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평소에 다정하시나 가끔은 무섭고 냉정한, 그러니까 요새 말로 무심한듯 쉬크한 태도를 보여주실 때가 있으시다.

  요 며칠 집에 묵고 있는 우유가 있었다. 사놓은 것인데 나와 동생이 잘 먹질 않아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있었는데...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우유 한 컵씩을 따라주며 강제로 마시기를 종용-_-; 그래서 한 잔씩 마셨다.
  그리고 난 엄마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동생의 친구. K군. 엄마는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K도 우유 한 잔 마실래?"
 
  K는 예의 바른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러자 울 엄마, 한 3초간 침묵. 그리고 다시 말하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먹어."

  ...네.

  앞뒤 아무것도 없이 그냥 먹어였다; 무서워!
  엄마는 K군이 우유를 마시는 동안 말씀하셨다.

  "다 몸에 좋으라고 먹으라고 하는거야. 어른이 주시면 재깍재깍 받아 먹어야지."

  그러믄요, 유통기한이 코 앞에 있어서 말씀하신건 절대로 아니겠죠... 


  그러고 보니 하나 떠오르는 기억. 언젠가 광화문에 갔을때, 집까지 오기 지하철은 너무 귀찮았다. 갈아타는 환승구역도 길고 해서-_-;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지하철 환승 귀찮아서 그러는데 광화문에서 집까지 가는 버스 있어?"
  "글쎄..."

  그리고 잠시 소리가 없어서, 뭔가 찾아보시려나보다 했는데 곧바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냥 지하철 타고 와."

  그러니까 그게 귀찮아서 물어본 거잖아요?!


  아무튼 오늘도 어머님은  무심한 듯 쉬크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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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들어 모든게 상대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왜 이리 자주 잊고 사는 걸까. 내가 갖고 있는 무언가가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그 행복일 수 있다. 내가 부러워하는 행복은 누군가에겐 하찮은 것 일수도 있다. 누구나 자신이 쥐고 있는 행복의 가치를 잘 가늠하지 못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행의 가치만을 크게 가늠할 뿐이다.
  -갑자기 왠 진지한 이야기냐, 하느냐면... 사실 별로 진지하진 않고.

  오늘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와서 내 삶에 대한 반성을 아주 조금 했다. 우리 아빤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우리 엄마 아빠가 나랑 내 동생을 정말 오냐오냐 키우는구나... 나 철 좀 들어야겠구나... 뭐 요런 생각 조금 했다. 아빠 밥을 차려주는 나라니. 정말 상상할 수 없어(...)

  나는 우리 엄마 아빠가 나와 내 동생을 정말 오냐오냐 곱게 키우는 걸 알면서도, 조금 불편한 점이 생겨도 불만을 툴툴툴 털어놓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아빠가 평소에 정말 우리에게 미친듯이 잘해도, 명절 때 조금 권위 세우는거- 엄마한테 물 떠오라고 시키는거- (나한테 시키는 건 괜찮아;) 그런 일만 생겨도 불만을 품는다.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지만... 그래도, 우리 아빠가 그러는게 나는 싫다. 우리 아빠는 다정다감하고 좋은 사람인데. 왜 명절 때 변해야 해?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아빠가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아빠였으면 좋겠다. 나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다. 예전부터 가족에게는 유독 그랬다. (이게 다 질풍노도의 중학시기 때문이야.)

  그러나 전에 엄마가 그랬다. 그 상태에서 만족할 줄 알면 그게 사람이냐고. 그러니까 내가 가진 불만에 대해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나는 스스로에게 그런 변명을 한다. 아빠는 좋은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아빠의 단점을 완벽히 커버해 주는 것은 아니니까.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딸로서 아빠가 완벽하길 꿈 꿀 수는 있는거니까. 그냥 그렇게 되진 않더라도... 바랄 수는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불평한 거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진 않을란다. 아빠 미안, 내가 이래-_- 이건 엄마 닮아서... 어쩔 수 없어. 

  물론 내가 철없다는 것은 인정하고 고쳐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아빠 미안-_- 인젠 동생 꼬셔서 같이 집안일도 쫌 할게... 그래도 나 요새 청소기도 돌리잖() 발전하는 내가 되고 있어... 그래도 속알맹이좀 차고 있으니까 점점 더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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