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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난 생각보다(!) 퀴어영화를 자주 보진 않는다. 일반 영화랍시고 나온 것에서 퀴어 요소가 나온 것은 괜찮은데, 대부분의 퀴어 영화들은 심하게 진지하거나 아니면 활발하지만 조금 엉성한 부분이 있어서. 재밌다고 소문난 것 외에는 그다지 많이 보진 않는 편. 이팅 아웃의 경우에는 유쾌하고 발랄하다는 소리와 라이언 카니스가 나온다는 것 때문에 봤음. 미안, 난 아직도 위기의 주부들에서의 훈훈한 저스틴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어...

  스토리 엄청 단순 절정. 스트레이트인 케일럽(스콧 런스포드)과 게이인 카일(짐 베라로스)은 룸메이트 사이. 카일이 자긴 게이라서 여자들이 많이 꼬인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내뱉자 바보 케일럽-_-은 거기에 넘어가 우연찮게 게이 행세를 하게 된다. 또 거기에 카일이 내놓은 '학교 최고의 게이 킹카랑 데이트해서 소문이 나게 해라.'... 였음. 그래서 여기에 게이 킹카 마크(라이언 카니스)가 끼게 된다. 마크에게는 패그해그인 룸메이트 그웬(에밀리 브룩스)가 친구로 있고... 케일럽은 그웬에게 반해있고, 카일은 마크에게 반해 있어 넷이 어떻게 얼키설키 엮여있는 뭐 그런.

  난 처음에 게이 행세하던 케일럽이 정체성을 깨닫고; 게이가 되는-_- 뭐 그런 스토일 줄 알았는데 계속 스트레이트; 결말 부분 가서는 해피 엔딩에 목마른 감독이 좀 성급하게 이야길 마무리 해놓은 터라 가슴아팠음. 케일럽이랑 그웬이랑 이어진 건 그렇다 쳐도, 마크가 갑자기 카일에게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하는 건 좀 웃기지 않나요...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인 건 맞는데 이런 해피엔딩은 흠 좀.

  스트레이트 가이가 게이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재미있게 풀어 놓은 건 좋았음. 근데 난 케일럽 역 배우가 마음에 안들어서(...) 아니 헤어스타일만 어떻게 좀. 나 그 구렛나루 견딜 수 없었어요ㅜㅜ 그리고 카일은 애당초 자긴 마크랑 급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대쉬 이런거 안하는데.. 난 카일이 더 귀엽든데?! 어떻게 보면 에픽 하이의 디제이 투컷 닮았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건가. 난 계속 투컷 생각나서 혼났다. 그웬은 패그해그 다 좋고 막판까진 괜찮다가 갑작스레 카일한테 쏘아댈 때 때려주고 싶었음;;; 어이 없... 생각해보니 그거 급 해피엔딩을 위한 거 같긴 해.

  배우진. 라이언 카니스야 원래 좋아하니까 보는 내내 훈훈. 카일 역의 짐 베라로스는 오; 무려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1 세미 파이널리스트였음. 거기서 좀 죽쒔던건가-_-...; 청각장애 부모님을 둬서 음악을 못들려드린다 뭐 이런 감동적인 말을 했다고 한다. 쨌든 떨어진 후에 앨범을 냈고, 영화 출연도 하고. 그 영화가 바로 이팅 아웃. 이팅 아웃 출연하면서 커밍아웃도 했다. 아메리칸 아이돌 오디션 영상 보면 Geek스타일이면서도 뭔가 끼스러운; 그런 게 있더라. 스콧 런스포드야 음.. 내 취향이 아니에요. 에밀리 브룩스 연기는 그럭저럭 하네요.

  발랄, 유쾌. 라이언 카니스의 얼굴. 짐 베라로스의 발견. 근데 엔딩은 좀. 그래도 마크랑 카일이 잘돼서 난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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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짐 베라로스) 스틸컷. 귀엽지 않나?! 왜 자기비하성격으로 나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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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베라로스 평소 모습... 오오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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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표지는 더 기절ㅜㅜㅜ 머리 계속 기르세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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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2004 / 미국)
출연 데니스 퀘이드, 제이크 질렌할, 이안 홈, 에미 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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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재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굳이 따지자면 왠만한 공포물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지금 당장은 안일어나도 언젠가는 일어날 것 같은 그런 세계니까. 나같이 세상만사가 다 걱정인 인간에게는 맞지 않는 영화... 라고 생각한다. 근데 귀찮게 채널 돌릴 건 아니라서-_- 그냥 봤음. 아니 사실 제니크 질렌홀이 너무 귀여워서o-<-< 바꿀 수 없어 채널...

  플롯이 참 그럭저럭 무난하더라. 스토리 결말 부분에서 좀 황당한 구색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 재난물에서 이 결과가 아니면 답을 내릴 수 없으니-_-; 뭐 어쩔거야. 다 죽일거야?! 아무튼 결말 살짝 우주전쟁틱한 느낌... 이해가 안되는건 아닌데 수긍이 잘 되지도 않는; 그래도 괜찮아. 제이크가 나오니까!(....)

  어쨌든 영화는 재난상황을 통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 비판 + 아버지와 아들의 정 회복 + 꼬꼬마들의 연애질 정도가 되겠다... 이것저것 다 섞어놨는데 서로서로 적당히 무난한 밸런스를 유지해주고 계심. 되게 평범하고 흔한 스토리지만 이 스토리가 먹혔던 게 아무래도 소재 탓이 아닌가 싶다. 현실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해 주고 계시니까 사람들 심성을 자극한 것이 아닌가...

  그래도 아빠는 너무 슈퍼맨-_-ㅋㅋㅋㅋㅋ 이거 뭐 사람들 다 얼어죽는데 아들 찾아 삼만리 성공개척. 하긴 그걸로 따지면 제이크네 고딩들 모임도 그닥 실제적이진 않은가... 그리고 보다보니 제이크 엄마 닥터 루시 홀(셀라 워드)... 이, 이거 하우스의 스테이시 아닌가ㅋㅋ 응 반가워요.. 그렇다구.

  TV용. 귀여운 제이크가 포인트... (제이크 제발 수염좀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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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2007 / 미국)
출연 윌 스미스, 앨리스 브라가, 대쉬 미혹, 찰리 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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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랑 영화보러 나갔다가 걸려있길래 봤음. 이상하다-_-; 난 개봉을 13일로 알고 있었는데. 뭐 봤으니까 됐지만...
 
  개봉 전부터 기대하던 건데 사실 난 원작 소설은 안봤고 줄거리랑 스포만 알고 있었다. 근데 이건 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물로 만들면서 Legend의 의미를 바꿔놨어... 결말도 바꿔놓고. 아니 뭐 원작 결말대로 갔으면 그건 그거대로 많이 우울했겠지만 이것도 그다지 개운한 기분은 아닌데? 굳이 네빌을 구원자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구나... 만들려면 아예 전형적인 헐리웃 플롯대로 가지T_T 결말 진짜 아쉽다... 나쁜 게 아니라 아쉬워;

  홀로 남은 남자의 고립감, 외로움 그런걸 잘 섞어놓았다. 좀비들이 창궐한 세상의 암울함도 느껴지고. 근데 좀비들 생긴 게 어디서 많이 본 애들... 프란시스 로렌스 전작인 '콘스탄틴'에서 나왔던 악마들처럼 생겼어ㅋㅋㅋ 보면서 어어 악마다? 악마다? 이러고 보고. 여기 좀비들은 머리가 좀 좋더라. 새벽의 저주나 그런 데 나오는 애들같지 않고 머리도 쓰고-_-;; 다만 폭력적이고 그럴 뿐. 덫도 놓고 그래서 깜짝 놀랐음.

  영화 보는 내내 긴장감이 사라지질 않더라. 내가 네빌(윌 스미스)이 되어서 뉴욕을 누비고 있어. 해가 지면 내가 다 떨리고, 샘(우리의 개-_-님)이 어두운 데로 들어가면 내가 막 다급해지고. 영화 자체가 불쑥불쑥 이런 것도 많고 참 흥미 진진. 결말 보기 전까진 이거 너무 재밌어! 모드였다. 1인용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느낌. 그런 의미에서 샘이 죽을 때 내가 너무 좌절orz

  근데 왜 네빌이 뉴욕에 혼자 남으려 하는 건지는 잘 이해가 안돼. 아무리 자기네 도시에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자기가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홀로된 거에 좌절감을 느끼는 남자가; 뭐하러 굳이 구원자가 되려고 하는 건지. 뭐 일단 그걸로 영화 상의 '전설'의 의미를 부여하긴 했는데. 이 전설의 의미도 영 별로고... 막판에 내가 너무 짜증났던게 애너(알리스 브라가)랑 에단(찰리 타핸) 등장한 다음에. 애너가 자꾸 신의 뜻이라느니 뭐라느니 해서-_- 심지어 결말도 약간 그 말대로 가는 것 같고. 콘스탄틴 찍은 감독이라지만 말야. 저런 게 신의 의도면 정말(...) 신 믿고 싶겠니...

  윌 스미스 연기 좋았음. 특히 바이러스에 걸린 샘을 목 졸라 죽이는 장면. 진짜 그 표정에서 나타나는 좌절과 슬픔 그런 오묘한 감정들이 막. 죽을려고 작정하고 좀비들한테 덤벼들 때도 그렇고. 홀로 남은 고독감 이런 거 은근히 잘 표현하더라. 윌 스미스 원맨 쇼니까 다른 애들은 뭐 별로... 네빌의 딸로 나오는 말리(윌로우 스미스)는 윌 스미스 친딸. 근데 행복을 찾아서의 제이든처럼 많이 나온느 것도 아니고 해서 연기는 잘 모르겠음.

  사람들 말로는 '28일 후' + '캐스트 어웨이' 라는데 난 둘다 안봐서; 근데 왜 그렇게 말 하는지는 알겠다. 나는 그보다는 '우주 전쟁' 느낌이었다. 그래도 재밌긴 재미있음. 많은 걸 안바라면 돼. 원작 본 사람은 쫌 짜증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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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감독 스탠리 큐브릭 (1980 / 영국)
출연 잭 니콜슨, 셸리 듀발, 대니 로이드, 스캣먼 크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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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뭐 공포영화의 전설 아닌가. 라고 하지만 난 못보고 있었다. 볼 기회도 없었고, 찾아 볼만큼 공포 영화에 강하지도 않고. 영화에 대한 정보는 오히려 이것 저것 패러디에서 더 많이 얻었던 것 같다. 특히 심슨 패러디에서. (아 심슨 최고) 전에 공부할 때 얻었던 잡다한 이론들도 좀 있었고...

  친구네 외박하러 간 김에 같이 봐야지 해서 거기서 봤음. 생각보다 정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불쑥불쑥 하는 장면이 없어서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냥 심리적으로 몰아붙이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영화 초반부터 강조되고 있는 대칭형 구조라던가, 끝이 보이지 않는 화면. 그리고 섬세한 음악까지... 작정하고 보는 사람이 두근두근 하게 하는 영화적 요소가 있다. 이런 설정들은 제 2의 배우라고 해야 할 것 같음. 아부튼 불쑥불쑥이 없어서 나 그렇게 무섭진 않더라;

  그냥 되게 고립된 공간의 무서움? 그런 게 느껴졌다. 귀신들 나오고 잭 토렌스(잭 니콜슨)가 미쳐가는 거, 아들인 대니(대니 로이드)의 속에 있는 토니의 존재. 이런 것보다 그 공간 자체가 좀 혐오스럽달까... 도망갈 구석이 없어서. 그러고보면 마지막에 딕 홀로랜(스캣맨 크로더스)이 나타난 건 그저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위해서-_-인것 같다.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가 없어. 원작은 좀 다를 거 같긴 한데 안 읽어봐서 모름.

  배우들은 뭐 두 말 않고 좋았다. 점차 미쳐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잭 니콜슨도 그렇고, 겁에 질린 셜리 두발도 그렇고. 근데 셜리 두발은 생긴거 탓도 있다;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독특한 페이스는 흡사 무슨 강박증에 시달리는 듯한 사람 같아서. 대니 로이드는 어린애 치고 연기가 무난하게 좋았는데, 이 뒤로 필모가 없음-_-; 아쉬워라.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여보 나왔어나 쟈니가 왔다 장면... 물론 섬뜩하긴 한데 나는 웬디(셜리 듀발)가 잭이 쓴 원고를 발견할 때가 오히려 더 무서웠음. 그 원고 자체가 좀 그래서; "놀지 않고 일만 하던 잭은 바보가 되었다."라니. 역시 좀 섬뜩해. 근데 이건 심슨에서의 패러디 장면이 더 무서움ㅋㅋㅋㅋ 나 거기에서처럼 방 가득가득 그 글씨가 써 진 걸 좀 기대했는데. 뭐 쨌건.

  공포의 근원 자체보다, 과장한 배경이 더 무서운 듯.

* 보고나서 깨달았는데, 화성까지 삼십초의 뮤비 The Kill에 샤이닝 패러디가 있구나... 뮤비만 볼 땐 잘 몰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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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감독 정길영 (2007 / 한국)
출연 오만석, 이선균, 류덕환,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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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전부터 포스터 멘트 보고 되게 보고싶어하다가 충동적으로 봤는데, 대만족! 평이 마구 엇갈려서 걱정하긴 했지만 내 취향에 굉장히 맞았다. 아쉬운 점은 물론 있지만 한눈 팔 정도로 심심하거나 하지도 않았고, 아무튼 몰입하게 해주는 점이 좋았음.

  특별히 처음부터 누가 범인인걸 숨기는 영화가 아닌지라, 어떻게 진행할까 좀 궁금했는데... 딱 파고들면 단순한 관계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리저리 수 쓴 것도 보이고. 어떤 스토리냐도 중요한 거지만 어떻게 다루느냐도 중요한 거니까... 이건 살인을 살인으로 본다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업보? 그런 걸로 보여진다. 그런 업보 때문에 서로가 가진 감정들이 복잡미묘하게 드러나줘서... 그런 면에선 제법 좋았음.

  좀 아쉬운 건 왜 굳이 효이(류덕환)가 좋아하는 여자 김소연(정혜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는거-_-;; 그걸로 같이 엮여서 정명보(이무생)씨도 마찬가지. 그래도 뭐 배우들은 참 호연해줘서 기분만점.

  난 고어물은 싫은데 푹푹 찌르는 살인은 참 좋아한다. 감정을 내뱉는듯한 폭력씬도 좋아하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내게 좋은 인상을 주고 계셨음. 경주(오만석)가 갑작스럽게 벌이는 살인 빼고는 나머지 참 좋아. 재신(이선균)이 경주를 마구 때리면서 "고백할 거 있다고!!" 라고 외치는 씬도 마음에 들었음.

  재신은 처음에는 마냥 착하고 좋은 캐릭터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 분도 업보에서 빠져나갈 수 없으심. 마지막 결말도 어쩌면 그 업보가 돌아간 것일지도 모르지... 근데 너무 허무하게 죽잖아 버럭_ 니가 무슨 헐리웃 영웅물에서 붙잡혀가는 인질여자도 아니고; 그런 여자들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지.

  효이 캐릭터는 솔직히 좀 막장-_-;; 어린애가 충격 받은건 알겠는데_ 이거 뭐 거기에 동경도 담겨있고, 구원이라던가 그런 의미도 있는 거 같은데... 다 알겠어 이해하겠는데 김소연은 좀 그렇지 않냐구. 응? 하긴 김소연이 없었음 이 살인의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겠다만... 끙. 이해 힘들어.

  앞서 말했듯 배우들 연기 좋았음. 그러나 킹오브킹은 당연히 류덕환ㄷㄷㄷ 이 분 뭐야. 나이 몇 살인데 벌써부터 천하장사 마돈나부터 이런 영화들을 필모에 쌓아놔. 심지어 연기도 좋질 않나. 아무튼 싸이코패스 역할 굉장히 잘 소화해 주셨음. 이 싸이코패스 성격이라던가 그런 심리가 잘 묘사되는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겉모습 참 완벽. 개가죽 위에서 나체로 잠드는 거 참 아무렇지 않은 장면인데도 찌르르르 한 것이. 그리고 정글짐 위 장면. 완전 감정을 토해내는데 참 좋았음. 베스트는 소변 지리는 장면. 아놔 표정 진짜 기절하는 줄(....) 이 영화 보니까 살 빼고 참 청초하게 변했더라. 그리고 내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연기하는 데 표정같은데에서 박해일이 보였음. 어디의 박해일?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 완전-_-;;

  오만석은 좀 안익숙해서 걱정했는데 보다보니 또 몰입되는 캐릭터 ㅋㅋㅋ 근데 홍보 팸플릿에는 뭐 살인에 눈을 뜬다 이딴식으로 써놨드만 구라치지마! 오히려 맘 차분히 잡고 있는 캐릭터잖아. 이래서 내가 홍보 팸플릿을 안믿는다니까. 광기어린 그런 분노같은거는 오히려 류덕환보다 오만석이 좋았다. 속에 품고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기도 하고... 이선균씨도 뭐 두말 할 필요 없이 잘 하긴 했는데. 캐릭터가 다른 애들 둘보단 좀 덜산다-_-;; 아무래도 좀 2% 부족한 느낌이 들었음.

  전체적으로 참 맘에 들었음.
2007/09/11 - 2007 날 보러와요



살인의 추억
감독 봉준호 (2003 / 한국)
출연 송강호, 김상경, 김뢰하, 송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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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 명작 하는거 알고 있었고, 충분히 볼 마음이 있었음에도 어찌어찌 만날 못봤다. 그것도 통으로 못본건 아니고 맨날 중간부터 끝, 처음부터 중간. 중간부터 또 중간. 이렇게 보긴 봤었음. 근데 이렇게 보면 아무래도 맥이 끊기는 건 사실이고; 머릿 속으로 퍼즐 맞추듯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서 영화를 본건지 안본건지 밍숭맹숭. 그러다가 케이블에서 딱 아침에 시작하길래 졸린 눈 부비면서 봤다.

  재밌구나! 내가 왜 이걸 안봤지ㅋㅋ 연극이랑은 또 다른 느낌. 영화다보니까 무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인물도 더 대범하게 쓸 수 있어서 좋았음... 일단 각색을 잘했기 때문이지만 아무튼 재미있었다. 범인을 박현규(박해일)로 몰아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게 좋았는데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까 범인도 안잡히고 조금 슬픔; 아 근데 잡혔으면 재미 없었겠지...

  박두만(송강호), 조용구(김뢰하)와 서태윤(김상경), 신동철 반장(송재호)의 캐릭터가 비교되서 재미를 더해줌. 박두만의 허접한, 그러나 본능적인 수사와 서태윤의 정교한, 그러나 핀트 하나가 나가버린 수사가 마구마구 대비되면서 시대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그래도 목욕탕 수사는 좀ㅋㅋ

  박두만의 수사는 솔직히 별로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변태 조병순(류태호)를 잡은 뒤로는 눈이 좀 가기 시작. 그 본능적인 감각의 수사를 또 의외로 믿을만하구나 싶고; 서태윤은 잘 하는듯 하면서도 일이 안풀려서 흠, 이러면서 보고.
  박현규를 용의선상에 끌어들이고 나서야 이 두 사람들이 좀 발맞춰 수사를 뛰기 시작하는데 이 변화가 즐거움; 참 많이 나온 말이지만 박두만이 오히려 침착해지고, 서태윤이 다혈질적으로 변해가니까. 그 수사 상황의 급박함과 범인을 잡고싶은 마음들 이런 게 오묘하게 버무려진 인간 감정이 탁탁 드러나서 좋았음.

  철도 옆에서 얻어터지는 장면 진짜 베스트씬-_-;; 대사도 대사지만 거기서 완전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진짜 미친것 같은 서태윤과 의외로 침착해져 말리는 박두만; 이 얼마나 아이러니컬. 그 와중에도 박현규는 끝까지 뻔뻔뻔뻔으로 나가고 계시고. 그리고 서류봉투 딱 받아들었을때의 그 느낌. 박현규의 어깨를 딱 붙잡고 말하는 박두만의 말. 밥은 먹고 다니냐. 이거 진짜-_-;; 작렬하던데. 송강호의 애드립이었지만 진짜 참 잘 맞아떨어지더라. 근데 좀 우리나라에서만 통할 것 같은 그런 감정이 느껴짐. 우리나란 밥은 먹었어? 라는 식으로 인삿말을 건네기도 하니까... 뭐 아무튼 이 대사 좋았다고.

  이 영화로 완전 뜬 박노식은 생각보다 존재감이 별로...;; 내가 많이 나온 것으로 착각했나. 단순 조연 느낌이었던 김뢰하나 구희봉이 더 느낌이 살았다. 아 물론 조연중에 최고봉은 박해일; 그 창백한 표정에서 느껴지는 무덤덤한 살의.

  연기도 좋고, 각색도 맘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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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감독 이안 (2007 / 중국, 미국)
출연 양조위, 탕웨이, 조안 첸, 왕력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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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말 할 때도 그냥저냥 생각 없었는데-_-ㅋㅋ 뭔가 충동적으로 보게되었음. 되게 야하다길래 응 그렇구나 했었는데 생각보단 별로; 아 체위는 아크로바틱하더군요... 친구랑 같이 아크로바틱! 하면서 봤습니다. 뭐 양조위의 얼굴을 두시간 반 동안 본 것으로 행복합니다...

  내용 잘 모르고 보기 시작해서 처음엔 좀 헤맸음; 왠지 귀찮아서 팜플렛도 꺼내놓고 읽진 않았었다. 원래 영화보러 갈때 스포일러는 피하고 내용은 충분히 알아가는 타입이라 힘들었는지도. 그래도 아예 헤맨건 아니고;; 좀 지나고 금방 알았음.

  좀 우리나라하고도 관련있는 소재라 흥미로왔다. 나름대로 독립투사와 친일 앞잡이의 애정인데... 이 애정이라는 게 크게 드러날 줄 알았는데 그런건 전혀 없고 시종일관 차가운 이(양조위)와 그를 꾀어내려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왕치아즈(탕웨이)의 모습만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둘의 차가운 불덩이같은 관계라는게 말랑말랑한 관계보다 시선을 끄는 면도 있어서... 어째 눈을 뗄 수 없달까. 다소 가학적인 성관계의 묘사도 그렇고 (양조위가 허리띠로 손묶는 장면-_-;; 초 프로페셔널) 이의 애정표현이 거의 없는 것도 그렇고, 또 왕치아즈가 그것이 계획의 일원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모습도 그렇고. 둘의 관계는 뭐랄까 주와 종의 느낌을 강하게 띤다. 그래서 어렵다는 느낌도 들었음.

  난 이가 왕치아즈(막부인이겠지)에게 반지를 선물할 때조차 그 사랑을 잘 못느끼겠더라. 근데 딱 한번 크게 감정을 일렁이는건 마지막 부분 침대에서 젖은 눈을 하고 있는 이의 모습을 봤을 때. 그렇게 절제되 있던 사랑의 느낌이 팍팍 묻어나왔다. 사랑하는 자를 잃은 슬픔 이런게 아주 감정이 절제되어있으면서도 넘실넘실. 아 양조위의 눈은 맑기도 하여라... 양조위의 슬픔에 젖은 듯한 그 눈을 좋아한다.

  좀 보면서 짜증났던게 광위민 일당. 물론 광위민(왕리홍)일당들의 독립운동은 나름 높게 살 만하다. 그냥 편하게 살 수도 있는 거거덩. 근데 이 독립운동이라는게 너무 짜증나게 그려져서... 오히려 보는 내내 광위민 일당을 욕하게 되었다. 얘네 일당은 좀 왕치아즈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그런 면이 강해서. 왕치아즈만 맨날 희생하고. 뭐하는 짓. 광위민 3년 전에 왕치아즈를 안았으면 좋았잖아! 괜한 찌질이한테 왕치아즈 순결이나 잃게 하고... 그러면서 지켜준다느니 뭐니 그런 말만 내뱉고 행동은 하나도 없고-_=... 뭐 그래서 왕치아즈가 더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아무튼 광위민 짜증남. 아 광위민 일당이 하는 연극... 그거 되게 진지한 내용인데 웃기더라(...) 한국어로 된 연기였으면 웃지 않았을까?

  이런 식으로 결말 날 것 같긴 했는데(구체적인거 말고 그 느낌) 그래도 역시 딱 보는 거랑 감정이 다르구나 싶었음. 좋은 영화인데... 배우들도 좋았는데 그 참. 씁쓰름한 이 느낌.


행복을 찾아서
감독 가브리엘 무치노 (2006 / 미국)
출연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탠디 뉴튼, 브라이언 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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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가지고 만든 이야기. 윌 스미스가 주연이다. 사실 실화엔 별로 관심 없었고... 그냥 윌 스미스가 나와서 보고 싶었었는데 개봉 당시 못봤음. 그냥저냥 넘어가나 싶었다가, 요번에 오프라 윈프리 쇼 방송에서 행복을 찾아서 관련한 내용 해주는거 재방송 보고 급 땡겨서 봤다.

   약간 절제된 윌 스미스의 연기가 참 좋았다. 화장실 장면의 그 조용한 눈물안에 크리스 가드너의 힘겨운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들 크리스토퍼 역의 제이든 스미스는 정말 귀엽다. 영화 상에서 어린애답게 철이 없기도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른스럽다는 느낌. 윌 스미스와 똑 닮은 친아들인지라 영화 몰입도 더 잘되었음. 크리스 가드너의 아내 역인 탠디 뉴튼은 생각보다 조연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비중이 많음. 나는 집나간 엄마라길래 좀 나쁜 이미지였는데 떠나는 린다를 욕할 수 없더라; 린다도 너무 힘겨웠는걸.

    영화 자체는 크게 관객을 휘두르지는 않는 듯 하다. 감정을 쥐어짜려고 하지도 않고, 고군분투하는 크리스 가드너의 힘겨운 삶과 성공의 이야기를 참 담백하게 묘사한다. 아들을 데리고 노숙을 하는 크리스 가드너의 모습은 사실 따로 꾸미지 않아도 눈물이 나는 그런 상황인지라... 이게 참 실화의 힘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게 있었다. 실화라는 걸 아니까 가슴이 더 아픈 듯한. 그런 거. 그리고 보고나서 더 한결 마음이 좋고.

  부정을 느끼기도 좋고, 노력하는 삶을 느끼기에도 좋은 영화다. 그것이 실화라서 더 강하다.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감독 마츠오카 죠지 (2007 / 일본)
출연 오다기리 죠, 키키 키린, 마츠 다카코, 우치다 야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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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조로 봤음. 볼 땐 잘 몰랐는데 나오고 보니 상영 시간이 꽤 길다; 142분. 두 시간을 넘길 줄은 몰랐는걸. 그래도 볼 때 그렇게 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까 뭐 괜찮았나. 이런 영화 잘 보지 않는다. 쳐울걸 너무 잘 알고 있고, 영화관에서 보기엔 왠지 잠잠할 것 같기도 하고. 뭐 딱 들어 맞았다-_-; 근데 왠일인지 불편함 없이 그냥 잔잔하게 잘 봐 지더라.

  그런데. 극장용 홍보 팜플렛과 내용 느낌이 너무 달라?! 예고편도 봤었는데 원 깜빡 속겠다. 왜 홍보물을 그렇게밖에 못만드는거야. 춈 불만... 원 예고편이나 줄거리만 봐서는 아빠는 홀랑 안나오고 죽고; 엄마 혼자 고생고생해서 애를 키우는 성공담. 뭐 이런 거 나올 분위기. 

  근데 열어보면 전혀 아니다. 의외로 참 담담하게 서술되는 이야기들. 일본 영화 특유의 감각이라고 할까. 그런게 묻어나온다. 엄마(키키 키린/젊은 엄마-우치다 아야코)와 아빠(고바야시 가오루)의 이혼도 담담. 마사야(오다기리 죠)의 방황하는 성장기도 의외로 담담... 그래서 참 자연스러워. 이 분위기는 엄마가 아파하는 상태에서도 유지된다. 엄마의 병은 괴롭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고, 괴로워하는 마사야의 모습도 자연스럽고. 그래서 눈물이 나와. 감정 기복이 들쑥날쑥 하지 않고 잔잔하게 흐르지만 그 와중에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 새 울고 있는.

  영화 원작이 있는 모양인데, 작가 이름이 릴리 프랭키; 엄청 독특한데 본명이 나카가와 마사야. 자기 자신의 이름을 주인공으로 두고 원작을 쓴 듯. 자기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에 이렇게 솔직한 묘사가 나오는 걸까. 솔직히 오다죠의 방황하는 소년~청년기는 내 모습 같기도 해서. 참 가슴 깊이 다가오더라. 높게 가지도 못하고, 바닥을 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인생. 그런 느낌.

   오다죠의 패션들이 영화 보는 내내 참 즐거웠다. 특히 저 포스터 안의 옷차림. 트렌치 코트 킹왕짱 섹시ㅠㅠ... 키키 키린 연기 참 잘하더라. 항암제 치료할때 오그라드는 그 발. 소름 돋을 만큼 좋았다. 그리고 젊은 엄마 역의 우치다 아야코; 늙은 엄마 모습에 맞게 캐스팅 되게 잘했다 싶었더니 키키 키린 딸이었어ㅋㅋㅋㅋ 느무 닮았더라. 고바야시 가오루씨는 나이든 모습보다 젊을 때 그 철 없는 모습의 연기가 좋았음. 마츠 다카코는 사실 왜 나왔는지 모르겠어(....)

  담담하고 좋았다. 그러나 일본 영화 특유의 그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비추천.


라디오 스타
감독 이준익 (2006 / 한국)
출연 박중훈, 안성기, 최정윤, 정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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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케이블에서 자주 하더라. 입소문 탈때도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아서 안봤다. 근데 또 보니까 재미있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 작품이라고 입소문 탈 때 도움이 된 듯. 사실 난 왕의 남자 그 정도 흥행한 것도 좀 신기한 편인데(...) 아니 재미있긴 했지만.

  한물 간 스타와 그의 매니저 이야기. 88년 가수왕 최곤(박중훈)은 완전 짜증나는 인물이다. 이래저래 자기 망한건 자기 탓인데도 불구하고(마약하고 음주하고 폭행하고 뭘바래 뭘) 계속 남 탓만 하고 있고. 근데 그 알량한 자존심들이 이해가 되서 답답했다. 남이 보기에 나도 저러지 않을까 싶어서. 그의 곁을 끝까지 지켜준 그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사람이 무르다고 해야하나. 그런 인물. 최곤이 민수에게 막 뭐라고 막대하는 걸 보면 두 사람 다 보기에 열받는다-_- 근데 보통 저 꼴 되면 매니저도 진작에 떨어져나갈텐데 민수씨가 대단한 거겠지? 나머지 조연들은 뭐 그냥저냥... 강피디(최정윤)이나 박기사(정석용), 지국장(정규수)는 이야기 진행에 크게 도움되는 사람들은 아니고 알뜰살뜰한 조연들. 조연들에서는 노브레인 멤버들이나 다방 종업원 김양(한여운)들이 아무래도 눈에 띄더라. 노브레인 영화 속에선 이스트 리버-_-ㅋㅋ

  내용은 생각보다 무난무난하고 그런 이야기인데 몰입이 잘 된다. 아무래도 캐릭터도 현실감 있고, 배우들 연기가 참 좋았다. 주연 두 분 배우들이 너무 뛰어나서 몰입이 팍팍 되던데. 박중훈도 박중훈이지만, 안성기씨가 김밥 씹어먹는 장면의 그 목 메이는 느낌이란... 안성기씨 연기 너무잘해.

  영화 자체에서 뽐내려거나 그럴싸하게 포장한다거나 그런 느낌이 없어서 참 좋았다. 담백해서 오히려 더 잘 먹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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