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
감독 팀 스토리 (2007 / 미국)
출연 이안 그루퍼드, 제시카 알바, 크리스 에반스, 마이클 치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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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전에 지누보고 그랬었다. 예고편으로 내용을 다 보여주는데?! 근데 내가 한 말이지만 정말 맞았다... 예고편에 본편에서 재밌을만한 조크도 다 보여주고, 누구누구의 도움이 있었는지 다 보여주고ㄱ- 뭐 어쩌자고... 예고편이 스포일러 그 자체라니까?

  판타스틱 4를 처음 봤을 때, 좀 모자라지만 다음 편에서 살아날 가망이 크다고 생각했다. 스파이더맨도 1편은 별로였지만, 2편에서는 완전 변했잖아. (아 이렇게 쓰면 3편이 별로였으니 할 말이 없나...) 아무튼 그래서 판타스틱 4도 이번 속편을 더 기대했다구. 근데 너네 뭐하자는거니... 주인공들에 초점을 확 주던지, 아니면 실버 서퍼(더그 존스/목소리:로렌스 피쉬번)씨의 이야기를 좀 중점있게 다뤄주던지. 이건 둘 다의 고민을 미적지근하게 건들다 말아서, 거 참 그렇다. 

  수잔(제시카 알바)과 리드(이안 그루퍼드)가 생각하는 고뇌라는거 너무 쉽게 풀려서 참 보잘것 없다. 이거 마치 1편에서 벤(마이클 쉬크리)의 고뇌가 순간적으로 해소되는 거 그대로 보는 거 같아. 그 때도 씽 저거 뭐야 하면서 어이없어 했는데... 이번 편은 뭐 고뇌라기 보다 잠깐 생각하다 만 거 같은 그런 느낌. 수잔 생각했음 뭐 밀어부쳐야 할거 아냐; 자니(크리스 에반스)의 고뇌도 엄청 간단해... 야 그렇게 생각했음 좀 진지해지던지, 이건 뭐 막판에 부케 태우는거 어쩔건데ㄷㄷㄷ 좀 귀엽긴 했지만. (네 저 이런 사람이에요.)

  실버 서퍼의 존재는... 뭔가 설명이 부족해. 실버 서퍼가 섬기는 자에 대한 그런 것도 참 되게 간단해서. 그리고 그가 가진 고뇌도... 너무 얄팍해... 아니 고뇌 자체가 얄팍하다기 보다는, 해결이 너무 얄팍해. 그렇게 쉽게 섬기는 자를 죽여버릴 수 있는 거라면, 어째서 자기가 사는 행성의 안위를 걱정하는겨; 내가 너무 대충 본거야?

  국가에 의해 이것 저것 제약받는다는 설정도, 거 참 진부한 설정을 되게 진부하게 풀어놔서 보는 사람 열받음... 그리고 빅터 본 둠(줄리안 맥마혼)은 왜 나오는 거... 얜 뭐 나와서 하는 게 뭐야? 배신때리다가 금방 잡히는 거? 

  마지막 부분에서 리드가 우리는 지구를 구해내는 어쩌고 할때 나 좀 웃었음.. 야.. 너네가 구한 거 아니잖아.... 실버 서퍼가 이 한 몸 희생한거 아녀. 얘네가 날로 먹으려 드네ㄷㄷㄷ 

  하도 미국 평론가들이 캐 씹어놨길래 기대 안하고 봤는데, 기대하고 봤으면 어쩔 뻔 했어... 예고편에 나왔던 "이거 돌체인데..." 하고 울상짓는 조니만 건질 만 했음.


레이크 하우스
감독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2006 / 미국)
출연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쇼레 아그다쉬루, 딜런 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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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시월애 본게 벌써 7년 전이란 말인가 뜨악. 아무튼 그 시월애의 리메이크 작, 레이크 하우스다. 멜로는 별로 즐기는 편은 아닌데(아마도), 시월애 리메이크 작이라길래 궁금하기도 했고, 키아누 리브스도, 산드라 블록도 좋아하는 편이라 보는 데 별 지장 없었음. 바다가 아닌 호수 위의 집인지라 일 마레 라는 이름은 쓰지 않고 제목이 레이크 하우스라고. 이건 쫌 아쉽곤. 그래도 중간에 일 마레가 잠시 언급되는 장면이 있는데 굉장히 반가웠음.

  리메이크 작이다 보니까 기본 설정은 거의 비슷. 남자 주인공인 알렉스 와일러(키아누 리브스)가 건축가 아버지(사이먼 와일러 역/크리스토퍼 플러머)의 그늘에 가려있는 건축가라는 점, 남녀가 통하게 되는 우체통... 뭐 요런 거. 아 시월애가 가물가물해. 반면 여자 주인공인 케이트 포스터(산드라 블록)의 직업은 성우에서 의사로 바뀌었다. 성우가 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각본을 수정하면서 좀더 각본이 세밀해지고 그에 따라 의사로 바뀐 듯. 직업이 의사인 것을 통해 꾸며지는 것들이 있다.

  시월애는 확실히 좀 정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 시월애만의 감각 같은 거. 근데 레이크 하우스는 그걸 좀 제대로 못 살린 거 같아서 안타깝다. 영상미가 더 떨어진다는 느낌이... 아니 물론 화면은 때깔나는데, 시월애의 아련한 느낌이 부족하다. 

  화면은 그렇긴 한데, 각본은 더 좋아진 느낌이다. 시월애가 도식적인 설정과 약간 텅 빈 듯한 느낌을 영상미로 채워 넣었다면, 레이크 하우스에서는 설정을 좀 더 활용한다. 알렉스가 케이트와의 접점을 열심히 만들어나가는 장면이 얼마나 재밌는데. 키스 한 번도 따 냈으니 아주 훌륭한 수확이다. 마지막의 급조된 듯한 해피 엔딩만 쫌 아쉬움.

  생각보다 매끄럽게 잘 리메이크 된 것 같다. 외국 평론가들 평이 아주 형편 없었는데(몇 명 빼고-), 생각보다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고 난 마음에 들었음. 시월애의 그 느낌은 아니더라도, 잔잔한 감각은 확실히 살아있고... 괜찮다.

  시월애를 안 본 사람이라도 제법 편안한 기분으로 볼 수 있을 듯?

록키 발보아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2006 / 미국)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버트 영, 마일로 벤티미글리아, 제랄딘 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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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늦게 봤다. 동생이랑 새벽에 머리 맞대고 보았음. 나는 록키 시리즈를 다 보지 못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록키 1밖에 안 봤다. 사실 록키 1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워서 그 이후의 편을 찾아볼 이유를 못느꼈으니까. 그 이후 나온 속편들이 그다지 좋은 편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고. 내가 영화를 부지런하게 쫒아다니며 보는 타입은 아니니까.

  그래도 왠지 오래간만에 나온 록키의 새로운 속편은 보고 싶었다. 록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평들이 듣기 좋았고, 뭔가 폐물이 되어버린 왕년의 스타. 이런 것도 보고 싶었어.

  그 동안의 록키 속편들이 상당히 매끈하게 만들어졌고, 그때문에 많이 혹평 받은 점도 있다고 하는데... 록키 발보아, 요건 정말 담담하고 고백적인 분위기가 살아있어서 좋았다. 정말이지 록키 1을 다시 보는 기분이야. 록키 1에서 느꼈던 그 알싸함.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각본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썼다고 하는데, 실베스터 스텔론의 나이 때문인건지...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좀 돌아본다는 느낌이 들더라. 록키 발보아가 록키 1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처럼.

  록키(실베스터 스탤론)은 사별한 아내 애드리언(흑흑)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손님들과 과거의 추억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아들이 하나 있지만, 록키 주니어(마일로 벤티밀리아)와는 좀 소원한 상태. 사실 뭔가 도전할 거리가 남아있는 나이도 아니고, 게다가 꽤 안정적인 생활상이다. 록키에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만한 이유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그의 안정된 삶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보단 텅 빈 듯한 느낌을 갖는다. 아내의 죽음 때문에 그 빈 자리가 더 큰 것 같다. 아내와의 추억을 되새기 듯 그는 과거에 살던 동네에 가기도 하고, 거기서 어릴 적 알고 지내 던 마리(제랄딘 휴즈)를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그의 삶의 공허함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개를 데리러 보호소에 갔을 때, 스텝스(제임스 프란시스 켈리 3세)에게 필사적으로 늙은 개에 대한 변호를 하는 모습은 조금 안쓰러운 느낌도 준다.

  그러나 록키는 도전한다. 텅 빈 듯한 자신의 삶에서 자리를 찾기 위해 새롭게 프로 권투선수 자격증을 따고, 작은 무대에 도전하려 든다. 이미 권투 선수로써는 늙은 나이. 그러나 왕년의 스타였던 그의 재기는 세상의 이목을 끌고, 그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려든 현 챔피언 메이슨(안토니오 타버)의 에이전트로 인해 무려 젊은 현 챔피언과 대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들과의 소원한 관계를 끝마치고, 필사적인 연습에 들어선다.

  딱 봐서는 늙고 권투를 오래 하지 않은 록키가 금방 지는 게 당연한 상황. 그런데 이 경기에서 록키는 10라운드를 전부 버텨내고, 메이슨조차도 좋은 경기였다며 뭔가를 얻는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이다. 그런데 그 전개하는 방식이 너무도 맘에 든다. 늙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그러나 은퇴하기에는 이른 자들의 심리. 그것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다. 거기에 적당한 가족애를 넣어주고, 현 챔피언의 사정이 적절하게 섞여들어가 있다. 게다가 록키의 향수까지 더해지니, 아 이 영화 좋다고 말할 수 밖에.

  제법 소박하고, 영상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지만... 정말 좋았다. 특히 록키가 아들에게 설교하는 장면. 설득력 있게 먹혀 들어간다. 참 좋다.

  현 챔피언 메이슨으로 나오는 안토니오 타버는, 실제로도 라이트 헤비웨이트 챔피언이었다고. 그리고 경기 해설자로 나오는 사람들은 실제 경기 해설자들이었다. 타이슨이 잠깐 카메오로 나와서 재미있었음.

  록키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리턴
감독 이규만 (2007 / 한국)
출연 김명민, 유준상, 김태우, 정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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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싶지도 않았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_-;; 어쩌다가 보게 되었다. 장르가 공포인줄 알았으니까 말 다했지(...) 스릴러더군. 약간 공포 낌새가 있긴 하지만, 뭐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음. 스포일러까지 알고 갔는데, 왜 난 이게 공포물인 줄 알았을까?

  '수술 중 각성'을 소재로 삼아서 그거 때문에 좀 공포 느낌이 난다. 오프닝 씬에서는 진짜 공포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나중 가서 알긴 했지만. 난 공포물 아니어서 안심했지. 그렇지만 공포가 아니라고 해도, 스릴러 물을 그렇게 좋아하거나 즐기는 편도 아니라... 이게 잘 만들어진 스릴러 물이었으면 물론 재미있었을 테지만, 나에겐 별로였다. 스릴러라고 하면 아무래도 두근두근 손을 부여잡는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그런거 별로 없었다. 마지막 반전이라고 할 것 조차 음, 그렇구나. 뭔가 그럴 줄 알았어. 요런 느낌이 들었음. 네 명의 주연 배우 중 무려 셋이 호감가고 좋아하던 사람들이라(김명민, 유준상, 김태우) 그거 때문에 봤나...

  난 범인의 동기부터가 좀 이해가 안갔다. 어린 마음에 상처 입은건 알겠는데, 의사들이 뭐 알고 그랬나-_-;; 수술 중 각성때문에 쇼크 받았지만, 그 수술 때문에 산 거잖아. 복수를 해도 그렇지, 수술 당사자들만 죽이면 됐지 그 가족들까지, 그 가족의 연계자들까지 줄줄이 죽이는건 좀...~_~; 싸이코 패스라고 하기에도 애가 좀 감정적이고. 

  주인공 격인 류재우(김명민)는 뭘 하는건지 잘 모르게 띨띨하더라. 아무리 그래도 아내를 직접 수술하는 의사가 어딨어() 판단력이 흐려도 정도껏. 그리고 주인공인데... 뭔가 비중이 없어... 뭐하니, 너... 요런 느낌. 내가 김명민이라 봐준다<- 류재우 아내로 나온 김유미는 참 오래간만이라는 느낌. 얼굴이 좀 많이 변했더라; 

  강욱환(유준상)의 '피를 나눈 형제' 어쩌고 과거 회상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굳이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도 아니고. 그래도 거지꼴한 유준상은 멋졌다ㅠㅠb 강욱환이 문제 해결만 신중하게 해줬으면... 그 정도로 준비해 놓고 뭔가 어물쩡 사건을 해결하려 드니까 물을 먹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제일 멋진건 강욱환... 주인공이 찌질하거든. 장석호(정유석)는 뭐 딱히...'_' 최면이라는 뭔가(...) 뭔가 남용되고 있는 그 소재에 이용당한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오치훈(김태우)도 별로... 막판에서만 좀 눈에 띄었나. 근데 생각보다 별로 포스가 없어; 이명석(김뢰하)는 스토리 한 단락을 위한 인물로밖에 안 보여짐-_-; 안습.

  이야기 다루는 방식이 좀. 스릴러 초보인 내가 봐도 어설픈 구석이 있음. 게다가 예상되는 범인의 수가 너무 적어서(기껏해야 두 명이니까) 보는 맛이 떨어진다. 한번에 너무 쉽게 범인으로 몰리는 사람이 나오니까 이거이거, 뒤에 반전 있겠다 싶은 느낌도 확확 들고. 

  그냥, 좀 아쉽다.


각설탕
감독 이환경 (2006 / 한국)
출연 임수정, 박은수, 김유정, 홍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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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당시에도 볼 생각 전혀 없었고, 개봉 후에도 볼 생각 없었는데... 케이블에서 하는거 채널 돌리기 싫어서 멍하니 있다가 보게 되었다. 딱히 임수정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의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였는데 뭐 보고 나니 나쁘지 않네'ㅂ'

  스토리가 되게 빤한 편이다. 말을 운명적으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환경, 헤어짐의 고난, 운명적 재만남, 그 말과 함께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그리고 결말은 나름 주인공의 죽음; 뭐 요런 식.

  결과적으로 라인이, 나쁜 한국 사회의 단면과 싸워여하는 환경, 그리고 말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감정라인. 요렇게 두 개로 나뉘는 거같은데... 솔직히 둘다 작위적 느낌이 많이 나긴 하는데 재밌긴 함. 막판 가서 전자 쪽이 좀 무시되는거 같아서 슬프다... 시은이(임수정)가 그랑프리 이기고 나서 보여주는 장면이, 천둥이 부여잡고 우는거랑 과거 회상이 전부여서; 그래서 철이(오태경)랑 김 조교사(최학락)는 어떻게 되는건데ㄷㄷ 라는 느낌이랄까. 아니 물론 천둥이 죽은 건 슬프지만 이쪽도 좀 다뤄주시면 안될깝쇼;; 오태경이 좋아서 좀 보고 싶었구만.... 임수정이 오태경 말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에서 각혈했음ㅋㅋㅋ 헉 알몸을 채찍으로 떄려!

  아빠 익두(박은수) 쪽과의 관계는 좀 다루다 만 것 같은 느낌이라 아쉬움... 왜 둘이서 마주보고 감정을 해소하지 않는걸까. 무뚝뚝한 아버지도 좋지만 난 다정다감 쪽이 좋은데. 어째 익두보다 판돌(김기천)하고 통하는 장면이 더 많어;

  시은이 친구 민자로 나오는 홍지영씨 사투리와 함께 그 특유의 억양을 써서 감초역할 잘 하더라. 이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모습들 좋았음. 그리고 반장 마천복(박길수) 생각할수록 안습... 아내 자식은 어쩌라고;_; 이 때 김 조교사 너무 미웠으으.

  윤 조교사 역의 유오성이나 국산마에 투자하려는 마주 역의 백일섭 씨의 연기 좋았음. 우정출연이라고 되어있넌데, 우정 출연 치고 유오성씨는 분량이 많더라. 유오성씨 얼굴이 약간 말상인데 말들이랑 같이 나오니까 너무 잘어울렸음... 진짜 조교사같아() 죄송해요...

  천둥이 연기 너무 잘한다. 보면서 오오오, 저 말 대단해! 라고 말하고 있었음ㅋㅋ 근데 막판에 천둥이가 달리고 싶다고 주변 사람들이 해석하는건 쫌 오바. 그냥 그때만 말 안들은 걸수도 있잖아-_-; 그걸 수술 안시키고 경기 출장 시키는건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라밖에 생각할 수 없다.

  뻔한 스토리의 영화, 그래서 아쉬운 점도 많다. 그래도 배경이 참 아름답고, 임수정도 예쁘고, 그럭저럭 감동도 주고. 케이블 TV에서 본 거 치고는 좋았음.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감독 브래드 실버링 (2004 / 독일, 미국)
출연 짐 캐리, 라이암 아이켄, 에밀리 브라우닝, 카라 호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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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케이블에서 하길래 기다렸다가 봤음. 흥행에 별로 성공하지 않았고, 들려오는 입소문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어서 영화관에서 안봤었는데... 뭐야, 이거 꽤 괜찮잖아;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원작이 있는 영화이다. 다니엘 핸들러(필명이 레모니 스니켓이란다)의 영화인데, 책 1권의 이름이 아니라 시리즈물의 이름. 영화화 된 부분은 시리즈 1권부터 3권까지의 부분이란다. <눈동자의 집>, <파충류의 방>, <눈물샘 호수> 부분을 영화화 한 것. 어쩐지 각자 굉장히 판이하게 다른 세 개의 배경들이 등장한다 싶었는데 이렇게 세 개의 책을 각색한 것이라서 그랬던 것이었다. 뭐 여러 군데군데를 보여주는게 난 재미있었지만. 난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라고 해서, 주인공 이름 중에 레모니 스니켓이 있는 줄 알았음. 근데 그냥 이야기를 전해주는 얼굴 안보이는 화자의 필명. 레모니 스니켓. 얼굴 안보였지만 이건 주드 로가 맡았다. 어쩐지 목소리가 좋더라니<-

  주인공인 보들레르 가의 삼 남매는 각기 개성이 있다. 머리만 묶으면 아이디어가 샘솟는 발명 첫째 바이올렛(에밀리 브라우닝), 온갖 책을 읽어 지식이 뛰어난 둘째 클라우스(리암 에이켄), 필요한 재능인지는 의심스럽지만 일단 물어뜯기의 제왕인 아기 써니(카라 호프만/셀비 호프만). 해리 포터의 해리, 론, 헤르미온느 세트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써니는 도대체 어따 써먹나 했는데 보다 보니 나름대로 쓸모가 있더라; 무슨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만 되면 누나에게 머리를 빨리 묶으라고 재촉하는 클라우스 귀여웠음.

  삼 남매의 유산 때문에 삼 남매를 위협하는 존재는 올라프 백작(짐 캐리). <눈동자의 집>에 나오는 인물인데, 아 정말 최고.. 짐 캐리는 진정 슬랩스틱의 제왕이다. 시종일관 변장 해대는 올라프 캐릭터와 그에 따른 변화를 정말 잘 소화해냈다. 스테파노, 샴 선장 역할. 모두가 너무 잘 연기했음. 이 변장 모습들 너무 재밌고 좋았다. 겉멋이 잔뜩 들어 멋진 백작님을 연기해대는 그 건방짐마저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진짜 말이 필요 없이 연기 잘한다;_; 

  올라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몬티 삼촌(빌리 코놀리)의 집에 맡겨졌을 때 그 집은 꽤 재미있더군. 몬티 삼촌은 너무 빨리 죽어서 슬펐다-_-; 그냥 지나가듯 해버렸음. 반면 그 다음에 맡겨지는 집인 조세핀 숙모(메릴 스트립)의 집은 최고. 아 진짜 그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조세핀 숙모 캐릭터; 잊을 수 없어. 이 영화에서 짐 캐리 만큼이나 메릴 스트립이 두드러지는 이유이다. 냉장고가 무너지진 않을까, 문 손잡이가 천갈래로 갈라져 자신을 찌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라니. 더 재미있는건 삼 남매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 모든 것이 일어난다는 거였지만. 조세핀 숙모 캐릭터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으면 이 영화의 내용이 바뀌었겠지.

  삼 남매가 어른이 될 때까지 그들의 거처를 정해주거나 해야하는 은행가 포(티모시 스펄)은 정말 바보같았음. 그 정도로 애들 말을 안 믿는 어른들이라니. 마지막에 악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난 시점에서, 올라프 백작은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아이들이 처절하게 외쳐댈 때 믿지 않은건 누구지?'라고 묻는거에서 공감. 그 정도라면 악당에게 훈계 당해도 싸다.

  올라프 백작과 바이올렛의 연극 결혼에서 판사를 맡았던 옆집 아주머니 스트라우스(이게 배역 이름인건지,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연극 속 판사 이름인건지 모르겠다. / 캐서린 오하라) 귀여웠음. 사실 판사역을 맡았을 때보다 맨 처음에 삼 남매와 만났을 때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 캐릭터다. 삼 남매를 고의 아니게 나락으로 떨어뜨렸음. 킥킥. 아 이 연극 결혼에서 평론가 역할 까메오로 더스틴 호프만이 나왔음. 반갑던데.

  세 가지 이야기를 뭉쳐 놓은 이야기인 만큼 배경들이 재미있고 개성있었음. 그런데 또 그때문인지 의외로 극적 긴박감은 좀 떨어졌던거 같기도 하고. 아 긴박감 넘치는 장면은 많았는데,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라는 식의 기분이 들었달까.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것따윈 잊게 만들 만큼 영화 보는 내내는 집중하게 만들었다.

  어린이 동화치고는 결말이 제법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건 연작을 생각해서 한 것인가? 올라프 백작이 감옥을 빠져나왔다는 슬픈 소식은 뭐랄까..; 해피 엔딩 스럽지 않아. 온연히 웃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보고 안심할 만한 해피 엔딩은 주지 않는 제법 얄미운 결말일지도. 그리고 삼 남매 부모님의 비밀은 이렇게 어물쩡 넘어갈 셈인건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라는 느낌이 있었다.

  재미있었음음. 아기자기한 이야기의 향연이 좋았다. 캐릭터도 연기자도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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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황당한 저주
감독 에드가 라이트 (2004 / 영국)
출연 사이몬 페그, 닉 프로스트, 케이트 아스필드, 루시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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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3부작(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시리즈) 중 '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 1978)'에 경의를 표하며 만들어진 작품. 국내에서 이 시체들의 새벽을 2004년에 리메이크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Dawn of the Dead가 '새벽의 저주'로 번역되었는데, 이게 사람들에게 시체들의 새벽이라는 원작보다 대중에게 더 인지도가 높은거라. 그래서 원작인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를 패러디하던 Shaun of the Dead의 번역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되고 말았다. 이래서야 조지 로메로 감독의 원작보다는 잭 스나이더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처럼 느껴지고 마는 오류가-_-; 확실히 패러디물 느낌도 나고 재미있는 제목이지만, 원작보다는 잭 스나이더의 리메이크본을 가르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패러디물이다. 기본적인 설정을 보여주면서도 코믹적 요소를 섞어놓은 센스가 너무 대단해서 웃음이 비실비실. 영국에서는 꽤 흥행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개봉도 안한 작품인 것이 좀 의아하다. 꽤 재밌는데 이거;

  주인공 숀(사이몬 페그)과 그의 친구 에드(닉 프로스트)의 조합이 꽤 즐겁다. 숀이 구하고자(?) 안달하는 여자친구 리즈(케이트 애쉬필드)보다 에드의 비중이 더 큰 것 같음. 리즈는 별로 기억에 안남는데, 에드는 확실히 기억에 남잖아. 저 바보같은 놈! 이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아 물론 두 친구가 둘 다 바보스럽다.

  숀의 일상은 단순하다. 평범한 하루하루이고, 별로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태도도 없다. 그래서 리즈가 헤어짐을 요구한 상황. 이런 숀의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진 사건이 사람들의 좀비화. 그런데 여기서 숀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 그가 꾀하는 계획이란 겨우 에드와 함께 엄마 바바라(페네로프 윌튼)과 여자친구 리즈를 구해 사건이 해결 될 때까지 단골 술집에 가서 숨어있는 것 정도이다. 한마디로 생각이 없다-_-; 이러니까 여자친구한테 차이지 싶고. 어떻게 저런 사건이 일어난 와중에도 저 정도로 어리버리하고 생각없이 굴 수 있는건지. 심지어 이런 단순한 숀의 일상은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비슷비슷. 이런 모습이 사회상을 꼬집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단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당황스럽다; 내가 영화를 엄청 평론하듯 진지하게 보는 것도 아니니까.

  숀의 계획이 약간 틀어지면서 엄마 바바라의 남편(숀의 친 아버지가 아니다.) 필립(빌 나이)과 리즈의 친구들인 데이빗(딜란 모란)과 다이안(루시 데이비스)까지 함께 숀의 단골 술집으로 피신. 이 피신까지의 과정이 다소 코믹스럽다. 그러면서도 주인공들은 너무나 진지해서 그 대조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내가 원작을 안봐서 잘 모르겠는데 여기 나오는 좀비들 너무 웃겨orz 으으으 거리면서 걸어다니기만하고, 엄청 잘 당하고 어리숙하다. 좀비들이 잔인하게 보이는 장면은 단 한 장면 뿐. 데이빗이 당하는 장면인데, 그 이외에는 별로 무섭거나 협오스러운 장면도 없다.

  결말은 음 이걸 비극이라 보는 사람도 있긴 하더만, 난 그냥 웃겼음. 해피라고 보지도 않지만, 이 결말 제법 재미있지 않은가. 제대로 살아남은건 숀과 리즈 뿐이라는게 슬픈건가? 그렇지만 사건의 해결이 단순하고, 사건 해결 후의 세상도 제법 그에 걸맞아서. 바바라나 필립은 뭐 제대로 죽었다 치고, 데이빗이나 다이안은 너무나 빠르게 죽어버려서 죽는게 그렇게 슬프지 않고. 에드는 좀비가 되었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게임이나 하면서 밥만 축내는 백수. 숀의 일상이 리즈와 함께가 되었다는 게 좀 달라진 것이지만... 솔직히 그런 극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은 숀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변할 수 있을까? 리즈와 함께 있는 모습이 그려졌지만 언제까지일 지는 확실할 수 없다.

  꽤 재미있는 패러디 물. 원작인 조지 A 로메로 람독의 시체들의 새벽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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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감독 심형래 (2007 / 한국, 미국)
출연 제이슨 베어, 아만다 브룩스, 로버트 포스터, 크리스 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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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인터넷에 디워 빠들과 디워 까들의 설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어쨌든 보고 나서 평해야지 싶어서 봤다. 혹시 돈아까워 땅을 칠까봐 조조로.

  ...아놔, 제발 각본... 님하orz 님하... 이건 아니잖아요... 일단 스토리간의 연결성이 정말 최악이다. 대사도 중간중간 썰컹썰컹 비어있는 기분이다. 게다가 연기도...ㄱ- 

  한국 장면에서 나오는 두 남녀의 연기는 진짜 제대로 안습. 거기에 쌩뚱맞은 대사가 첨가되니 정말. 한국 씬에서 연기 제대로 하는건 보천 정도이려나. 아무튼 한국 씬에 나오는 남녀 다 연기 너무 못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나 연기 잘하는지 모르는지 잘 모른다. 근데 이건 너무 못해!  그렇다고 현대로 돌아와서 외국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느냐, 하느냐면 사실 그것도 아니다... 외국 배우 연기 못하는건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왜냐면 내 나라 언어가 아니니까)- 그래도 진짜 못하더라. 이든(제이슨 베어)도 물론이고, 세라(아만다 브룩스)도 연기... 그나마 세라가 좀 낫나? 그렇다고 해도 오히려 세라보다 세라 친구 브랜디(에이미 가르시아)가 좀 더 나아 보이던걸. 아무튼 과거 현재의 주인공 4명의 연기는... 이든의 친구 브루스(크레이그 로빈슨)는 연기는 맛깔나게 하는 편인거 같은데, 캐릭터 설정을 잘 해놓고도 대사가 텅텅 빈 느낌이라 잘 못살린 것 같다. 그렇게 재미있는 조연을 이렇게 허비하다니 캐안습; 현대의 보천인 잭(로버트 포스터)는... 뭐 별로 많이 나오지도 않으셔서.

  각본의 허술함은 눈에 척척 보인다. 아무리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이 같더라도(괴물이 쳐들어온다-싸운다-이긴다) 그걸 진행하는 방식이 너무 거칠고 허술하다. 솔직히 소재 자체의 신선함에 기대했고, 스토리에 기대 안했지만... 이건 그거랑은 다른 문제다. 시퀀스마다의 연결성이 몹시 떨어져서, 갑자기 왜 저래?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해? 한다 싶은 대사도 장면도 몹시 많다. 가끔 심형래가 가진 개스 센스를 살린 씬들은 물론 순간순간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뭐. 차라리 그 개그를 넣을 시간에 각본을 더 꼼꼼하게 메꾸겠다. 부라퀴 나올 동안 착한 이무기는 어디서 뭐 한건지, 부라퀴 추종세력들은 무술따위 못해도 목걸이 하나면 완승이냐... 스토리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았다.

  모든 것은 CG로 승부한다! 라고 말하기에도... 솔직히 관객들의 안목이 높아진건지, 내가 주제에 눈이 조낸 높은건지-_-; 중반부 이후의 CG는 볼 만 하지만, 그 이전은 CG티가 많이 나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특히 조선 습격씬에서는 밝은 대낮이라 그런지 CG티가 엄청 나더라. 특촬물 분위기가 언듯언듯 나서 기분이 암울해졌었다. 그래도 그 다음 CG부터는 좀 낫더라만. 중반 도시 습격 장면에서 CG는... 음 확실히 부라퀴의 빌딩 빙빙 감아올리는 거라던가, 그런건 좋았지만. 오히려 후줄근한 탱크의 모습, 후줄근한 미국의 대처에 심심해진달까. 아 익룡들은 멋지더라. CG가 가장 빛을 발한 건 역시 결말 장면. 용으로 변한 착한 이무기에서 아주 덜덜덜. 님하 간지 작렬이에요! 이 장면 안 나왔으면 영화관 나오면서 쳐 울었어 나. 맨날 외국의 덩치 커다란 용 보다가, 동양적인 용 보니까 좋더라'ㅂ' 멋있고.

  내 기대치가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 아쉽다... 이게 몇 년 동안이나 노력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
  근데 마지막에 이든 집까지 걸어간거니?<-...


테이킹 라이브즈
감독 D.J. 카루소 (2004 /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에단 호크, 키퍼 서덜랜드, 올리비에 마르티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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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잠이 안와서-_-; 뒤척대다가 케이블에서 영화 시작하길래 봤다. 원래 제목 모르거나 정보 모르는 영화는 잘 안보는데, 진짜 할게 없었다. 다른 채널도 엄청 재미없는 거만 해대고. 마침 아는 배우들이 슬금슬금 나오길래 봤음.  좋아하는 배우가 둘이나 나온다. 안젤리나 졸리랑 에단 호크. 안젤리나 졸리야 그 인상때문에 흥미가 많았고, 에단 호크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관심을 갖고, 가타카에서 뿌리내린 케이스.

  테이킹 라이브즈는 '타인의 삶을 취하다'라는 뜻이란다. 난 목숨을 앗아가서 저 제목인 줄 알았어(...) 보고 나니까 사람 죽이고 그 사람 인생을 사는 연쇄살인마가 등장해서, 아 그렇구나 했다. 진짜 엄청 둔해_-_ 소재가 참 독특하고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다.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미스테리 섞인 이야기는 흔하지만, 연쇄 살인마인 마틴 애셔의 생각 자체가 참 특이하니까. 그리고 그걸 나타내주는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 두 명의 청소년들이 나오고, 그 와중에 그들의 중고차 타이어가 터지자 소년 한명이 그 타이어를 갈러 나간다. 그리고 다른 소년이 너 나랑 키가 같았지? 하고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타이어를 갈러 나갔던 소년을 트럭 앞으로 밀어버리는 장면. 영화에 등장하는 연쇄 살인마의 싸이코패스적 면모를 아주 잘 보여주는 시퀀스고, 연쇄 살인마에게 흥미를 갖게 한다.

  근데 이 이야기는 그 소재의 흥미로움은 좋은데, 그걸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음습한 느낌이 드는 캐나다 퀘백 지역이 나오는 것까지도 좋았다. 약간 특이한 사고를 하는 FBI 요원 일리아나 스콧(안젤리나 졸리)가 나오는 것도 좋았고,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마틴 애셔의 존재를 알려주는 마틴 애셔의 어머니 레베카 애셔(제나 로우랜즈)가 나오는 것도 뭐 괜찮았다. 이 분 연기가 좀 싸이코틱해서-_-; 제임스 코스타(에단 호크)도 아주 적역;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니. 대단해! 게다가 그 촉촉히 젖은 눈빛ㅠ_ㅠ 울리고 싶은 남자 이미지였다. 근데 딱 여기까지다. 인물들과 인물이 가지고 있는 소재의 특이성 빼고 남는게 뭐지?

  미스테리극인데, 미스테리가 너무 파악하기 쉬웠던 게 아쉽다. 나처럼 둔한 애가 아, 저거 복선 아냐. 라고 생각할 정도면 정말 심한 거다. 반전을 세번 일으키면서 사람들이 팍팍 놀라야 하는데, 아... 역시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너무 미스테리에 긴장감이 없었다. 초반부 분위기까지는 좋았는데, 본격적으로 일리아나가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하면서 긴장감도 술술. 하트(키퍼 서덜랜드) 추격씬도 그냥 액션이라는 느낌이지 그렇게 긴박감 넘치지도 않았음. 여러가지 복선을 좀더 치밀하게 깔았다면 어땠을지 싶다. 아 그래도 마지막 반전은 나 쫌 놀랐다ㅋㅋ 그것도 알아 챈 사람 많던데, 나 역시 둔해...

  퀘백 주 경찰들은 좀 소모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일리아나를 신뢰하는 동료 르클레르(체키 카료), 싫어하는 동료 조셉 빠께뜨(올리비에 마르티네즈), 그리고 그냥 도움이 되는 동료 듀발(장-위글 잉글라드)를 배치한 것... 까지는 좋은데 별로 써먹진 못한 듯. 그나마 빈정 대마왕 빠께뜨가 좀 눈에 띄었나. 

  조금 힘 없는 추적극. 그래도 에단 호크의 연기 만큼은 엄청 좋았다. 이렇게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이렇게 밖에 찍지 못하다니 눈물이 줄줄.


새벽의 저주
감독 잭 스나이더 (2004 / 미국)
출연 사라 폴리, 빙 레임스, 제이크 웨버, 메카이 파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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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내가 공포영화를 이렇게 자주 보게 되다니. 친구가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비교해서 설명해 주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근데 재밌는건 새벽의 황당한 저주고, 요건 역시 공포물. 게다가 절망적이어서-_-; 불쑥불쑥 하는 장면은 없어서 그래도 겁많은 내가 볼만 하긴 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거나, 갑자기 스르륵 다가오거나 하지 않으면 놀라지 않는 편이라... 이 영화를 보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아 물론 타 공포영화에 비해서-_-... 난 기본적으로 겁이 많아서.

  전설적인 걸작 호러 시리즈인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부작 중, 1978년 개봉했던 시리즈 2탄 '시체들의 새벽'(영어 제목은 같다.)을 리메이크한 좀비 호러물. 자고 일어났는데 온 동네가 좀비로 둘러싸여 있다. 이 얼마나 괴기스러운 설정인가. 리메이크 한 마음도 알 법 하다; 

  요 리메이크에 대한 평이 분분하던데, 나는 원작을 안봐서 모르겠고... 적어도 원작에선 좀비들이 미친듯한 속도로 뛰어다니진 않았나 보다. 팬들이 이 좀비 설정에 짜증을 냈다는 걸 어디서 봤음. 그리고 미국의 소비문화 풍자도 적절히 들어가 있었던 듯? 역시 원작을 못 본 나는 알 수 없고, 요 새벽의 저주에선 그런 풍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내가 못느끼는거던가). 원작은 만화처럼 뻔뻔스러운 설정이 난무하는 블랙코미디라는 이야기도-_-; 결말도 낙천적이고. 요컨대 이 새벽의 저주는 원작의 설정과 스토리는 가져오되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뭐 굳이 원작을 볼 필요는 없으려나...

  주인공이 참 많은 편이다. 일단 요 중심 인물만 해도 간호사인 안나(사라 폴리), 경관인 케네스(빙 라메스), 믿음직한 남자로 나왔던 마이클(제이크 웨버), 아내를 지키는 헌신적인 남자였던 안드레(메키 파이퍼). 요렇게나 많다. 쇼핑몰에 사람들이 모이면서는 더욱 많아졌고. 

  안나는 여자주인공인데도 참 굳세고 당찬 이미지였다. 서슴없이 총 들고 쏘는 것도 그렇고. 가장 믿음직스러웠던 건 역시 케네스. 이성적인 판단이 제법 잘 서있었던 것 같다. 그건 마이클도 마찬가지였긴 하지만, 마이클보다 역시 좀 더 굳센 이미지. 안드레는 딱 임신한 아내 좀비 되기 전까지만 좋았는데... 아내가 좀비됐는데 그걸 포기 못하고 있는게 불쌍했다. 태어난 아기도 좀비였거늘-_-;; 이미 사람이 아닌데 포기 못해. 그 심정을 알 법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건 포기해야지. 애꿎은 노마 할머니(제인 이스트우드)만 죽었다.

  쇼핑센터에 있던 경비원 셋은 처음엔 좀 그랬는데, 나중 갈수록 괜찮아지더라. 테리(케빈 지거스)야 원래 순했다 쳐도, 발악하고 사람 못미더워 하던 C.J.(마이클 켈리)! 믿을 수 없을만큼 의리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마지막 죽음까지도 아주 눈물겹다;_; 가스통 터트리고 좀비들과 함께 동반자살. 그렇게 비열하던 애가 인간관계에 대한 책 하나 읽었다고 이렇게 될 수 있는거야. 아 독서의 중요성. 나머지 한 명인 바트(마이클 배리)야 꼬붕짓만 좀 하다가 좀비한테 먹혀 죽었고-_-; 
 
  쇼핑센터에 나중에 들어온 인물들 중 중요한건 바보 멍청이 같은 스티브(타이 버렐)과 니콜(린디 부스)정도. 나머지야 다 죽었으니까... 아, 니콜의 아버지 프랭크(매트 플레워)는 참 멋있게 죽었다. 자기가 감염되었다는 것을 알고, 참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더라. 딸과 작별인사도 잘 했고... 여기 있던 사람들 중 가장 안정감 있게 죽은거 아닌가 싶다. 니콜은 개 쫓아서 반대편 건물로 돌진할 때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혼자 못빠져나오고 구해달라고 할거면서 가긴 왜 가(...) 결국 다른사람들이 다같이 가서 구해줬다. 이 때 머저리 스티브가 뻘짓해서 다같이 쇼피몰에서 도망나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_- 왜 문앞에서 안지키고 있냐고! 속터져.

  공포 영화인데도 중간에 굉장히 평화로운 부분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어느정도 안정감을 찾았을 때 편하게 생활하더라. 이 때 C.J.가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읽었다ㅋㅋ 그냥 이렇게 계속 있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바깥에 모인 우글우글한 좀비떼는 환상적으로 징그러웠다. 개미떼의 군집 같았으니까.

  마지막에 배타고 섬에 가는 인원은 극소수. 그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해피한 분위기였다. 크레딧도 올라가기 시작했고, 사람들 낚기 시작... 근데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간 중간 영화 속에서 캠코더를 돌리는 장면이 나온다. 캠을 통해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섬에 도착하는 장면까지도 보여주는데... 으갸. 섬에서 좀비들이 두다다다. 끝까지 행복해지게 놔두질 않더라. 어쩐지 마지막 ost 가사가 '모든 사람들은 다 뒤졌어' ...그래서 늬들도 같이 죽는거니()

  잭 스나이더 이거 찍은 내공으로 300 찍었구나 싶다. 300에서 슬로우로 사람 머리 잘리고 그러는거 보여주던 거.. 여기서 전기톱으로 좀비 자르고, 살아있는 사람 어깨선부터 자르고 하면서 내공 길렀구나. 불쑥불쑥 나타나는 공포는 없는 대신에, 좀 음습하는 공포가 있다고 해야할까. 좀비들의 모습에서 일단 혐오감이 들고, 총으로 머리 날리는 건 괜찮은데... 전기톱으로 자르는 건 고어물. 내장 튀어나오는 거 하며. 아 난 고어물 싫어(...)

  이걸 보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꼭 봐야한다고 한다; 나도 나중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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