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뒤에 쓰는 여행기^^.... 게으름이시여. 나로서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여행 코스는 신발끈 여행사에서 잡았고, 4월부터 이미 비행기를 결제해놓고 여행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여행 전에는 이것 저것 챙길 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지만 어쨌든 당일 날 만큼은 기분좋게 출발했다.
파리-베네치아-로마-인터라켄-빈-프라하-뮌헨-암스테르담-런던. 이 코스를 오며가며 비행기 빼고 20일만에 소화하는 기가 막힌 일정.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 일정이 그렇게 힘든 일정인지 몰랐는데, 여행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기함을 하더라... 여유롭게 잘 보려면 2주에 3개국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우리는 그야말로 극기 여행을 했고, 중반 이후엔 힘이 딸려서 죽을 뻔 했다.
여행 가면 남는 건 사진 뿐이라던데, 막판 나라들은 사진도 얼마 없다.. 그렇지 뭐.
가기 전에 준비해 간 건 많이는 없고... 유레일도 다 여기서 예약해 갔다. 예약 불가능한 두 구간 빼고는. 그 날 그 날 일정을 짜서 적은 여행플래너와 여행책 국가별로 분권한 걸 가져갔음. 비상 연락처랑, 뭐 그딴 것들.
7월 22일 수요일. 인천.
인천에서 홍콩을 경유해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케세이 퍼시픽 항공을 이용했다. 첫 비행기는 CX419로 20:00 인천 출발, 22:45분 홍콩 도착. 두번 째 비행기는 CX261로 23:45분 홍콩을 출발해서 파리에는 아침 6시 35분에 도착하는 코스였다.
인천에서 홍콩 가는 길엔 난기류 때문에 조금 무서웠다. 내 인생 두 번째 비행기. 창가에 앉을 수 있었는데, 바깥 풍경이 내게는 마냥 신기했다. 홍콩에 도착할 때 쯤엔 홍콩 야경이 기가 막히게 예뻤다. 케세이 퍼시픽의 비행기는 뭐 내가 이코노미 석이긴 했지만 엄청 좋다는 느낌도 아니었는데, 앞 의자에 딸린 LCD를 이용해서 게임이나 영화, 잡다한 것을 즐길 수는 있었다. 저녁이랍시고 기내식이 나왔다. 파스타와 빵, 과일. 뭐 그 정도. 그럭저럭 맛있었다. 스튜어디스 언니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었다. 그런데도 여행을 하는 나와 은자는 뭐지...
홍콩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렸을 땐 후덥지근한 공기 탓에 숨이 막혔다. 공항이 인천공항에 비해 안좋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 공항이 신설 공항이니 어쩔 수 없지만. 비행기에서 활주로로 내려서 거기서 공항 버스를 타고 공항 안으로 이동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승 시간은 고작 한 시간 남짓이라서 어딘가를 구경할 생각은 못했다. 다만 굉장히 다양한 쇼핑몰이 공항 안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쇼핑 천국!
아무튼 그래서 대기장소에서 얼마 기다리지 않다가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탔다. 여기서는 이제 거의 외국인 밖에 보이지 않아서 외국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중간엔 현지 시간에 맞춰 기내식을 먹어서 기내식을 두 번 먹었다. 방금 밥 먹은지 얼마 안됐는데...? 했지만 어쨌든 먹었다. 처음 기내식은 햄버그 소스에 버무려진 고기, 감자, 빵, 애플파이, 샐러드. 어라 본격적. 다음날 아침에 파리 근처에서 먹은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요플레였다.
열 시간이 넘는 죽음의 비행시간. 그 동안 우리는 잠을 자야 했다. 우리의 생체 시계는 잘 시간이었으니까. 사실 좀 졸립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잘 수는 없었다... 이코노미 석이라지만 의자가 엄청 불편했다. 목이라도 젖힐 수 있게 해주던가. 기묘하게 목을 받치는 의자라서 엄청 불편. 케세이 퍼시픽만 이런 건 아니겠지... 거의 한 시간마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당연히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죽을 상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7월 23일 목요일. 어쨌거나 파리 도착!
공항 사진이 내가 나온거밖에 업서...
샤를 드 골 공항은 매우 컸다. 부랴부랴 짐을 찾은 은자와 나는 공항 내에서 헤매는 데에도 시간을 꽤 쏟았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갈 요량이었는데 당최가 길도 못찾겠고... 결국 버스 타러 공항 셔틀 버스를 타고 터미널 갔다가 버스는 안타고 R.E.R (지하철과 똑같다.. 다만 비쌀 뿐..)을 타고 파리 북역까지 왔다. 편도로 8.5유로.
북역에서는 꺄르네를 샀다. 10장 당 11.6유로. 은자와 절반씩 나눠서 5장씩 가졌다. 그리고 숙소가 있는 Voltaire역으로. 중간에 한 번 환승을 해야 했다.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만 해도 외국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외국이고 외국인만(그들 입장에선 우리가 외국인이었겠지) 가득했는데도 아직 뭐 실감은 안났던 그런 단계. 그냥 지하철이 되게 후지다는 생각만 했었다. 특히 문고리가 있어서 자기가 문을 열어야 하는 파리 지하철은 정말 충격이었다. 환승로도 좁고... 그리고 지하철에서 나오는 곳은 그냥 문을 손으로 밀어 열기만 하면 됐다. 한마디로 표는 들어갈 때만 필요.
이게 파리 지하철 내부ㅋㅋㅋㅋㅋ 딱봐도 좁지 않은가!
Voltaire역에서 바깥으로 나왔을 때, 처음으로 아 여기가 외국이구나! 했다. 정말 우리나라와는 달랐던 특이한 건물들. 들뜬 것과는 반대로 숙소를 못찾고 헤맸다는 것만 빼곤 좋았다(...) 은자와 내가 길치라는 걸 여행을 통해 깨달았노라. 이 때 길 잃었던 건 그냥 애교였다. 우리는 여행 내내 길을 잃었다. 뭐 일상이라 나중에는 괜찮았다.
어쨌건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헤매고 있던 두 동양 여자가 안쓰러웠던지 친절한 마담께서 스스로 말을 걸어(!) 우리에게 숙소 위치를 알려주셨다. 누가 프랑스 인이 불친절하댔니. 우리가 묵게 된 곳은 <Hotel Nouvel Opera> 호텔이지만 뭐 모텔에 가깝달까(...) 어쨌건 역에서 가까웠고 깔끔한 편이었다. 우리의 긴 일정 중 유이한 호텔(다른 한 곳은 체코 프라하.)이었는데, 사실 여기 묵을 때는 몰랐지. 도미토리에 비하면 트윈룸은 시설이 아무리 후지더라도 천국이라는 것을...
프런트에서 예약 확인. 흑인 마담이 있었고, 친절했다. 뭐 예약 확인이야 다 바우처 뽑아갔으니까 편했다. 다만 피곤해 죽겠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체크 인 시간은 12시 부터인데 우리는 파리에 6시 반에 도착했었고(...) 호텔에 도착했던 게 고작 9시 정도였었나. 사실 짐 맡기고 그 근처 어디 카페에라도 들어가 있다가 체크인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땐 여행 첫 날이었고, 우리는 좀 더 느긋해도 된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짐만 맡기고 일단은 나왔다.
여행 일정을 표로 다 정리해서 가져왔었음. 사실 문제는 여기에도 있는데, 지도 축적이니 뭐니를 잘 생각 안해서 우리의 하루 일정은 굉-장히 널널했다. 그래서 중간중간 스케줄을 마음대로 바꾼 적도 많았다. 거기에 후딱후딱 아침에 나가는 편이니까네, 여행 내내 모든 스케쥴은 늦어도 세시면 끝났던 것 같다. 사실 이게 은자와 나의 저질 체력에는 맞았으니 이 점에 대해 새삼스레 불만을 토로할 생각은 없다. 우리에게 딱 어울리는 스케줄이었음.
아무튼 그래서 맨 처음 일정은 콩코르드 광장. Voltaire역에서 Concorde 역으로 가려면 환승을 해야했는데, 은자랑 나랑 둘다 정신팔고 있다가 환승 역을 지나침OTL 아 방송이 안나오는 프랑스 지하철이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다시 Nation역으로 돌아가서 콩코르드로 갔다. 구불구불한 지하철 통로를 나왔더니 웬 드넓은 광장이!
한 마디로 마냥 신기했다. 이상한 돌바닥도 탁트인 광장도, 이상한 탑도 분수도 다 신기했다 이 때는. 왼쪽으로는 튈르리 정원이 있었고 오른 쪽으로는 샹젤리제 거리를 타고 올라가 개선문을 볼 수 있었다. 정원에서 쉬다 가도 되었을 텐데, 분수에서 사진 좀 찍고ㅎㅎ 샹젤리제 거리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분수 이뻤다. 내가 사진을 못찍어서ㅋㅋㅋㅋㅋ 찍는거 귀찮아함...
이 문은 상상 이상으로 컸습니다ㅋㅋㅋㅋ
이런 조각 되게 많더라...
이건 콩코르드에서 샹젤리제로 걸어가는 도중에 봤던 건물. 이땐 마냥 신기해서 찍었던 거 같다ㅋㅋㅋㅋ
이거 무슨 박물관인가 그랬음
샹젤리제 거리 가는 길. 네모 반듯한 가로수를 보시라ㅋㅋㅋㅋ
메트로 표시. 내려가면 당연하게도 지하철.
정말 많이 보았던 영화 브루노 포스터.
개선문 쪽으로 가는 길에 있던 영화관. 별다를 건 없었고 그냥 영화관이었다...
샹젤리제 거리엔 많은 음식점과 상점들이 있었지만 크게 관심은 두지 않았고, 적당히 한 음식점을 골라 들어가 밥을 먹었다. 비행기에서 조식을 너무 일찍 먹었기에, 11시쯤에 이미 위장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페리에+오믈렛+햄 치츠 샌드위치. 이렇게 시켜 먹었다. 총 25유로. 은자랑 반씩 나눠 팁까지 14유로씩 부담했다.
식당의 웨이터 아저씨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해주고 유쾌하기도 해서 돈이 아깝진 않았는데 나중에 여행하다 보니 비싼 가격은 비싼가격ㅋㅋㅋ 근데 우리 둘 다 개같이 벌었으니 환전한 건 열심히 쓰자...! 이런 마인드였어서 그런지 먹는데 크게 돈을 아끼진 않았던 거 같다.
외국오니까 페리에도 신기한거다... 물론 처음만... 탄산수를 마실 때마다 울었다.
막상 밥먹고 밥사진은 안찍었어...
날씨가 시원해서 식당테이블 대부분이 거리에 있었는데도 나쁘지 않았다. 파리 날씨는 청량 그 자체였다. 걷기도 좋았고 그래서 많이 걸었다. 샹젤리제에서 개선문까지, 개선문에서 또 사이요 궁까지 마냥 걸었다.
그놈의 개선문... 사람도 많고 올라가려면 돈내야 했나? 안갔다...
이런 조각들을 보면 김지가 한 말이 떠오른다. 예술은 절대 권력아래서 더 발전한다고...ㅎㅎ 안하면 죽으니까.
사람들이 의외로 관광버스를 많이 이용하던데 걷기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시간이 없으면 이것도 괜찮은 방편인 듯.
이런 조각들을 보면 김지가 한 말이 떠오른다. 예술은 절대 권력아래서 더 발전한다고...ㅎㅎ 안하면 죽으니까.
사람들이 의외로 관광버스를 많이 이용하던데 걷기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시간이 없으면 이것도 괜찮은 방편인 듯.
사이요궁 가는 길에 그냥 아무렇게나 찍었던 건물들.
말했다시피 이런 조각이 참 많았다...
사이요궁!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사이요궁은 기대도 안하고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곳에서 보는 에펠탑은 고철덩어리라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날씨가 꾸적꾸적했는데도 하늘과 에펠탑이랑 분수가 어우러져서 너무너무 예뻤다. 사진으로 찍었지만 실제 본 것과는 차이가 많은 것 같다.
가까이서 본 것보다 사이요에서 본 게 더 예뻤던 에펠탑
가까이 가서 봐도 별 거 업ㅂ다
가까이 가서 봐도 별 거 업ㅂ다
사이요 분수에서 놀던 어린애ㅋㅋㅋㅋ
사이요에서 잠시 쉬었다...
이 뒤론 뭐 에펠탑 보고 에펠탑 뒤의 Champ de Mars정원에서 노닥거렸다. 넓고 안락한 잔디밭이었다. 파리엔 참 벤치도 많지만 편한 공원도 많았다. 가족 뿐 아니라 그냥 한 사람 한 사람이 책 한권씩 들고 와서 쉬는게 보기 좋았다. 날씨가 더워도 눅눅한 게 아니라 그냥 햇살만 따스한 정도라 그런가 상쾌했다. 여름날씨 우리랑 바꿨으면ㅋㅋㅋ
이 모든 일정은 2시까지 소화. 가뜩이나 수면 부족에 샤워가 간절했던 탓에 숙소로 먼저 돌아왔다. 저녁은 근처에서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일기에 써두고 오후 다섯 시 반에 은자와 나는 나란히 잠들었다(..)
소비금액: RER - 8.5유로 (편도)
꺄르네 5장 - 5.8유로 (열장 사서 은자랑 반띵)
식사 - 14유로
총 금액: 23.8유로
이렇게 1편 마무리. 2편 언제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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