 자신이 겉으로 드러내는 면 말고 근원적인 '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라는 틀 안에서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들. 보통은 악에 가까운 부분이 아닐까. 나같은 경우에는 실제 내가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오만방자하니까. 지킬 박사가 하이드가 악에 가까운 부분인 줄 알면서도 이것을 밖으로 꺼내는 행동을 참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된다. 지킬 박사의 말처럼,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세상의 어떤 부분도 신경 안쓰고 본질적인 욕망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다면 나라도 그렇게 할 것 같다. 특히 나처럼,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일면들을 심히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매력적인 일 아닐까. 결말이 조금 비참하긴 했지만 내가 하이드라면 자살하지 않고 도망하지 않았을 까 싶다. 자살과 사형대는 다르지 않잖아. 도망해서 더욱 소름끼치고 재미있는 일들을 조금이라도 더 저지르는 게 낫잖아.

  편지글 형식으로 사건의 배경을 서술한 것들이 좋았다. 3인칭으로 일어난 상황들을 표면적으로 파악하게 한 뒤에, 1인칭인 편지글로 인물 내면의 심리를 더욱 상세하게 알게 되어서 맘에 들었음. 이왕이면 하이드의 편지글도 보고싶었었는데... 뭐 그건 지킬 박사가 대충 묘사해 주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오래간만에 독서 모드. 거미 여인의 키스와 음란과 폭력이라는 책을 빌려왔다. 롤리타를 빌리고 싶었는데 서가에 없더라. 어휴 책 정리좀 잘 해놓으라고!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도덕성으로부터 인간의 근본적이고 철저한 이중성을 깨달았다. 내 의식세계에서 두 가지 본성이 다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나다운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사실 그런 다툼이 있었던 이유는 내가 두 가지 본성을 다 극단적으로 가지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中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