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2010)

The Yellow Sea 
6.7
감독
나홍진
출연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이철민, 곽도원
정보
스릴러 | 한국 | 156 분 | 201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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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룸메 꼬셔서 봤는데 영화 끝나자 마자 한 생각은 너무 많이 기대했구나, 였다. 내가 뭘 본건가 싶어서 약간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을 지경. 영민했던 추격자의 서스펜스를 기대했는데 나온 건... 글쎄. 나쁘지는 않은데 추격자 정도의 수작은 아닌 작품이었다. 100억이나 되는 돈을 쏟아부었는데 나온 작품이 전작보다 별로면 감독 속도 좋진 않겠다 싶네. 확실히 나쁜 건 아닌데, 이 처절함 속에서 내가 무엇을 보아야하는지 헷갈렸다. 메마르고 각박하고 처절한 그 삶 자체? 음... 해피엔딩이나 그런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너무 꼬여있다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다.

  아내(탁성은)를 한국으로 보낸 조선족 구남(하정우)은, 아내를 보내느라 진 빚 때문에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다. 거기다 아내와는 연락도 잘 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그 곳을 꽉 잡고 있는 인물인 면정학(김윤석)은 구남에게솔깃한 제의를 해온다. 한국에 가서 김승현(곽도원)이라는 사람을 죽이고 엄지 손가락을 잘라오면 돈을 주겠다는 것. 고민하던 구남은 결국 아내를 보고 싶은 마음과 돈 때문에 한국행 밀입국을 시도한다. 그러나 일은 잘 풀리지 않아 김승현은 누군가에게 먼저 살해되고, 그 현장에 있던 구남은 김승현의 부인(임예원)에게 발각되어 죄를 뒤집어쓰고 도망을 다닌다. 중국행 배를 대기로 했던 면가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김승현과 친분이 있던 김태원(조성하)의 조직까지 그를 쫓는다. 끝없는 도망과 추격이 그려지고, 그 사이사이에 면정학과 김태원 조직의 불화까지 더해져 구남의 처지는 더욱 곤란하게 된다.

  캐릭터들이 현실과 비현실성을 넘나들더라. 모두의 상황은 현실적인데, 그려지는 부분은 비현실적인 것들이 있다. 특히 면가와 구남이 살아남는 과정들을 보면 저게 어떻게 가능해 싶다. 그 와중에 그 둘이 다쳐가는 장면들을 보면 또 저건 현실적이네 싶고. 약간 감탄했던 게 면정학의 마지막 장면. 되게 어울리더라. 구남은 그냥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모든 일들의 시작이 하잘것 없는 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등장인물들의 모든 행동들의 의미가 참 격하되어버린다는 느낌이다. 근데 그게 또 우리 인생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싶기도 하고... 아 모르겠다. 내가 확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어서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장면장면 생각하면 되게 좋았는데 전체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내 취향은 아닌 영화였다.


추격자
감독 나홍진 (2007 / 한국)
출연 김윤석,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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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가 보고 싶어서 룸메랑 보았는데... 하정우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응? 이게 아니고 그 정도로 연기 잘했다. 진짜 보면서 아오; 저 자식을 그냥! 이러면서 봄.

  각본이 진짜 흥미로웠다. 살인자를 잡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잡은 살인자에게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고 그걸 어떻게 완전히 잡느냐에 가까웠다. 모든 패를 앞에 다 보여주고 내 앞에서 이리저리 섞어대는데 야 이거 재밌더라. 머리 쓴 시나리오라서 마음에 들었다. 그걸 표현하는 방식도 촌스럽지 않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였다. 경찰들에 대한 묘사가 현실성 있으면서도 너무 지나칠 정도로 몰고가지 않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건 흠도 안 된다. 미행하는 장면만 없었으면 100점 만점에 100점. 미행 때문에 99점 정도...

  관객에게 완벽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주진 않는 것이 아무래도 미진(서영희)때문이긴 한데, 또 역설적이게도 그 때문에 맨 마지막에 가서 엄중호(김윤석)가 지영민(하정우)을 마침내 잡았을 때의 느낌이 더 살아났다. 슬로우 모션이 들어가는 장면 두 번이 모두 쓰라렸다. 수퍼마켓에서 현장을 발견했을 때 달려드는 중호의 모습과, 맨 마지막에 지영민을 망치로 내려칠까 말까 고민하던 그 찰나에 경찰들의 제지로 실패하는 모습. 두 씬 모두 슬로우 모션이 쓰였는데 이상하게 내 손안에 움켜쥐어 있던 긴장마저 슬로우 모션으로 꾹꾹 눌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이 좋았다. 특히 지영민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는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게, 이렇게 현실적인 싸이코패스 살인마 역할은 또 오래간만에 보았다. 다른 곳에서 많이 나오는 '탁월한' 싸이코패스들을 볼 땐 다소 연극적이다 싶은 경우가 많았는데 이 살인마는 찌질한 그 일면까지도 참 현실적이더라. 웃다가 울다가 찌질했다가 냉혹해졌다가 이게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감탄만. 엄중호 캐릭터는 아무래도 내가 시선을 따라가게 되는 캐릭터인데 선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양심을 내팽겨쳐버리지도 않은 그런 적당한 속물, 특히 미진의 딸 은지(김유정)이 등장하면서 더 깊어진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묘사들이 마음에 들었다. 영민을 미친듯이 쫓을 때야 발휘되기 시작하는 숨겨져있던 형사의 감들도 좋았고.

  연기는 그냥 말할 필요가 없네요. 다들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하정우는 진짜... 이렇게 연기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연기 잘하더라. 그렇게 이해가능한 캐릭터도 아니었을텐데 어쩜 이렇게 연기하나... 싶을 정도로 잘했다. 김윤석이야 언급할 필요가 있나... 서영희도 미진이 잡혀있을 때 묘사에서 나까지 소름끼치도록 연기 잘 했고, 다른 조연들도 좋았다. 오 형사 역의 박효주만 약간 아쉬웠는데... 왜 그렇게 느껴지나 모르겠다. 그 미행 연기 때문인가...

  무조건적인 해피 엔딩을 보여주는 영화도 아니었고 사실적인 묘사로 가득한 영화였는데 그 때문에 더 긴박하고, 더 슬펐다. 재밌었다.
2010/08/13 - 완득이 / 김려령 (창비, 2008)



완득이
감독 이한 (2011 / 한국)
출연 김윤석,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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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룸메랑 보았다. 원작을 좋아해서 보고 싶긴 했는데 이거 개봉일이 나 출국일이었나ㅋㅋㅋㅋ 그랬었음. 그래도 어떻게 보게 되네. 한국 영화 되게 오래간만에 보았다 싶다. 한국영화 싫어하는 거 아니고 오히려 좋아할 땐 몹시 좋아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들도 꽤 많은데 이상하게 막상 보려 하면 한국 영화 피하게 된다. 왜 그런지 모르겠네.

  보고 난 느낌은 원작의 멀끔한 각색이라는 느낌이었다. 일인칭이었던 소설을 어떤 식으로 그려나가려나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원작 느낌이 더 많이 나서 좋았다. 일인칭이 가져다주는 사춘기 소년의 틱틱대는 말투가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꽤 재미있지 않은가. 도완득(유아인)이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는 좀 더 수줍고 청순한 느낌이 났지만 여전히 완득이었다. 개구지고 까불까불한 면도 강한 그런 십대 소년. 동주(김윤석)는 책보다 더 진짜 선생님같은 느낌이었다. 찾으려면 또 흔히 찾을 수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인데, 동주라는 캐릭터의 가벼움과 진지한 면모를 둘 다 잘 섞어놓은 그런 모습이었다.

  스토리 진행 자체는 글쎄, 내가 원작을 봐서 그런가 신기할 거 하나 없었지만서도 이것 저것 뒤섞여진 이야기들을 하나로 잘 모아놓아서 좋던데. 완급이 괜찮은 드라마 한편을 본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거 무거운 소재일 수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허투르지 않게, 그러나 가벼운 모습으로 그려주어 좋았다. 때로는 이런 것들을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보아야 할 때도 있다.

아저씨
감독 이정범 (2010 / 한국)
출연 원빈,김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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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빈씨 영상 화보 잘봤습니다. 감상 끝. ...아니 이게 아니고.. 아니다. 진심이야...

  그래도 뭐 더 써보라면 이 영화엔 스토리라고 할 게 별로 없다. 비밀에 휩싸인 듯한 전당포 아저씨 차태식(원빈)이 범죄에 휘말려 들어 납치된 옆집 아이 소미(김새론)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구한다. 그게 끝이야... 정말 그게 다였다. 악당들인 만석(김희원)과 종석(김성오)는 아주 얄팍한 악역일 뿐이고, 다루고 있는 마약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악역중에 그나마 약간이라도 인간적인 깊이를 보여주는 건 람로완(타나용 웡트라쿨)인데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악당들을 쫓고 동시에 태식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경찰 쪽 인물들인 김치곤(김태훈)이나 노형사(이종필)의 배역도 아쉬울 만큼 적다. 더 깊이있게 그릴 수 있었을 캐릭터들이었는데 이 영화는 조연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원빈의 얼굴을 잡기 바쁠 뿐.

  기본적인 골격을 잡아놓고 살을 안 붙인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 사건들이 너무 단순해서 의아할 지경이었음. 악역이라도 잘 활용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이건 진짜 원빈 원톱 영화로구나. 문제는 태식의 캐릭터조차 제대로 잡힌 게 아니었다는 거. 태식의 행동기반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뻔한 과거 트라우마야 그렇다 쳐도, 소미와의 관계라도 제대로 그려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대체 왜 그렇게 목숨 걸어가며 소미를 구하러 가는 지 이해가 안될 지경. 단순히 아이를 좋아하는 따뜻한 마음_☆ 이라기엔 이건 뭐 순수한 사람도 아니고. 대충 레옹 식의 감동 스토리를 구상하려 한 것 같았는데 이건 그 쪽으로는 꽝이었다. 태식과 소미는 입 좀 다물어줬으면 하고 소원함. 주변 인물들보다 주인공인 이 둘의 대사가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오글오글. 만석과 태식의 대화를 듣다 보면 이게 한 현실 속의 인물이 맞나 싶었다. 화보인데 말하지 마세요.

  문제 해결도 참 쉽게 쉽게 가버렸고. 람로완의 시선만 봐도 소미가 멀쩡할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거기서 나타나는 건 정말 이 영화가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만을 가중시켰고ㅋㅋ 어 결말 부분에서 가장 최악이라 할 만한 것은 사운드트랙. 제발 이딴 데 웅장한 음악 깔지 말아라... 차라리 아무것도 깔질 마.

  액션은 좋았다. 개인적으로 총을 가지고 액션 하는 것보다 칼을 다룬게 좋았음. 람로완과의 대결에서 태식이 칼을 쓰는 솜씨를 보면서 감탄. 그런 의미에서 만석은 너무 쉽게 죽인 것 같아요. 총은 너무 단순하잖아... 걔가 가장 나쁜 애였는데 다른 애들에 비해 쉽게 죽었다 싶었다. 액션 전체적으로 좋긴 한데 막 잔인하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짝패 봐서 그런가...? 난 짝패에서 그 손가락이 후두둑 떨어져나가는 장면이 너무 인상깊게 남아버렸나보다. 아, 내 생각엔 액션도 짝패 쪽이 나았다.

  원빈을 보기 위해 보는 영화. 그 이상의 의의를 가지면 안될 것 같다.

이끼
감독 강우석 (2010 / 한국)
출연 정재영,박해일,유준상,유선,허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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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연재되었던 윤태호의 웹툰 '이끼'를 영화로 옮긴 작품. 토요일에 항졸이랑 다류랑 봤다. 이제야 리뷰를 쓰는 이유는 바쁘기도 하고 게으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악평을 엄청 듣고 가서 각오하긴 했는데, 으 생각보다 후졌다. 배우들은 호연이긴 한데 캐릭터 보면 낭비된 캐릭터도 많았고... 특히 박민욱 검사(유준상). 나의 박검사는 이러치 아나!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이 죽은 뒤 외딴 마을에 오게 된 유해국(박해일). 마을에는 마을 안의 모든 일을 통솔하는 이장 천용덕(정재영)과 그 아래로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세 사람, 전석만(김상호), 하성규(김준배), 김덕천(유해진)이 수족노릇을 하며, 또 알 수 없는 여자 영지(유선/윤아름)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해국이 마을의 기반에 관련된 비밀을 파헤쳐간다, 이건데... 해국의 끈질긴 성격은 박민욱 검사를 좌천되게 만든 그의 악에서 잠깐이나마 드러난다. 영화에서 이 부분의 효과는 적절히 괜찮았지만서두 좀 더 심리적인 밑바탕이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런닝타임이 3시간에 육박하는데도 중반 이후로는 그 시간을 적절히 이용해먹지도 못했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배경 밑밥을 더 깔던지.

  욕을 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중반까지의 진행은 나름 마음에 들었었다. 원작에 입각해서.. 물론 쓸데없는 장면이 많긴 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잘 이끌어냈는데, 중반 이후의 각색은 설득력도 설득력이거니와 재미없고 늘어져서 진짜 보느라 지치더라. 그리고 스릴런데 왜 가슴이 떨리질 않니. 잔뜩 긴장해야 할 부분에서 계속 과거 회상이나오고 또 나오고... 제발 나 떨리게좀 해줘. 아무리 스토리 알고 본다지만 이건 아니잖아...

  해국의 역할이 원작에서보다 악착같은 감이 적어서 좀 슬펐다. 그리고 좀 더 수동적인 느낌도 있었고... 뭐 박해일은 예쁘다. 유목형은 원작의 캐릭터가 훨씬 낫다. 여기에서는 그냥 사람좋고 인내심 좋은 사람으로만 보인다. 특히 각색때문에 더욱 더. 기도원 사건은 그렇게 각색해선 안되는 거였는데. 전석만이나 하성규는 원작가 나름 비슷한 느낌인거 같았고.. 특히 하성규가 어울렸다. 김덕천은 원작의 세밀한 부분을 그려내기 어려워서 각색한 건 좋은데 그의 죽음에 관한 부분은 좀 억지였지 싶다. 천용덕이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아, 천순경(임승대)은 원작과 꽤 비슷. 뭐 더 비틀것도 없고. 제일 어이없는건 이영지인데 으 그 마지막의 반전이라는게 어이가 없어서... 항졸과 어이없다고 소리침ㅋㅋㅋ 아냐 영지는 이런 캐릭터가 아냐.... 전체적으로 캐릭터들 매력을 폭삭 죽여놨다.

  영화버전에서의 각색이야 어느정도 필요한 거고, 뭐 캐릭터나 스토리의 변형까지도 이해할 만 한데 문제는 진행.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긴장할라치면 그걸 꼭 꺼트리는 뭔가가 있고... 스토리를 산만하게 만드는 구성을 택해서 글쎄. 후반으로 갈수록 지루하고 늘어진다. 각오했지만서도 슬펐어...

  보려면 원작 보지 말고 볼 것.

마더
감독 봉준호 (2009 / 한국)
출연 김혜자, 원빈, 진구,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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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무니랑 둘이서 봤는데 음... 둘다 아 찝찝하고 끕끕한 영화로다. 이런 표정으로 영화 감상을 마무리 했다. 봉준호, 김혜자, 원빈을 통해 초반 흥행을 했지만 오랫동안 이어지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이건 대중의 취향은 확실히 아니구나... 봉준호 감독이니만큼 단순히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벌이는 엄마의 사투가 나올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닌데, 이거 참 끕끕하고 그랬다.

  단순 모성애를 그렸다기보다는 여러가지 아들에 대한 집착이랄까, 더 복잡한 감정의 일면을 본 것 같다. 살인죄로 잡혀들어가게 된 도준(원빈)을 구해내기 위해 증거를 모으는 엄마 혜자(김혜자)의 모습은 처음에는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지지만 보면 볼수록 집착하고 강박적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모자란 아들이라고 해도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챙겨주고 있다는 느낌. 도준이 하고다니는 행태를 보면 그렇게까지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았다. 어릴 때 도준을 죽일 뻔 했다는 죄책감이 얽혀있는 탓인지 혜자가 보이는 도준에 대한 사랑은 '보호'를 넘어서 '집착'처럼 보여졌다.

  반전 자체는 예상할 만 했는데 그 반전이 영화상에서는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걸 위해 중반 이후까지 혜자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긴 했지만, 그 상황을 통해 스릴러적인 느낌을 얻는다는 것보다는 찝쪼름하게 묻어나는 인간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비단 혜자와 도준 사이의 일그러져 있는 모자관계 외에도, 악한 것 같으면서도 또 알 수 없는 동네 양아치 진태(진구)의 모습, 일을 쉽게 쉽게 처리하려 드는 제문(윤제문)을 포함한 시골 형사들의 모습, 적당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변호사(여무영)의 모습, 약에 취한 십대들(고규필, 정영기)의 모습, 생계를 위해 쌀을 받고 몸을 파는 아정(문희라)...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주변의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일그러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누명'이라는 것 자체가 맥거핀으로 작용해서 이 전체 이야기를 보게 하려는 것 같은... 아 물론 혜자와 도진의 관계도 중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을 알게 된 후 현실을 받아들이는 혜자의 태도는 글쎄, 예상 가능하면서도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고물상 노인(이영석)은 무슨 죄란 말인가. 혜자는 아들의 죄를 벗기려 노력한 게 아니라, 아들의 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았다. 그 살인 이후 혜자의 갈대밭 장면은 처음 도입부와 교차되는데 이게 처음에는 생각없이 보던 장면이 고 부분에서 혜자가 그렇게 행동한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 오싹해졌다. 혜자의 살인 뿐 아니라 후에 범인(의 죄를 덮어쓰게 된)과 만나는 장면에서 '부모가 있느냐'고 묻는 장면까지 모든 것들이 기분이 과히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도진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고, 혜자와의 일상도 여전히 그대로이다. 그런 무덤덤한 생활 안에서 혜자가 여행을 떠나기 전 도진이 건네주는 침통은 잔잔한 물결의 파문처럼 다가왔다. 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침자리'에 스스로 침을 놓고 춤을 추는 중년의 여자들 사이로 들어가 사라져 버리는(듯한) 혜자의 모습은 글쎄.. 묘하게 여운이 깊었다.

  영화에서 의외로 좋았던 건 진태 캐릭터였다. 진구의 연기도 좋거니와 진태 캐릭터 자체가 선악을 가리기 힘들었는데 무작정 나쁜놈으로 나오는 것만도 아니었다. 돈을 받은만큼 확실히 일을 해줬고, 그 술집 딸아이(천우희)와도 쉽게 사귀는 거 같지 않았고, 도준을 갖고 놀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여러모로 선한 척 하는 다른 캐릭터들보다는 훨씬 진솔하다는 느낌이더라.

  원빈은 멍청이어도 원빈이더라(...) 으 감독도 이걸 노리고 캐스팅한거 아닌가. 그리고 생각보다 연기가 좋았다. 김혜자씨의 히스테리컬한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막 재미없는건 아닌데 그렇다고 뭐 기분이 깔끔하지만도 않은 영화였다. 대중의 취향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전우치
감독 최동훈 (2009 / 한국)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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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척집 방바닥에서 썩어갈 때 광주 시내구경으로 끌려나가 본 영화. 볼 생각은 전혀 없었고 영화 내용도 몰랐는데 그냥 감독이 최동훈이라기에 재밌을 것 같았다. 적어도 재미는 없어도 강동원 얼굴은 보다 나오겠거니(...)

  적당히 시간 때우기는 좋았는데 박장대소 한다던가, 영화가 엄청 잘만들어졌다던가 이런 이야기는 못하겠다. 한국형 액션이라기엔 이미 이런 식의 소재가 꽤 있지 않았던가? 아라한 장풍 대작전 같은거. 난 오히려 그쪽이 흥미롭던데. 그래서 소재에서 엄청 특이하다 요런건 못느꼈고... 이야기 진행도 뭔가 좀 빤히 보인달까, 그런 거도 있고. 요건 넘 무르게 넘어가지 않았나, 이랬던 점도 있었고.

  깨달음 따위는 눈꼽만치도 없는 장난꾸러기 주인공 전우치(강동원)라던가, 온갖 걸 다 통달한 듯한 스승 천관대사(백윤식), 주인공 옆에는 항상 주인공을 도우며 때로는 유혹에 시달리기도 하는 친구 초랭이(유해진)가 있고, 주인공이 폭 빠진 여자(임수정)에 적으로는 주인공은 손도 못 댈 강자 화담(김윤석)이 있으니 이 어찌 흔하지 않으랴. 오해를 만들어내는 실수투성이 신선들(송영창, 주진모, 김상호) 까지도 좀 빠지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캐릭터 뿐 아니라 스토리 진행도 그저 그랬고...

  뭐 연기들은 좋았다. 난 강동원이 요런 껄렁한 연기를 잘 하는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유해진이나 김윤석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나머지들도 다 좋았음. 아 요괴로 나온 선우선이나 공정호는 대사가 없어서 그런가 역할 땜에 그런가 좀 무덤덤.

  농담들도 그렇고 뭐 재미가 없는건 아닌데, 그래 그랬어... 뭔가 허전했어... 내가 최동훈에게 기대한 영화는 이런게 아니었는데. 분명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바르게 살자
감독 라희찬 (2007 / 한국)
출연 정재영, 손병호, 이영은, 고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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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포맷하느라 백년만에 텔레비전 틀었더니 이게 하더라. 덕분에 거실이랑 내 방 들락달락 하면서 영화 봤다. 원래 개봉했을 때도 보고싶어하던 영화라서ㅎㅎ 그리고 난 정재영이 좋으니까.

  딱 장진식 영화다. 감독은 라희찬이지만 영화 보는 내내 '이 영화는 장진과 연관되어 있습니다'를 지울 수가 없는 장진 각본. 영화는 그냥 적당히 코미디같이 확 꼬여져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보는 도중 불쾌하다거나 그런 장면은 거의 없었고, 슬금슬금 진행 잘 된 거 같음.

  융통성 없어 교통경찰로 좌천까지 당한 정도만(정재영)은 그 융통성 부족으로 인해 새로 삼포시에 부임받은 경찰서장 이승우(손병호)의 눈에 한 번 찍힌다. 사실 여기까진 큰 문제 없는 편. 그런데 이 삼포경찰서장 이승우께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강도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대응력을 보여주겠다면서 모의 시험을 한 게 문제. 설렁서렁 대충 플레이하고 대충 잡는 모습으로 '시골 사람'들을 사로잡으려던 이승우의 계획은, 강도 역할을 정도만이 맡음으로써 산산히 부서진다. 정도만이 융통성 없이 경찰을 물먹이며 철두철미하게 강도역할을 해버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 대부분이 은행 안에서 벌어지는데, 뭐 은행원들 각각 제 역할을 다 하고 있고 그 안에 있는 손님들과 형사들도 적당히 적당히 역할구성에 필요한 존재로 괜찮았다. 부패한 경찰을 비꼬는 내용도 좀 있긴 한데 그렇게 비중이 크진 않았고... 뭐 무겁지 않고 재미 있었던 영화. 하지만 뭔가 탁 치는 큰게 부족한 느낌.

7급 공무원
감독 신태라 (2009 / 한국)
출연 김하늘, 강지환, 장영남, 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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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봤다. 한국 영화가 7급 공무원이랑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밖에 없었으니 무엇을 선택할 지는 당연한 거 아닌가. 그리고 난 강지환을 꽤 좋아합니다.

  큰 골은 뭐. 로맨틱 코미디의 필수요소인 오해가 주 이야기. 국정원 커플끼리라서 서로의 신분을 추적 못해 오해의 골이 깊어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국정원이라는 소재가 뭐 엄청 특별하진 않은데 서로간의 오해를 만들어 주는 역할은 톡톡히 해냈다.

  당당한 성격인 수지(김하늘)가 국정원에 들어간 건 이해가 되는데, 중간에 찌질이 재준(강지환)이 국정원에 들어간 건 조금 신기. 국정원 인물들이야 수지 쪽의 홍팀장(장영남)과 재준이 속한 하리마오 쪽의 원석(류승룡)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홍팀장은 수지의 수다상대라는 느낌이었고, 원석은 재준에게 도움이 되는 멋있는 상사. 상사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 쪽이 좋았다. 비중도 더 있었고.

  아무튼 거의 체력이 바닥 직전인 상태에서 봤는데 오 간간히 꽤 재미있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봤을 때 결코 훌륭하다 할 순 없지만 작게작게 터지는 개그가 너무 웃겼어. 덕분에 체력이 버텨줄 수 있었다. 감독이 세심한 부분을 잘 이용할 줄 알았다.

  이거 나왔을 당시 박스 오피스 1위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그냥 시기를 잘 타서인듯. 내용도 적당히 로맨스 코미디에 특이한 소재 잘 버무려놨고. 각잡고 보라면 보기 싫은 영화고 그냥 저냥 취향 안타는 영화로 나처럼 시간 때우기가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좋을 영화.

애자
감독 정기훈 (2009 / 한국)
출연 최강희, 김영애, 배수빈, 최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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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전인가 엄마랑 할머니랑 고모랑 같이 봤다. 모녀 모녀. 대략의 스토리를 알고 있었고 그게 전부라는 걸 알았기에 별로 기대는 안했다. 엄마가 병걸려서 죽는 스토리에서 뭔가를 더 기대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더 나아갔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지도 의문이고. 규격이 정해진 스토리는 그 안에서 재량을 발휘하는 편이 훨씬 재미있는 편이다.

  포스터만 봤을 때는 애자(최강희)와 엄마(김영애)사이가 되게 돈독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런 건 아니더라. 오히려 엄마는 애자의 오빠인 민석(김재만)에게 더 사랑을 쏟아주고 있어서 놀랐다. 뭐 그거에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서도. 트라우마를 이용한 건 꽤 괜찮은 것 같다. 쨌든 그래서 억세고 독특한 애자와 애자 엄마. 그런 여자 둘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조합이 좋았다. 하긴 내가 생각했던 부들부들한 모녀관계였으면 이 이야기가 더 발전하기 힘들었겠지 싶다.

  초반에 애자 캐릭터 할애에는 크게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 않는데도 애자의 성격이나 엄마와의 관계가 다 보여서 좋았다. 20대의 애자는 그 성격 그대로 큰 철딱서니 없는 여자다. 적당히 남자친구인지 섹스프렌드인지 모를 철민(배수빈)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공모전보다는 적당히 출판사에 글을 보내 먹고 사는 작가. 그런데도 개성이 톡톡 살아있어서 좋았다. 경향신문 공모전에 관해 어떻게 된 건지 편집장(장영남)과의 부분은 설명이 빈약하게 넘어가서 아쉬웠지만... 뭐 이해하는데 부족함은 없었다.

  애자 중심의 이야기 전개인데도 엄마의 성격과 트라우마, 그걸로 인해 민석이 왜 그렇게 나약하게 자라났는지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서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중간 이후로 신파로 빠지는 이야기인데도 계속해서 애자와 애자 주변인과의 관계에 대한 조명, 애자의 인생 이야기도 빠지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도 확실히 신파 이전의 활달한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는 건 사실. 이 모녀의 이야기를 길고 긴 인생사로 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최강희와 김영애의 부산 사투리는 잘 모르겠다... 내가 부산 사람이 아닌데도 조금 어색하게 들리더라. 실제 부산 사람이 들으면 더 그렇겠지. 그래도 연기는 좋았다. 최강희는 날라리 연기에 특화되어 있다. 김영애는 고운 아주머니 연기로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데 이런 역할도 좋더라.

  애자는 엄청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소재부터가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도 음. 그 안에서 다채롭게 이야기를 끌어낸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나는 신파를 별로 안좋아한다. 워낙에 눈물이 많아서 일부러 보는 건 피하는 편인데... 이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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