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8.2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조디 포스터, 시빌 쉐퍼드, 하비 키이텔, 레오나르도 해리스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13 분 | -


  마틴 스콜세지 감독 영화들 보기 시작하면서 이것도 관심생겨서 봤다. 엄청 옛날 영화인 셈인데 그런거 치고는 별로 그런 느낌 없이 본 거 같다. 최첨단 소재가 나올만한 부분도 많이 없었고 그보다는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라는 주인공 자체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 면에서는 재미있었다. 가슴 떨리는 느낌보다는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괴짜 청년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든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 트래비스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경험이 있는 청년이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이 청년이 겪고 있는 모든 불면증과 일련의 이상 사고 행태는 참전경험으로 인한 PTSD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트래비스가 뉴욕 시티를 운전하면서 모두를 쓸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명분을 붙여 실제로 그 일을 현실로 옮기기까지의 과정들은 전쟁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초반에 벳시(시빌 세퍼드)를 꼬시려 들 때 그녀를 포르노 영화관으로 데려가는 트래비스는 정말로 그게 '괜찮은' 행동인 줄 알고 있었다. 감각이 마비된 듯한 행동 아닌가... 중간에는 팰런타인 의원(레오나르도 해리스)을 살해하려 했고, 그마저도 실패한 후엔 새로운 목표로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라는 십대 창녀를 구해내려 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해치우려는 태도는 군인의 행동처럼 보였다. 마치 무슨 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그 목표설정 과정이 뒤틀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이리스를 구한다는 명분은 아주 좋았지만, 방식설정이 그것 외에 다른 것도 있었겠지. 굳이 포주인 스포트(하비 케이틀)와 그 일당을 그렇게 죽여버릴 필요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팰런타인 의원을 살해하려는 장면도 이해가 썩 되진 않았다. 줄거리 상으론 이해가 가는데도 트래비스의 마음 속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서.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데도 이상하게도 전개와 보여지는 상황들이 좋았다. 영화는 좋았다. 저 시절에, 전쟁을 참여했던 저 계급의 청년의 머릿속이라면 저런 일이 벌어졌을 것도 같았다. 마지막에 가서 약간은 평온을 되찾은 듣한 트래비스의 얼굴과 표정이 좋았다. 벳시와 다시 잘 됐으면 좋겠더라...



디파티드 (2006)

The Departed 
6.8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마크 월버그, 마틴 쉰
정보
범죄, 액션 | 미국 | 151 분 | 2006-11-23


  원작인 무간도를 안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진 모르겠는데 다루는 방식에서 차이가 많이 났을 것 같다. 특히 결말 부분이 좀 바뀐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또한 원작을 안봐서 확실히는 모르겠군. 영화 전개 방식이 마틴 스콜세지 특유의 비정한 갱들에 대한 묘사로 가득했다. 낭만같은 거 전혀 없이 그저 비정하기만 해서 마지막엔 좀 소름돋았을 정도였음. 좋은 친구들 같은 거 보면 더 할라나... 갱 영화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거 보고 나니 다른 것들도 보고싶어지고 그렇네ㅎㅎ

  형사지만 프랭크 코스텔로(잭 니콜슨)라는 거물 갱 아래에 첩자로 들어간 신출내기 형사 빌리 코스티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첩자 노릇만으로도 힘든 데 경찰 쪽에도 프랭크의 첩자가 있다는 걸 알고 더 곤란에 빠진다. 아일랜드 계 이민자로 힘들게 살아오면서 프랭크의 도움으로 경찰까지 된 콜린 설리반(맷 데이먼)이 그 첩자인데, 콜린은 또 콜린 나름대로 프랭크의 뒤를 봐주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하랴, 저 쪽에 있는 경찰 쪽 첩자를 신경쓰랴 곤란에 빠진다. 두 사람 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종류의 고민을 안게 된 것인데... 아무래도 목숨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빌리 코스티건 쪽이 더 안쓰럽게 보인다. 빌리가 자신의 진짜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면, 반대로 콜린은 그 자신 본래의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새 아이덴티티를 얻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여서 좀 더 궁지에 몰린 느낌보단 그냥 교활하게 보였다... 그렇게 안쓰럽지도 않고. 이 캐릭터가 나중에 프랭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게 더 명확해 지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마 프랭크는 머리가 좋은 캐릭터였는데 결국은 그렇게 갔다는 게 안습하네요. 자기가 믿고 있던 끈을 너무 믿었나보다. 정작 자기가 만들어놓았던 끈들은 하나도 믿지 않았으면서.

  퀸넌 반장(마틴 쉰)의 역할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던 거 같다. 퀸넌이 죽은 시점에서도 아무래도 빌리의 존재를 입증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인물, 딕넘(마크 월버그)이 존재해서 그런가... 그런의미에서 딕넘은 왜 들어가있는가 했더니 맨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 넣었나보다. 근데 딕넘 캐릭터 좋진 않았다. 언행 때문에 그런가. 마들레인(베라 파미가)은 좀 독특했단 느낌이었는데, 빌리와 감정을 나누는 장면장면들이 그 길이가 짦음에도 콜린과의 그것보다 훨씬 깊고 진실되어 보였다. 둘다 표피를 덮고 만난 것은 마찬가지인데 숨기고 있는 것의 차이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빌리와의 케미스트리가 더 좋았다. 어떻게 보면 빌리가 가지고 있던 고민의 크기가 콜린의 그것보다 훨씬 커보였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애는 아마도... 빌리의 애겠지?

  결말 쪽에서 빌리의 처신이 딱 이해되진 않았지만(조금만 더 인내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 덕에 나는 그 자리에서 딱 굳어버릴 만한 장면장면을 보게 된 듯 하다. 연출도 좋았고, 감독이 나타내고자 하는 시선도 딱 와닿고 연기도 좋았으니 아쉬운거 없었다. 원작 무간도를 보고 싶긴 하다. 아무래도 이 영화와는 기본 뼈대 뺴고는 연출과 느낌 나타내고자하는 생각까지 다 다를 것 같다. 두 쪽 다 좋을 것 같다.



에비에이터 (2005)

The Aviator 
7.8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블란쳇, 케이트 베킨세일, 존 C. 라일리, 알렉 볼드윈
정보
로맨스/멜로,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독일 | 169 분 | 2005-02-18


  마틴 스콜세지거 봐야지 하면서 보기로 했다. 이것도 런닝타임 미친듯이 길더라... 담은 내용에 비해서 너무 길지 않나 싶은데, 뭐 크게 지루하진 않았으니까 괜찮을지도. 나는 이거 보면서 내용 자체가 무겁거나 진중하다거나 대단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했는데 그럼에도 즐겁게 보긴 했다. 그건 주인공 하워드 휴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탓이 클 듯. 자신이 노력해서 돈을 번 것이 아닌 재벌 2세인데 그 돈으로 자기가 꾸어왔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 영화의 전부이다. 물론 그 과정이란게 마냥 쉽지만은 않고 하워드 휴즈는 결벽증이랑 편집증 증세까지 가지고 있어서 나름의 드라마는 있지만... 딱 느낌은 되게 화려한 영화라서 그런 고민이 대단하게 불거진단 느낌은 아니었다. 위기로는 작용할 지언정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실존인물인 하워드 휴즈는 괴짜스러울 정도로 비행기에 미쳐있었고, 그 꿈을 실현할 재능과 돈이 있었다. 거기다가 생긴 것도 잘 생겼으며 내노라 하는 여자 연예인들과의 염문도 허다했다. 완벽한 영화 속 캐릭터 아닌가. 아무리 영화를 가볍게 그린다 해도 실존 인물을 다뤘다는 데서 오는 현실성이 이 영화의 가벼운 필치는 꾹 누르면서 서로 융합하고 있었다. 괴짜스러운 일면을 한 번 보여주었다가, 그 인물이 가진 고통과 시련을 보여주었다가 하니까 재미도 있고.

  주변 인물들 다루는 것도 하나의 재미. 이 괴짜 캐릭터가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관철시키는 장면들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인간관계의 하나인 연애담도 제법 괜찮았다. 후반부에 나온 에바 가드너(케이트 베킨세일)과의 연애담보다는 아무래도 캐서린 햅번(케이트 블란쳇)과의 연애담이 눈에 들어왔는데 캐릭터 탓이 아닐까 싶다. 케이트 블란쳇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눈에 쏙쏙 들어오는데 어떡해...

  팬암쪽, 후안 트립(알렉 볼드윈)과의 대결과 브루스터 상원의원(앨런 알다)과의 청문회 모습은나름 결말 짓는데 재미있었다. 헤라클레스라는 거대 비행정을 완성해서 결국 띄우는 장면으로 교차해서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맨 마지막에 어릴 적을 회상하면서 거울을 보며 반복하는 말은 의미가 있으면서 동시에 하워드 휴즈의 강박증을 보여주더라.

  대단하게 매력적인 영화는 아니었다.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기대하는 스토리 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래도 그때 그 시절의 헐리우드와 미국 시대상, 하워드 휴즈라는 괴짜 인물이 버무러져 나오는 영화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그나저나 중간에 잠깐 나온 에롤 플린(주드 로)... 콩 줏어먹는거 왜 웃겼지...ㅋㅋㅋㅋ



셔터 아일랜드 (2010)

Shutter Island 
7.8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 벤 킹슬리, 막스 폰 시도우, 미셸 윌리엄스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38 분 | 2010-03-18


  영화 중간도 못가서... 거의 처음부터 반전 알 수 있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되어서는 되게 슬프더라. 특히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회상 장면 나올 때. 레오나르도 연기 너무 잘했음... 아내 돌로레스 역의 미쉘 윌리엄스도. 넘 짠하더라. 알고 보더라도 연기 참 대단했다.

  보스턴 연방 보안관인 테디 다니엘스가 처음 만나게 된 동료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정신병원 시설이 있는 '셔터 아일랜드'에서의 실종사건을 수사한다. 환자 레이첼 솔란도(에밀리 모티머)는 밀폐된 공간에서 완벽하게 사라진 사건인데, 테디는 섬에 도착한 순간부터 병원 관계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의사 존 코리(벤 킹슬리)와는 사사건건 부딪치게 되며 테디는 이 사건을 병원에서 은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의 아내를 방화로 죽인 자의 흔적이 이 곳에 없으며, 증언을 해 주었던 병원의 이전 환자 조지 노이스(잭키 얼 헤일리)를 C병동에서 만나면서 의심은 확신이 되어간다...

...지만 애당초 초반에서부터 이 영화의 반전이 무언지 알 수 있다. 난 반전 같은거 잘 못알아차리는 편인데도 그냥 보였을 정도니까, 영화 속의 사건 자체는 진행을 위한 사건이고, 진짜 사건은 뒤에 있지만 그 마저도 잘 보이는 편. 고조되어 펑 터지는 느낌은 아니었지만서도 그래도 꽤 마음에 드는 전개였다. 테디 다니엘스가 피하고 싶었던 지점이 나온 순간에는 울먹 하더라. 그 연못 속에서 아이들 모으면서 울 때. 돌로레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할 때... 이미 모든 것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렇게 한 눈에 상황이 그려진 순간에 되게 많은 감정들이 보였다.

  마지막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여운을 주는 방식인데... 뭐 무엇을 믿으려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따라서 나는 그가 환상도 현실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하는 것으로 보였다. 멀쩡한 정신으로 다시 환상 속으로 걸어가려는 듯해서 안타깝더라.

  괜찮았음. 그래도 러닝타임이 너무 길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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