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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감독 이누도 잇신 (2003 / 일본)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우에노 주리, 아라이 히로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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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결말을 알아서 안보고 있었다. 보면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아서... 잘은 몰라도 조제의 테마를 들어보면 너무 기분이 미묘해지고 그래서. 그냥 보기 참 그랬다. 막상 보고 난 느낌은? 슬프다기보다는 아릿하게 남는 감정이 먹먹하게 가슴에 스며들었다. 참, 참 먹먹해. 영화는 여전히 이누도 잇신 감독 영화스럽게 깔끔하지만, 길게 남는 여운이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사랑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 장애 여성과 일반 남성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변화에 대해 참 담담한 차림새로 서술하고 있다. 조제의 할머니(신야 에이코)는 조제(이케와키 치즈루)를 장애인으로 대했을 지 모르겠지만,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의 태도를 보면 그녀를 장애인으로 여겨 사랑한 것이 아니다. 중간에 보면 카나에(우에노 주리)도 말하지 않는가, 츠네오는 그렇게 봉사정신 넘치는 애가 아니라고.

  어쩌다 조제와 조제의 할머니와 마주치게 되는 츠네오. 처음엔 음식 때문에, 그 다음에는 조제의 지식과 말투 때문에, 그리고 나중에는 조제 때문에 조제의 집에 찾아가는 츠네오. 조제가 바깥 세상을 나들이하게 해주고, 소꿉친구 코지(아라이 히로후미)를 만나게 해 주고, 밤 늦게 타코야키를 사 들고 가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의 면접을 박차고 나오는 츠네오. 조제와 동거하게 되는 츠네오. 이 모든 것은 사랑의 모습이다.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정말 꾸밈없이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일년 후.

  사랑은 변화한다. 츠네오는 더 이상 조제의 유모차를 고치지 않으며, 부모님을 뵈러 내려가는 중 그것을 취소한다. 조제를 업은 츠네오는 힘겨운 표정이다. 더 이상은 사랑으로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은 부모님을 뵈러 가던 여행을 그들만의 여행으로 선회하고, 추억을 만들고 돌아온다. 그리고 몇달 간 함께 더 산다. 그 다음은? 이별.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의 변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너무 비관적이지 않겠냐고? 또 그렇지만도 않은게... 그들의 이별은 너무 담담하거든. 츠네오가 길을 걷다가 울음을 터트리긴 하지만, 그래도 잘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안다. 중요한 것은 조제의 변화.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했던가. 여관에서의 조제의 독백처럼, 조제는 이제 이전과 같은 조제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 독백처럼 괜찮을 것이다. 조제는 이제 전동 휠체어를 타고 스스로 장을 보러 나가고, 혼자 있더라도 집을 깨끗이 치우며, 생선을 구워서 먹는다. 마지막에 조제가 의자에서 힘껏 뛰어내리는 모습에서 조제의 활기를 느끼며, 조제가 괜찮을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영화 마지막에 느끼는 긴 여운은 뭐랄까, 이별의 슬픔에서 오는 것이 아닌 사랑의 변화에서 오는 그런 것 같다.

  영상이 참 아름다웠음. 중간중간 셔터샷으로 나오는 모습들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화면이 참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의 화면을 다시 본 느낌.

이누도 잇신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러브 스토리인 동시에, 사랑이 어떻게 한 소녀를 변화시켜나가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판타지를 만들어내지만, 그 환상은 곧 깨져버리고 현실이 어떤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현실 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절망을 발견하지만, 그녀가 절망을 느낄 때 그녀의 약함 뿐 아니라 그녀의 힘과 용기 또한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대사가 아닌 여배우의 외양으로, 추상적인 것이 아닌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녀의 힘과 용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관객들이 그것을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느끼기를 원했다. 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너무 많은 감정의 기복이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내 목표는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그들이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함께 겪으면서 시작한 곳으로부터 이만큼까지 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종류의 느낌이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더 어울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 감상이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을 묘사하는 것은 사람의 성장을 묘사하는 것이고 또 삶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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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근무
감독 박광춘 (2005 / 한국)
출연 김선아, 공유, 남상미, 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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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케이블에서 하길래 봤음. 내가 개봉 전에 알게 되는 영화는 몇 개 없는데, 그 중 하나였다. 이 영화 리얀네 학교에서 찍어서ㅋㅋ 리얀이 말해줬거든. 리얀이 처음 제목 말해줬을때 뭐야 그게,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스토리 라인이 굉장히 평범하다.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학원 액션(학원이 아니지만), 신분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사건들, 적당히 버무려 놓은 서스펜스와 코미디.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인거다. 이미 너무 많이 사람들이 써먹어서, 하나의 틀이 되어버린 이야기. 그리고 그 틀로 떠 놓은 물건을 전혀 다듬지 않아서 정말 그대로 평범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중간중간 재미있는 씬들이 많았는데, 금방 금방 넘어가버릴 정도로 숨이 짧았다. 그건 좀 안타까움.

  그래도 영화를 살려주는 건 배우들. 특히 원톱으로 나선 김선아는 여전히 활기차고 기운나는 김선아표 연기를 보여준다. 캐릭터도 그렇지만, 김선아에게 참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공유는 부들부들하지만 약간 부족한 느낌이. 아 씬마다 텀이 너무 짧아서 그래. 김갑수씨나 노주현씨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오광록씨... 진짜 사랑합니다. 그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이 나는 목소리로, "깜짝이야~"같은 대사 할 때 쓰러졌음; 남상미는 뭐 그냥 무난. 홍수아 최고ㅋㅋ... 언니 정말 껌좀 씹으셨군요. 하정우는 다른 작품에서 보고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때는 그냥 무난 하네요. 

  뭐 평범한 공식을 따라가는 영화였음. 그렇다고 재미 없다는건 아니고, 재미는 있는데 너무 평범해서; 따로 볼 필요를 못 느끼는 느낌? 시간 많고, 마침 케이블에서 한다면 볼만하다.


심슨가족, 더 무비
감독 데이비드 실버맨 (2007 / 미국)
출연 댄 캐스텔라네타, 줄리 카브너, 낸시 카트라이트, 이어들리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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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하하하하휴ㅠㅠㅠㅠㅁ뉴이라ㅜ미ㅓㄴㅇㄴㅇㄱ진짜 말이 필요없다 으하하하 나 죽네ㅋㅋㅋㅋㅋ 나 또 한번 보러 갈래 ㅠㅣㅏㄴ어림나어ㅜㅠㅠ 그린데이 최고, 디즈니 최고 으하하하하하유ㅣ 아 진짜 디즈니 패러디 어쩔거ㅋㅋㅋㅋㅋㅋㅏㅓ 악 진짜 미치겠네 ㅠㅠㅠㅠㅠㅠ 아메리칸 이디엇 장송곡 버젼 최고 으하하휴ㅠㅠㅠ 아 나 죽어 ㅋㅋㅋㅋㅋ 줄거리는 그냥 네이버에서 찾아보세요 ㅋㅋㅋㅋ TV시리즈 봤으면 꼭 볼것. 안 봤어도 볼 것. 패러디랑 틈새개그 최고 미쳐ㅋㅋㅋ 심슨 최고다 정말 쩐다 쩔어 o-<-< 웃다사망


판타스틱4: 실버서퍼의 위협
감독 팀 스토리 (2007 / 미국)
출연 이안 그루퍼드, 제시카 알바, 크리스 에반스, 마이클 치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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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전에 지누보고 그랬었다. 예고편으로 내용을 다 보여주는데?! 근데 내가 한 말이지만 정말 맞았다... 예고편에 본편에서 재밌을만한 조크도 다 보여주고, 누구누구의 도움이 있었는지 다 보여주고ㄱ- 뭐 어쩌자고... 예고편이 스포일러 그 자체라니까?

  판타스틱 4를 처음 봤을 때, 좀 모자라지만 다음 편에서 살아날 가망이 크다고 생각했다. 스파이더맨도 1편은 별로였지만, 2편에서는 완전 변했잖아. (아 이렇게 쓰면 3편이 별로였으니 할 말이 없나...) 아무튼 그래서 판타스틱 4도 이번 속편을 더 기대했다구. 근데 너네 뭐하자는거니... 주인공들에 초점을 확 주던지, 아니면 실버 서퍼(더그 존스/목소리:로렌스 피쉬번)씨의 이야기를 좀 중점있게 다뤄주던지. 이건 둘 다의 고민을 미적지근하게 건들다 말아서, 거 참 그렇다. 

  수잔(제시카 알바)과 리드(이안 그루퍼드)가 생각하는 고뇌라는거 너무 쉽게 풀려서 참 보잘것 없다. 이거 마치 1편에서 벤(마이클 쉬크리)의 고뇌가 순간적으로 해소되는 거 그대로 보는 거 같아. 그 때도 씽 저거 뭐야 하면서 어이없어 했는데... 이번 편은 뭐 고뇌라기 보다 잠깐 생각하다 만 거 같은 그런 느낌. 수잔 생각했음 뭐 밀어부쳐야 할거 아냐; 자니(크리스 에반스)의 고뇌도 엄청 간단해... 야 그렇게 생각했음 좀 진지해지던지, 이건 뭐 막판에 부케 태우는거 어쩔건데ㄷㄷㄷ 좀 귀엽긴 했지만. (네 저 이런 사람이에요.)

  실버 서퍼의 존재는... 뭔가 설명이 부족해. 실버 서퍼가 섬기는 자에 대한 그런 것도 참 되게 간단해서. 그리고 그가 가진 고뇌도... 너무 얄팍해... 아니 고뇌 자체가 얄팍하다기 보다는, 해결이 너무 얄팍해. 그렇게 쉽게 섬기는 자를 죽여버릴 수 있는 거라면, 어째서 자기가 사는 행성의 안위를 걱정하는겨; 내가 너무 대충 본거야?

  국가에 의해 이것 저것 제약받는다는 설정도, 거 참 진부한 설정을 되게 진부하게 풀어놔서 보는 사람 열받음... 그리고 빅터 본 둠(줄리안 맥마혼)은 왜 나오는 거... 얜 뭐 나와서 하는 게 뭐야? 배신때리다가 금방 잡히는 거? 

  마지막 부분에서 리드가 우리는 지구를 구해내는 어쩌고 할때 나 좀 웃었음.. 야.. 너네가 구한 거 아니잖아.... 실버 서퍼가 이 한 몸 희생한거 아녀. 얘네가 날로 먹으려 드네ㄷㄷㄷ 

  하도 미국 평론가들이 캐 씹어놨길래 기대 안하고 봤는데, 기대하고 봤으면 어쩔 뻔 했어... 예고편에 나왔던 "이거 돌체인데..." 하고 울상짓는 조니만 건질 만 했음.


레이크 하우스
감독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2006 / 미국)
출연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쇼레 아그다쉬루, 딜런 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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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시월애 본게 벌써 7년 전이란 말인가 뜨악. 아무튼 그 시월애의 리메이크 작, 레이크 하우스다. 멜로는 별로 즐기는 편은 아닌데(아마도), 시월애 리메이크 작이라길래 궁금하기도 했고, 키아누 리브스도, 산드라 블록도 좋아하는 편이라 보는 데 별 지장 없었음. 바다가 아닌 호수 위의 집인지라 일 마레 라는 이름은 쓰지 않고 제목이 레이크 하우스라고. 이건 쫌 아쉽곤. 그래도 중간에 일 마레가 잠시 언급되는 장면이 있는데 굉장히 반가웠음.

  리메이크 작이다 보니까 기본 설정은 거의 비슷. 남자 주인공인 알렉스 와일러(키아누 리브스)가 건축가 아버지(사이먼 와일러 역/크리스토퍼 플러머)의 그늘에 가려있는 건축가라는 점, 남녀가 통하게 되는 우체통... 뭐 요런 거. 아 시월애가 가물가물해. 반면 여자 주인공인 케이트 포스터(산드라 블록)의 직업은 성우에서 의사로 바뀌었다. 성우가 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각본을 수정하면서 좀더 각본이 세밀해지고 그에 따라 의사로 바뀐 듯. 직업이 의사인 것을 통해 꾸며지는 것들이 있다.

  시월애는 확실히 좀 정적인 느낌이 있었다. 그 시월애만의 감각 같은 거. 근데 레이크 하우스는 그걸 좀 제대로 못 살린 거 같아서 안타깝다. 영상미가 더 떨어진다는 느낌이... 아니 물론 화면은 때깔나는데, 시월애의 아련한 느낌이 부족하다. 

  화면은 그렇긴 한데, 각본은 더 좋아진 느낌이다. 시월애가 도식적인 설정과 약간 텅 빈 듯한 느낌을 영상미로 채워 넣었다면, 레이크 하우스에서는 설정을 좀 더 활용한다. 알렉스가 케이트와의 접점을 열심히 만들어나가는 장면이 얼마나 재밌는데. 키스 한 번도 따 냈으니 아주 훌륭한 수확이다. 마지막의 급조된 듯한 해피 엔딩만 쫌 아쉬움.

  생각보다 매끄럽게 잘 리메이크 된 것 같다. 외국 평론가들 평이 아주 형편 없었는데(몇 명 빼고-), 생각보다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고 난 마음에 들었음. 시월애의 그 느낌은 아니더라도, 잔잔한 감각은 확실히 살아있고... 괜찮다.

  시월애를 안 본 사람이라도 제법 편안한 기분으로 볼 수 있을 듯?

록키 발보아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2006 / 미국)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버트 영, 마일로 벤티미글리아, 제랄딘 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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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늦게 봤다. 동생이랑 새벽에 머리 맞대고 보았음. 나는 록키 시리즈를 다 보지 못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록키 1밖에 안 봤다. 사실 록키 1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워서 그 이후의 편을 찾아볼 이유를 못느꼈으니까. 그 이후 나온 속편들이 그다지 좋은 편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고. 내가 영화를 부지런하게 쫒아다니며 보는 타입은 아니니까.

  그래도 왠지 오래간만에 나온 록키의 새로운 속편은 보고 싶었다. 록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평들이 듣기 좋았고, 뭔가 폐물이 되어버린 왕년의 스타. 이런 것도 보고 싶었어.

  그 동안의 록키 속편들이 상당히 매끈하게 만들어졌고, 그때문에 많이 혹평 받은 점도 있다고 하는데... 록키 발보아, 요건 정말 담담하고 고백적인 분위기가 살아있어서 좋았다. 정말이지 록키 1을 다시 보는 기분이야. 록키 1에서 느꼈던 그 알싸함.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각본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썼다고 하는데, 실베스터 스텔론의 나이 때문인건지...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좀 돌아본다는 느낌이 들더라. 록키 발보아가 록키 1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처럼.

  록키(실베스터 스탤론)은 사별한 아내 애드리언(흑흑)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경영하며, 손님들과 과거의 추억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아들이 하나 있지만, 록키 주니어(마일로 벤티밀리아)와는 좀 소원한 상태. 사실 뭔가 도전할 거리가 남아있는 나이도 아니고, 게다가 꽤 안정적인 생활상이다. 록키에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만한 이유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그의 안정된 삶에서 만족감을 느끼기보단 텅 빈 듯한 느낌을 갖는다. 아내의 죽음 때문에 그 빈 자리가 더 큰 것 같다. 아내와의 추억을 되새기 듯 그는 과거에 살던 동네에 가기도 하고, 거기서 어릴 적 알고 지내 던 마리(제랄딘 휴즈)를 돕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그의 삶의 공허함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개를 데리러 보호소에 갔을 때, 스텝스(제임스 프란시스 켈리 3세)에게 필사적으로 늙은 개에 대한 변호를 하는 모습은 조금 안쓰러운 느낌도 준다.

  그러나 록키는 도전한다. 텅 빈 듯한 자신의 삶에서 자리를 찾기 위해 새롭게 프로 권투선수 자격증을 따고, 작은 무대에 도전하려 든다. 이미 권투 선수로써는 늙은 나이. 그러나 왕년의 스타였던 그의 재기는 세상의 이목을 끌고, 그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려든 현 챔피언 메이슨(안토니오 타버)의 에이전트로 인해 무려 젊은 현 챔피언과 대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들과의 소원한 관계를 끝마치고, 필사적인 연습에 들어선다.

  딱 봐서는 늙고 권투를 오래 하지 않은 록키가 금방 지는 게 당연한 상황. 그런데 이 경기에서 록키는 10라운드를 전부 버텨내고, 메이슨조차도 좋은 경기였다며 뭔가를 얻는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이다. 그런데 그 전개하는 방식이 너무도 맘에 든다. 늙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그러나 은퇴하기에는 이른 자들의 심리. 그것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다. 거기에 적당한 가족애를 넣어주고, 현 챔피언의 사정이 적절하게 섞여들어가 있다. 게다가 록키의 향수까지 더해지니, 아 이 영화 좋다고 말할 수 밖에.

  제법 소박하고, 영상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지만... 정말 좋았다. 특히 록키가 아들에게 설교하는 장면. 설득력 있게 먹혀 들어간다. 참 좋다.

  현 챔피언 메이슨으로 나오는 안토니오 타버는, 실제로도 라이트 헤비웨이트 챔피언이었다고. 그리고 경기 해설자로 나오는 사람들은 실제 경기 해설자들이었다. 타이슨이 잠깐 카메오로 나와서 재미있었음.

  록키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리턴
감독 이규만 (2007 / 한국)
출연 김명민, 유준상, 김태우, 정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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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싶지도 않았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_-;; 어쩌다가 보게 되었다. 장르가 공포인줄 알았으니까 말 다했지(...) 스릴러더군. 약간 공포 낌새가 있긴 하지만, 뭐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음. 스포일러까지 알고 갔는데, 왜 난 이게 공포물인 줄 알았을까?

  '수술 중 각성'을 소재로 삼아서 그거 때문에 좀 공포 느낌이 난다. 오프닝 씬에서는 진짜 공포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나중 가서 알긴 했지만. 난 공포물 아니어서 안심했지. 그렇지만 공포가 아니라고 해도, 스릴러 물을 그렇게 좋아하거나 즐기는 편도 아니라... 이게 잘 만들어진 스릴러 물이었으면 물론 재미있었을 테지만, 나에겐 별로였다. 스릴러라고 하면 아무래도 두근두근 손을 부여잡는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그런거 별로 없었다. 마지막 반전이라고 할 것 조차 음, 그렇구나. 뭔가 그럴 줄 알았어. 요런 느낌이 들었음. 네 명의 주연 배우 중 무려 셋이 호감가고 좋아하던 사람들이라(김명민, 유준상, 김태우) 그거 때문에 봤나...

  난 범인의 동기부터가 좀 이해가 안갔다. 어린 마음에 상처 입은건 알겠는데, 의사들이 뭐 알고 그랬나-_-;; 수술 중 각성때문에 쇼크 받았지만, 그 수술 때문에 산 거잖아. 복수를 해도 그렇지, 수술 당사자들만 죽이면 됐지 그 가족들까지, 그 가족의 연계자들까지 줄줄이 죽이는건 좀...~_~; 싸이코 패스라고 하기에도 애가 좀 감정적이고. 

  주인공 격인 류재우(김명민)는 뭘 하는건지 잘 모르게 띨띨하더라. 아무리 그래도 아내를 직접 수술하는 의사가 어딨어() 판단력이 흐려도 정도껏. 그리고 주인공인데... 뭔가 비중이 없어... 뭐하니, 너... 요런 느낌. 내가 김명민이라 봐준다<- 류재우 아내로 나온 김유미는 참 오래간만이라는 느낌. 얼굴이 좀 많이 변했더라; 

  강욱환(유준상)의 '피를 나눈 형제' 어쩌고 과거 회상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굳이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도 아니고. 그래도 거지꼴한 유준상은 멋졌다ㅠㅠb 강욱환이 문제 해결만 신중하게 해줬으면... 그 정도로 준비해 놓고 뭔가 어물쩡 사건을 해결하려 드니까 물을 먹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제일 멋진건 강욱환... 주인공이 찌질하거든. 장석호(정유석)는 뭐 딱히...'_' 최면이라는 뭔가(...) 뭔가 남용되고 있는 그 소재에 이용당한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오치훈(김태우)도 별로... 막판에서만 좀 눈에 띄었나. 근데 생각보다 별로 포스가 없어; 이명석(김뢰하)는 스토리 한 단락을 위한 인물로밖에 안 보여짐-_-; 안습.

  이야기 다루는 방식이 좀. 스릴러 초보인 내가 봐도 어설픈 구석이 있음. 게다가 예상되는 범인의 수가 너무 적어서(기껏해야 두 명이니까) 보는 맛이 떨어진다. 한번에 너무 쉽게 범인으로 몰리는 사람이 나오니까 이거이거, 뒤에 반전 있겠다 싶은 느낌도 확확 들고. 

  그냥, 좀 아쉽다.


각설탕
감독 이환경 (2006 / 한국)
출연 임수정, 박은수, 김유정, 홍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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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당시에도 볼 생각 전혀 없었고, 개봉 후에도 볼 생각 없었는데... 케이블에서 하는거 채널 돌리기 싫어서 멍하니 있다가 보게 되었다. 딱히 임수정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의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였는데 뭐 보고 나니 나쁘지 않네'ㅂ'

  스토리가 되게 빤한 편이다. 말을 운명적으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환경, 헤어짐의 고난, 운명적 재만남, 그 말과 함께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그리고 결말은 나름 주인공의 죽음; 뭐 요런 식.

  결과적으로 라인이, 나쁜 한국 사회의 단면과 싸워여하는 환경, 그리고 말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감정라인. 요렇게 두 개로 나뉘는 거같은데... 솔직히 둘다 작위적 느낌이 많이 나긴 하는데 재밌긴 함. 막판 가서 전자 쪽이 좀 무시되는거 같아서 슬프다... 시은이(임수정)가 그랑프리 이기고 나서 보여주는 장면이, 천둥이 부여잡고 우는거랑 과거 회상이 전부여서; 그래서 철이(오태경)랑 김 조교사(최학락)는 어떻게 되는건데ㄷㄷ 라는 느낌이랄까. 아니 물론 천둥이 죽은 건 슬프지만 이쪽도 좀 다뤄주시면 안될깝쇼;; 오태경이 좋아서 좀 보고 싶었구만.... 임수정이 오태경 말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에서 각혈했음ㅋㅋㅋ 헉 알몸을 채찍으로 떄려!

  아빠 익두(박은수) 쪽과의 관계는 좀 다루다 만 것 같은 느낌이라 아쉬움... 왜 둘이서 마주보고 감정을 해소하지 않는걸까. 무뚝뚝한 아버지도 좋지만 난 다정다감 쪽이 좋은데. 어째 익두보다 판돌(김기천)하고 통하는 장면이 더 많어;

  시은이 친구 민자로 나오는 홍지영씨 사투리와 함께 그 특유의 억양을 써서 감초역할 잘 하더라. 이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모습들 좋았음. 그리고 반장 마천복(박길수) 생각할수록 안습... 아내 자식은 어쩌라고;_; 이 때 김 조교사 너무 미웠으으.

  윤 조교사 역의 유오성이나 국산마에 투자하려는 마주 역의 백일섭 씨의 연기 좋았음. 우정출연이라고 되어있넌데, 우정 출연 치고 유오성씨는 분량이 많더라. 유오성씨 얼굴이 약간 말상인데 말들이랑 같이 나오니까 너무 잘어울렸음... 진짜 조교사같아() 죄송해요...

  천둥이 연기 너무 잘한다. 보면서 오오오, 저 말 대단해! 라고 말하고 있었음ㅋㅋ 근데 막판에 천둥이가 달리고 싶다고 주변 사람들이 해석하는건 쫌 오바. 그냥 그때만 말 안들은 걸수도 있잖아-_-; 그걸 수술 안시키고 경기 출장 시키는건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라밖에 생각할 수 없다.

  뻔한 스토리의 영화, 그래서 아쉬운 점도 많다. 그래도 배경이 참 아름답고, 임수정도 예쁘고, 그럭저럭 감동도 주고. 케이블 TV에서 본 거 치고는 좋았음.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감독 브래드 실버링 (2004 / 독일, 미국)
출연 짐 캐리, 라이암 아이켄, 에밀리 브라우닝, 카라 호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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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케이블에서 하길래 기다렸다가 봤음. 흥행에 별로 성공하지 않았고, 들려오는 입소문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어서 영화관에서 안봤었는데... 뭐야, 이거 꽤 괜찮잖아;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원작이 있는 영화이다. 다니엘 핸들러(필명이 레모니 스니켓이란다)의 영화인데, 책 1권의 이름이 아니라 시리즈물의 이름. 영화화 된 부분은 시리즈 1권부터 3권까지의 부분이란다. <눈동자의 집>, <파충류의 방>, <눈물샘 호수> 부분을 영화화 한 것. 어쩐지 각자 굉장히 판이하게 다른 세 개의 배경들이 등장한다 싶었는데 이렇게 세 개의 책을 각색한 것이라서 그랬던 것이었다. 뭐 여러 군데군데를 보여주는게 난 재미있었지만. 난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라고 해서, 주인공 이름 중에 레모니 스니켓이 있는 줄 알았음. 근데 그냥 이야기를 전해주는 얼굴 안보이는 화자의 필명. 레모니 스니켓. 얼굴 안보였지만 이건 주드 로가 맡았다. 어쩐지 목소리가 좋더라니<-

  주인공인 보들레르 가의 삼 남매는 각기 개성이 있다. 머리만 묶으면 아이디어가 샘솟는 발명 첫째 바이올렛(에밀리 브라우닝), 온갖 책을 읽어 지식이 뛰어난 둘째 클라우스(리암 에이켄), 필요한 재능인지는 의심스럽지만 일단 물어뜯기의 제왕인 아기 써니(카라 호프만/셀비 호프만). 해리 포터의 해리, 론, 헤르미온느 세트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써니는 도대체 어따 써먹나 했는데 보다 보니 나름대로 쓸모가 있더라; 무슨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만 되면 누나에게 머리를 빨리 묶으라고 재촉하는 클라우스 귀여웠음.

  삼 남매의 유산 때문에 삼 남매를 위협하는 존재는 올라프 백작(짐 캐리). <눈동자의 집>에 나오는 인물인데, 아 정말 최고.. 짐 캐리는 진정 슬랩스틱의 제왕이다. 시종일관 변장 해대는 올라프 캐릭터와 그에 따른 변화를 정말 잘 소화해냈다. 스테파노, 샴 선장 역할. 모두가 너무 잘 연기했음. 이 변장 모습들 너무 재밌고 좋았다. 겉멋이 잔뜩 들어 멋진 백작님을 연기해대는 그 건방짐마저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진짜 말이 필요 없이 연기 잘한다;_; 

  올라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몬티 삼촌(빌리 코놀리)의 집에 맡겨졌을 때 그 집은 꽤 재미있더군. 몬티 삼촌은 너무 빨리 죽어서 슬펐다-_-; 그냥 지나가듯 해버렸음. 반면 그 다음에 맡겨지는 집인 조세핀 숙모(메릴 스트립)의 집은 최고. 아 진짜 그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조세핀 숙모 캐릭터; 잊을 수 없어. 이 영화에서 짐 캐리 만큼이나 메릴 스트립이 두드러지는 이유이다. 냉장고가 무너지진 않을까, 문 손잡이가 천갈래로 갈라져 자신을 찌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라니. 더 재미있는건 삼 남매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 모든 것이 일어난다는 거였지만. 조세핀 숙모 캐릭터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으면 이 영화의 내용이 바뀌었겠지.

  삼 남매가 어른이 될 때까지 그들의 거처를 정해주거나 해야하는 은행가 포(티모시 스펄)은 정말 바보같았음. 그 정도로 애들 말을 안 믿는 어른들이라니. 마지막에 악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난 시점에서, 올라프 백작은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아이들이 처절하게 외쳐댈 때 믿지 않은건 누구지?'라고 묻는거에서 공감. 그 정도라면 악당에게 훈계 당해도 싸다.

  올라프 백작과 바이올렛의 연극 결혼에서 판사를 맡았던 옆집 아주머니 스트라우스(이게 배역 이름인건지,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연극 속 판사 이름인건지 모르겠다. / 캐서린 오하라) 귀여웠음. 사실 판사역을 맡았을 때보다 맨 처음에 삼 남매와 만났을 때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 캐릭터다. 삼 남매를 고의 아니게 나락으로 떨어뜨렸음. 킥킥. 아 이 연극 결혼에서 평론가 역할 까메오로 더스틴 호프만이 나왔음. 반갑던데.

  세 가지 이야기를 뭉쳐 놓은 이야기인 만큼 배경들이 재미있고 개성있었음. 그런데 또 그때문인지 의외로 극적 긴박감은 좀 떨어졌던거 같기도 하고. 아 긴박감 넘치는 장면은 많았는데,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라는 식의 기분이 들었달까.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것따윈 잊게 만들 만큼 영화 보는 내내는 집중하게 만들었다.

  어린이 동화치고는 결말이 제법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건 연작을 생각해서 한 것인가? 올라프 백작이 감옥을 빠져나왔다는 슬픈 소식은 뭐랄까..; 해피 엔딩 스럽지 않아. 온연히 웃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보고 안심할 만한 해피 엔딩은 주지 않는 제법 얄미운 결말일지도. 그리고 삼 남매 부모님의 비밀은 이렇게 어물쩡 넘어갈 셈인건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라는 느낌이 있었다.

  재미있었음음. 아기자기한 이야기의 향연이 좋았다. 캐릭터도 연기자도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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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황당한 저주
감독 에드가 라이트 (2004 / 영국)
출연 사이몬 페그, 닉 프로스트, 케이트 아스필드, 루시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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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3부작(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시리즈) 중 '시체들의 새벽 (Dawn of the Dead, 1978)'에 경의를 표하며 만들어진 작품. 국내에서 이 시체들의 새벽을 2004년에 리메이크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Dawn of the Dead가 '새벽의 저주'로 번역되었는데, 이게 사람들에게 시체들의 새벽이라는 원작보다 대중에게 더 인지도가 높은거라. 그래서 원작인 시체들의 새벽(Dawn of the Dead)를 패러디하던 Shaun of the Dead의 번역은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되고 말았다. 이래서야 조지 로메로 감독의 원작보다는 잭 스나이더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처럼 느껴지고 마는 오류가-_-; 확실히 패러디물 느낌도 나고 재미있는 제목이지만, 원작보다는 잭 스나이더의 리메이크본을 가르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패러디물이다. 기본적인 설정을 보여주면서도 코믹적 요소를 섞어놓은 센스가 너무 대단해서 웃음이 비실비실. 영국에서는 꽤 흥행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개봉도 안한 작품인 것이 좀 의아하다. 꽤 재밌는데 이거;

  주인공 숀(사이몬 페그)과 그의 친구 에드(닉 프로스트)의 조합이 꽤 즐겁다. 숀이 구하고자(?) 안달하는 여자친구 리즈(케이트 애쉬필드)보다 에드의 비중이 더 큰 것 같음. 리즈는 별로 기억에 안남는데, 에드는 확실히 기억에 남잖아. 저 바보같은 놈! 이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아 물론 두 친구가 둘 다 바보스럽다.

  숀의 일상은 단순하다. 평범한 하루하루이고, 별로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태도도 없다. 그래서 리즈가 헤어짐을 요구한 상황. 이런 숀의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진 사건이 사람들의 좀비화. 그런데 여기서 숀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 그가 꾀하는 계획이란 겨우 에드와 함께 엄마 바바라(페네로프 윌튼)과 여자친구 리즈를 구해 사건이 해결 될 때까지 단골 술집에 가서 숨어있는 것 정도이다. 한마디로 생각이 없다-_-; 이러니까 여자친구한테 차이지 싶고. 어떻게 저런 사건이 일어난 와중에도 저 정도로 어리버리하고 생각없이 굴 수 있는건지. 심지어 이런 단순한 숀의 일상은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비슷비슷. 이런 모습이 사회상을 꼬집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단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당황스럽다; 내가 영화를 엄청 평론하듯 진지하게 보는 것도 아니니까.

  숀의 계획이 약간 틀어지면서 엄마 바바라의 남편(숀의 친 아버지가 아니다.) 필립(빌 나이)과 리즈의 친구들인 데이빗(딜란 모란)과 다이안(루시 데이비스)까지 함께 숀의 단골 술집으로 피신. 이 피신까지의 과정이 다소 코믹스럽다. 그러면서도 주인공들은 너무나 진지해서 그 대조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내가 원작을 안봐서 잘 모르겠는데 여기 나오는 좀비들 너무 웃겨orz 으으으 거리면서 걸어다니기만하고, 엄청 잘 당하고 어리숙하다. 좀비들이 잔인하게 보이는 장면은 단 한 장면 뿐. 데이빗이 당하는 장면인데, 그 이외에는 별로 무섭거나 협오스러운 장면도 없다.

  결말은 음 이걸 비극이라 보는 사람도 있긴 하더만, 난 그냥 웃겼음. 해피라고 보지도 않지만, 이 결말 제법 재미있지 않은가. 제대로 살아남은건 숀과 리즈 뿐이라는게 슬픈건가? 그렇지만 사건의 해결이 단순하고, 사건 해결 후의 세상도 제법 그에 걸맞아서. 바바라나 필립은 뭐 제대로 죽었다 치고, 데이빗이나 다이안은 너무나 빠르게 죽어버려서 죽는게 그렇게 슬프지 않고. 에드는 좀비가 되었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게임이나 하면서 밥만 축내는 백수. 숀의 일상이 리즈와 함께가 되었다는 게 좀 달라진 것이지만... 솔직히 그런 극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은 숀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변할 수 있을까? 리즈와 함께 있는 모습이 그려졌지만 언제까지일 지는 확실할 수 없다.

  꽤 재미있는 패러디 물. 원작인 조지 A 로메로 람독의 시체들의 새벽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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