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추구와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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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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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희곡 되게 안좋아함... 연극 보는 건 좋아하는데 희곡 대본 보는 건 왠지 내게 항상 고난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재밌게 읽었냐, 그런 불편함이 없었냐 묻는다면 아니요. 전혀요... 그냥 파트리크 쥐스킨트꺼라 샀어요. 아놔 로시니도 남아 있는데 큰일이다.

  희곡 중에서도 독립 예술영화에서 다룰 법한 이야기 진행을 보여주는 희곡이었다. 난 사실 글로 봤어도 썩 이해를 잘 한 편이 아닌데 영상으로 봤으면 더 못했겠다 싶었다. 그리고 내가 그 쪽 신화를 좀 더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음. 이건 오르페우스 신화가 모티프인데 난 그 이야기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알지만 좀 설아는 느낌. 항상 서구의 문학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 사회에 전반적으로 뿌려져있는 문화지표를 내가 알지 못해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모르고 넘어가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작곡가 미미와 그의 비너스, 슈테른헨의 사랑 이야기. 그들의 친구인 테오와 헬레나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중심은 요 둘의 이야기. 비너스와 헤어진 뒤 사랑 때문에 죽음을 택한 미미과, 그런 미미를 좇아(죽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물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은 신화의 그것과 같다. 이후의 진행은 그들에게 행복을 다시 찾아주는 듯 하다가, 사소한 일을 계기로 그들은 다시 갈라져버리고 만다. 그들이 다시 조우하는 장면은 앞선 두 번의 이별 탓에 더 무겁고 진한 회한의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뭐 난 그렇게 크게 공감하거나 열중하면서 본 것은 아니었기에 그렇다 저렇다 하는 감정만 수박 겉핥듯이 안 느낌이로다...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는 좀 다를라나 몰라도 이건 내 취향이 아니었네. 쥐스킨트의 소설들은 모조리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걸 이해하기에 난 너무 가벼운가봐.
콘트라베이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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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태어나서 제일 처음으로 내 돈주고 산 책은 '향수'이다. 그 두꺼운 소설은 하룻밤 새 읽을 수 있을 만큼 긴장감이 가득하고 소재 또한 재미있다. 제일 처음 읽었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은 '좀머씨 이야기'이다. 고모 방 안에 있던 삽화가 예쁜 소설책은, 짧지만 기묘하게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었다. 내게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 하면 떠오르는 사람 순위권.

  콘트라베이스는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유명하게 만든 희곡이다. 1인극을 위해 쓰여진 이 희곡은 그의 글들이 항상 그렇듯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 든 생각까지도 낱낱이 풀어헤친다. 1인극이다 보니까 희곡적인 느낌이 많이 안나서 좋았다. 게다가 그냥 한 사람의 독백을 계속 듣는데도 지루할 새가 없어 금세 읽었다. 원체 얇기도 하지만, 몰입도가 끝내준다.

  오케스트라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악기인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이 주인공.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는 '세라'라는 소프라노를 좋아하지만 그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다. 틀에 갇힌 채 (거기에서도 신의 직장 공무원이긴 하다만)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주인공에게는 모든 것은 자기를 옥죄는 틀과 같다. 심지어 자신이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조차도 그에게는 '언젠가 부수어리고 싶은' 대상이다. 그는 커다란 사회 구조 안에서도, 오케스트라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며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지막에 가서는 세라의 눈에 들 만한 일을 하겠다 마음을 먹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아마도 못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전략) 그런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제가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어떤 시각으로 살펴보아도 최후의 쓰레기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까닭 때문에 저는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인간 사회의 모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세계에서나 그 세계에서나 쓰레기와 관련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게 마련이지요. 더구나 오케스트라의 세계는 인간 사회보다 더 나쁩니다. 왜냐하면 인간사회에서는―이론적으로만 보자면―언젠가는 나도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서 꼭대기에서 내 밑의 벌레 같은 것들을 내려다볼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1993, pp.62~63

  1인 희곡은 작게는 오케스트라에 속한 한 인간의 고뇌를 말하지만, 넓게 보면 사회 전체의 문제를 꼬집기도 한다. 그 부분에서 몇 부분 마음에 안드는 구석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묘사와 표현은 마음에 들었다. 혼잣말을 이렇게까지 심도있게 쓴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상연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꼭 한번 보고 싶어졌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감독 톰 튀크베어 (2006 / 독일, 스페인, 프랑스)
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먼, 알란 릭맨, 레이첼 허드-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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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에 은자랑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봤다. 약도에서 지하철 출구를 잘 확인했음에도 나는 한참을 헤맸다. 알고보니 길 건너서 있는거였어...ㄱ- 뭐랄까 롯데 시네마, 생각보다 눈에 잘 안 띄는 장소에 있었다. 그래도 같은 건물에 있던 콜드스톤 아이스크림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상관 없지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내 돈으로 처음 샀던 책이었다. 중학교 때 어딘가에서 줏어듣고 생각없이 사왔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냥 생각없이 사온 것 치고는 너무나 푹 빠져들어서, 하루만에 몰입해서 다 읽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도 읽어봤고, 깊이에의 걍요도 읽어봤고... 뭐 그랬다. 향수만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없다. 아; 싫다는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축. 아무튼 향수는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책. 오죽하면 주인공 이름도 외우고 있었다. 나같이 줄거리도 잘 까먹는 녀석에게는 놀라운 일.

  그래서 이 소설의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땐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알다시피 영화화를 통해 망가진 작품들이 잘 된 작품들보다 많으니까. 나중에 캐스팅된 사람들을 보고는 더욱 그랬는데, 나의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키가 작고 얼굴이 흉물인 곱추(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곱추'에 나오는 그 곱추정도?)였는데, 캐스팅된 벤 위쇼는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이어서 실망했다. 알란 릭맨이나 더스틴 호프만의 캐스팅은 좋았지만 도무지 벤 위쇼의 캐스팅을 좋아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외국에서 개봉도 하기 전에, 알지도 못하는 독일어 티저 홈페이지-_-를 드나들기도 하면서 관심을 보였다.(이 내가 영어 만세..ㄱ-를 외칠 줄이야.) 애증이란 이런 것일까.

  어찌되었건 한국에서도 개봉. 보러갈까 말까 하면서도 딴 영화들이나 보고 있었는데, 마침 은자가 보러가자길래 생각없이 쫄래쫄래 갔다. 괜찮아, 영화가 이상해도 알란 릭맨과 더스틴 호프만은 볼수 있잖아? 라는 기분도 조금.

  어라, 이거 괜찮다. 책에선 담담하고 건조했던 스토리가 영화에서는 좀더 볼륨있게 꾸며진 느낌이 들지만, 이거 나름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잔가지가 많은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건조한 느낌의 소설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보기 좋게 만들어 냈다는 느낌. 이 정도면 실패는 아닌 것이다. 중간 중간 나레이션이 들어간게 조금 신경쓰였지만, 주인공이 다 설명해 줄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책에서 볼땐 담담했던 장면들이 실제로, 거기에 잘생긴 주인공으로 옮겨지니까 스토커 일대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려했던 주인공 벤 위쇼는 대사가 별로 없어서, 눈으로 말해요 신공을 펼쳐주었는데 그 때문인지 연기가 그닥 거슬리진 않았다. 그럭저럭 합격점. 캐릭터가 못생기고 흉물스럽지 않은것은 아쉽지만, 뭐 스토리에 영향을 줄만한 것은 아니니까. 이건 그냥 내 오기고.
  당연히 더스틴 호프만과 알란 릭맨의 연기는 좋았다. 향수 제조업자 주세페 발디니로 분한 더스틴 호프만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화장과 살짝 방정맞으면서도 어깨에 힘들어간 듯한 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원작의 발디니는 이렇지 않았지만, 뭐 마냥 귀여워서...
  안토인 리치스역의 알란 릭맨은 그야말로 딸바보 아버지 그 자체. 딸의 죽음을 확인하고 무너져내리는 장면에서는, 아 역시 알란 릭맨이구나. 싶었다.
  로라 리치스역의 레이첼 허드-우드야 그렇게 비중있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얼굴이 예쁜 누구였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마지막 운명의 향수를 시험하는 그 장면에서, 진지하게 손수건을 흔들어대는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를 보며, 나는 왠지 300의 크세르크세스 생각나서 막 웃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부분, 나는 살갖이 찢어지고 살점을 줏어먹는 사람들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미끈하게 넘겨버리더라. 뼈다귀 하나도 안남다니.

  근데 어째서 이게 15금이냐. 영등위는 나름 기준을 완화해가고 있는 것인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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