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감독 앤 플레쳐 (2009 / 미국)
출연 산드라 블록, 라이언 레이놀즈, 베티 화이트, 크레이그 T. 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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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틱 코미디는 뻔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연애에 얽힌 적당히 재미있고 얼빠진 에피소드들을 엮어놓고, 사고가 생기고 결국은 해피엔딩이 되는 그런 장르. 어쨌거나 결론은 다 해피엔딩이고 때문에 우연도 많고 작위적이고 그렇다. 그런데 난 이 장르를 싫어하지 않는다. 재미있게 만들면 좋아한다. 모든 것은 모방이다. 다만 얼마나 창조적인 모방인지가 중요한 거지. 별 것 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나가는 것도 능력이다. 모든 우연과 작위적인 것들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하에 이해된다. 적당하면 다 좋은 거다. 로맨틱 코미디를 볼 때는 별로 진지한 걸 보고싶지 않고 마음을 풀고 싶을 때고, 예술적인 영화가 필요할 땐 그런 걸 보면 된다. 그렇게 긴장을 풀고 싶어 본 영화가 재미 없을 땐 짜증내면 그만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를 볼 땐 폭탄을 밟을 확률도 참 높은 것 같다. 그 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든다는 건 참 능력이 필요한 일이니까. 뻔한 이야기엔 더더욱 큰 정성이 필요한 거다.

  사람들 평이 좋아 보게 된 로맨틱 코미디. 난 늘어져있을 필요가 있었고 무거운 영화따윈 보기도 싫었다. 다행히도, 무척 즐겁게 봤다. 물론 작위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럭저럭 통과 수준. 부하직원을 협박해서 가짜 결혼을 하려 드는 상사와 기에 눌려 수락한 부하직원의 이야기일 줄 알았더니 그 쪽은 빨리 끝맺음질. 오히려 서로 티격태격하며 기누르는 거에 가까웠다.

  처음에 마가렛(산드라 블록)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앤드류(라이언 레이놀즈)를 봤을 땐, 진짜 찌질해 보였다. 그런데 결혼 때문에 우위가 달라지자 앤드류의 태도가 장난스레 싹 바뀌어서 깜짝 놀랐음. 엄청 착하거나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던 거다. 그냥 착실히 자기 인생 살아가고, 나쁜 맘도 먹어보고 그러는 애. 마가렛은 부하직원들에게는 인기 없을 지 몰라도 제 할일은 확실히 하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었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가 이민 비자 갱신 생각을 안했던 건지는 의아하지만. 뭐 여튼.

  위장 결혼 결정 후 앤드류의 가족인 팩스턴 가족과 둘러싼 에피소드가 대부분. 알고보니 앤드류는 알래스카 쪽 지방 유지(..)인 팩스턴 가문의 외아들. 90세를 맞으신 할머니 애니(베니 화이트)와 무뚝뚝하고 가업을 물려받으라는 아버지 조(크레이그 T. 넬슨), 상냥한 엄마 그레이스(메리 스틴버겐) 속에서 올곧게 자라 자기의 꿈을 쫓는 청년이시라니. 이런 캐릭터가 어디있냐. 마가렛은 지극히 현실적인데 반해 앤드류는 좀 꿈 속 왕자님 느낌이 있었다.

  쨌든 둘 사이의 관계에 확 중점을 두기보다는 가족과 화합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설정이 재미있어서 통했지만, 다 보고 나서는 아... 그런데 왜 앤드류는 마가렛을 좋아하게 된거야? 이런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 전 애인 거트(말린 애커맨)가 등장해서 뭔가 삼각 분위기라도 비슷하게 내줄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가족과의 관계, 사랑하는 사람들을 속이는 것의 혼란 이런 걸 다룬 건 좋았지만 그 덕분에 둘 사이의 관계에서 중요한 점이 빠져버린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요러한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참 보는 내내 유쾌했던 영화. 꿈과 망상이 적절히 들어가 있어서 즐거웠다. 나는 여전히 산드라 블록이 너무 사랑스럽다.

8마일
감독 커티스 핸슨 (2002 / 미국, 독일)
출연 에미넴, 킴 베이싱어, 메카이 파이퍼, 브리트니 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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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상영 당시에는 미성년자라 못봤고 어제 감기약 기운에 취해 침대에서 밍기적 대다가 봤다. 디트로이트 배경에 에미넴의 자전적 이야기가 섞여있다 들었지만 뭐 이게 완벽하게 에미넴의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에미넴이 연기하는 캐릭터 지미는, 에미넴이 연기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힘을 더 얻는다.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지미의 인생너머 에미넴의 인생을 보기 때문에.

  난 이 영화가 좀 지미라는 백인 랩퍼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흑인 랩퍼 사이에들 사이에서 끼어들어 대성하는 그런 장대한 스토리인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더라. 오히려 런닝타임 내내 평범하고 무디고, 힘든 그런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랩이 이 영화에서 주된 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미에게는 랩을 하는 것 외에는 거지같은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여자친구와는 헤어져 엄마(킴 베이싱어)의 트레일러에 얹혀 살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엄마는 자기와 고등학교 동창인 그렉(마이클 섀논)과 붙어먹고 있고, 그 안에는 자기에게 의지하고 있는 어린 동생 릴리(클로에 그린필드)까지 있는, 그리고 그 트레일러에서도 쫓겨나기 일보 직전인 그런 삶.

  그러니 지미의 유일한 탈출구는 랩이다. 랩으로 음반을 내서 성공하면 이 거지같은 삶의 판도를 바꿔버릴 수 있을 거라는 걸 안다. 다행히도 지미에게는 재능이 있다. 그 재능을 끌어가도록 도와주는 좋은 친구들, 퓨쳐(메키 파이퍼), 체다 봅(에반 존슨), 솔(오마 벤슨 밀러), 이즈(디앤젤로 윌슨)도 있다. 자신의 인맥에 대해 깝죽대며 때때로는 지미의 랩그룹을 무시하는 그룹인 프리월드에 빌붙기도 하는 윙크(유진 버드)도 어쩌면 그 안에 넣어줄 수 있겠지.

  하지만 재능이 있고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 길이 순탄한 것도 아니다. 여전히 힘든 삶은 지미를 옥죄고, 기묘하게 신경을 쓰이게 하는 여자 알렉스(브리트니 머피)와의 연애도 갈팡질팡 하는 듯 하고, 무엇보다도 지미는 자기 자신이라는 틀을 넘어야 한다. 랩퍼 B-래빗으로서의 지미는 이미 첫 랩배틀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대에서 도망쳐 내려오고 말았다. 이게 첫 도입부 장면이었는데 바싹 긴장한 지미의 얼굴이 볼 만 했도다. 남자만 보고 사는 엄마와의 관계는 자꾸 문드러져만 가고, 자신을 이끌어주는 퓨쳐와도 싸우게 되고, 음반을 내게 도와준다던 윙크는 자기 여자친구인 알렉스와 스튜디오에서 붙어먹었고, 그거 때문에 죽도록 패줬더니 프리월드 팀을 이끌고 와 역으로 죽도록 얻어 맞았다. 랩을 손에 쥐고도 지미의 삶은 여전히 아슬아슬하며 오히려 가장 최악이 되어버린다.

  모든 불행이 극으로 치달았을 때 이제는 모든 것이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 바닥을 쳤으니까 튀어 올라야 할 때인 거다. 엄마는 웬일로 빙고게임에서 돈을 따 트레일러에서 쫓겨날 신세를 면하고, 회사 급식차 앞에서 벌어진 랩 배틀에 끼어들어 상대방의 코를 눌러준다. 그뿐인가, 매번 자신을 구박하기만 하던 회사 매니저는 이제 성실해 졌다며 야근을 맡긴다. 여전히 지미의 삶은 거지같지만 그 안에서 곱씹을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세를 몰아 지미는 야근을 잠시 동료에게 맡겨둔 채 랩배틀이 벌어지는 장소로 향한다. 랩배틀 사회자인 퓨쳐와도 화해하고 그렇게 참가한 랩배틀. 지미는 프리월드의 일원들을 모두 짓뭉개고 마지막으로는 랩배틀의 제왕이었던 파파덕(안소니 마키)과의 배틀에서 자신의 치부를 모두 드러낸 채, 더 깔 게 있으면 까 봐. 라는 태도를 보여준다. 마치 모든 짐을 던져버린 것처럼. 지미는 이제 새로운 디트로이트 랩의 제왕이다.

  이 쯤 되면 지미 인생의 모든 것이 바뀔 것 같다. 그런데 맨 처음 말했듯 이 영화는 평범하고 무딘 인간의 이야기이다. 동업을 제안하는 퓨쳐에게 쓸쓸한 웃음으로 화답한 지미는 어두운 골목을 걸으며 다시 야근을 하기 위해 공장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새로운 길이 열린 거나 다름없지만 지미에게서 완전히 삶의 그늘이 사라졌다 할 수 없다. 그의 어깨에는 여전히 무거운 삶이 얹혀져 있다.

  뭐랄까, 크게 이야기가 확확 바뀌지 않아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조용조용히 지미의 삶을 따라갈 수 있었으니까. 디트로이트의 빈집 지대를 불태우는 장면이나 트레일러 집 같은 것들이 척박한 그 곳의 현실을 느끼게 해줬다. 알렉스와의 연애는 의외로 괜찮은 이야기가 되어 주었다. 보통 이런 데서 끼어드는 연애담은 별로 안좋아하는데도, 그렇게 깨지고 나서도 담담하게 갈라서는 두 명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음. 알렉스가 윙크와 바람을 피우려고 했다고는 생각 안 해서 그런가... 알렉스 나름대로 그 곳을 벗어나야 하는 생명줄 같은 거였으니까.

  엄마와의 관계는 내가 지미라도 엄마가 답답했겠지만... 나중에 그런 식으로 해결을 본 게 조금은 아쉽다. 엄마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정신을 차렸으면 하지만 뭐 인간이 한순간에 바뀔 수도 없겠지. 싸움 장면마다 그걸 잠잠하게 해주는 동생 릴리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에미넴의 딸 헤일리와 겹쳐져 있다. 지친 삶을 놓지 않게 해 주는 어떤 소중한 존재. 오로지 지켜줘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연인보다도 책임감 있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지미가 어떤 길을 가게 될 지 그 뒤의 이야기는 스스로 상상하는 편이 더 낫다. 적어도 희망의 자락은 보았으니까.


디스트릭트 9
감독 닐 브롬캠프 (2009 / 미국)
출연 샬토 코플리, 제이슨 코프, 나탈리 볼트, 데이빗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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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슥헤랑 쇼핑하다가 노원에서 봄. 내가 내용에 대해 알고 간 건 '외계인을 지구인이 가두는 지역'에 관한 이야기, 정도였는데 그 외에 정보는 하나도 모르고 봤다. 그렇고 아무런 정보 없이 보러간 게 오히려 보는데 더 재미있었다. 개체의 틀과 그 안에 뭉쳐있는 이야기들의 방향까지 전부가 흥미로와서 굉장히 몰입해서 봤다.

  이 이야기는 이미 사건들은 다 벌어졌다 치고 그것을 재구성해서 보여주는데, 그 방식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관객에게 이야기의 진실성을 잠깐이나마 믿게 하는데 이는 이 영화가 함유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적 문제와도 맞닿아 큰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주인공. 정말 평범한,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인간 중 하나인 비커스(샬토 코플리)의 모습은 이야기를 누구의 시선에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은근히 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면서 어느 부분에선 바보같이 순진하기까지 한 비커스가 겪는 일들은 우리의 일이 되어 다가오기 때문에, 관객은 그것을 관망하는 역할이기보다는 비커스의 편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비커스가 겪게 되는 모든 변화(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환경적인 것이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때문에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시스템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도 비꼬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입으면 그제야 문제를 인지한다. 비커스 또한 자신의 일이 되기 전까지는 외계인의 일들을 다수의 눈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외계인의 알들을 터트리면서 아 저게 알 터지는 소리예요, 라며 웃었고 외계인의 이주에 동의하는 서류에 서명을 받고 다녔다. 그게 자신의 일이 되고나서야 비커스는 크리스토퍼에게 아냐, 디스트릭트 10은 좋은 곳이 아니야 라고 털어놓는다. 그야말로 인간적이다. 살아있는 것이라면 외계인도 죽이기 힘들어하던 비커스는 자기가 공격받으면 사람을 죽이고,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지면 자신을 도왔던 외계인을 내버려두고 내빼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렇게 하지 않을까. 오히려 사람들이 그렇게도 경멸하는 외계인인 크리스토퍼가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사실 이 영화에서 이용해 먹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걸 만들어내는 데에는 진짜 평범한 사람들이 쓰여서 문제점을 시사한다. 영화 앞부분에 등장하는, 외계인에 대해 불평하는 주민들은 실제 남아공의 주민들이다. 문제는 이게 영화에 쓰일 필름입니다, 말하고 찍은 부분이 아니라 그곳에 기거하는 '영화 안의 외계인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에 대해 평범한 주민들이 인터뷰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인 디스트릭트 9은 실제 남아공의 1966년 흑인 이주정책이었던 디스트릭트 6를 의미하지 않는다 할 수 없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기보단 주변인이며 관찰대상에 가까웠다. 지도체계가 전부 죽어버린 후 나머지 외계인들은 저지능에 짐승같은 본능만을 가지고 있는데, 대단한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낮고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의 그 짐승같은 본능과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혐오감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남아공의 하층민 모습과 맞닿아 있다. 얘네는 거기다 겉모습도 곤충을 확대해놓은 것 같은 혐오스러운 모양새. 이게 단체라서 그랬던 걸까? 그나마 달랐던 것은 비커스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던 크리스토퍼와 그의 친구, 그리고 크리스토퍼의 아들 뿐이었는데... 개개인을 조명해서 그런건지, 얘들이 단순히 다른 개체보다 지능이 높기 때문인지 헷갈림. 하긴 그러고 보면 지능이 높은 인간 무리들이 또 정말 처절한 악행을 보여줬으니... 지능보다는 단체와 개체의 문제.

  진지한 이야기지만 웃기고 재미있는 장면도 꽤 많았다. 초반부에는 그 재미가 비커스의 멍청한 순진함에 있었다면, 중반 이후에는 크리스토퍼의 아들이 너무 귀엽고 장난기많아서. 비커스의 변화한 팔에 자신의 팔을 대고 똑같아요ㅎㅎ 이러면서 좋아하는 장면(역정내는 비커스도 웃김)이 제일 웃겼고, 크리스토퍼가 다시 자신들의 별로 못돌아간다니까 왜 못가? 난 가고싶은데! 하면서 칭얼대는 장면도 귀여웠다. 나중에 비커스가 모선을 조정하면서 "삼촌이 운전하잖니!" 이럴 때 너무 웃었다. 인정하지 마, 이사람아.

  주변인물보다는 커다란 사회 체계나 시스템이 중요해서... 뭐 크게 중요한 사람들이 있었나 싶은데... 아내인 타냐(바네사 헤이우드)는 딱 고만큼의 위치. 비커스를 지옥으로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결국은 그를 놓을 수 없는 아내... 타냐의 아버지는 말할 가치도 없는 인간쓰레기. 고작 그 정도의 인간이었다면 애당초 어떻게 딸을 비커스에게 주었는지 의문이다. 용병 대장(제이슨 코프)은 아무리 용병이라지만 너무 기계같더라. 외계인에 대한 혐오만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무섭게 터져나가 죽는데도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만큼 외계인에 대한 혐오가 크다는 것일까? 흠.

  정치적인 문제를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영화이지만, 정치적인 것에 관심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보는 내내 스릴 넘치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영화. 마지막 장면이 특히 여운이 남는다. 나오지 않아도 좋을 것 같지만, 뭐 제작자나 투자자 모두 원한다니 디스트릭트 10이 나올 것 같다.

  양파님의 리뷰를 보면 몰랐던 부분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보기를 매우 추천.


크라이_울프
감독 제프 워드로우 (2005 / 미국)
출연 줄리안 모리스, 린디 부스, 자레드 페이다레키, 존 본 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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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전히 제러드가 나와서 보려고 했던 영화... 였지만 워낙에 취향이 아닐 게 분명해 보여서 안 보고 있었다. 공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게 여러 고어 장면이 나오니까. 윽. 슥헤가 놀러 온 김에 둘이서 봤는데... 어 생각보다 무난했다. 좋았다는 소리가 아니라 놀라는 장면도 그닥 없고 그냥 평이하게 이야기가 흘러갔다는 소리. 나름의 두 번의 반전을 꾀하는데, 첫 번째 반전이야 그렇다 쳐도 더 충격적이어야 할 두 번째 반전이라는 것이 전혀 놀랍지가 않아서. 공포영화였지만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지도 않았고, 그냥 저냥 주인공인 오웬(줄리언 모리스)의 슬픈 눈이랑 십대 애들 꺄르륵 거리는 거 보는 재미로 보았다.

  전학 온 학교에서 만난 여학생 닷져(린디 부스)에게 이끌려 아이들과 마피아 게임 비슷한 종류를 하게 되는 오웬. 그리고 그들은 주변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사건을 놀이에 끌어들인다. 그리고 실제로 빨간 복면 살인자가 캠퍼스에 나타나게 된다... 는 건데, 음. 이 진행 방식이 난 영 헷갈려먹어서 처음에 뭔 소린가 했었다. 어쨌건 허구 속의 인물이어야 했던 빨간 복면 살인자가 실제로 나타나 게임에 참여한 아이들을 하나씩 처형해 나간다는 거.

  이 상황 안에서 급박해 보이는 건 오웬 뿐이었고, 애당초 다른 아이들이 죽는 모습도 직접적으로 보여준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인지 떨리지도 않았다. 시종일관 장난기 투성이었던 오웬의 룸메이트 톰(제러드 파달렉키)과 삐딱했던 녀석 한 명 외에는 나머지 애들은 기억도 안 난다... 별로 특색도 없고. 뭐 그랬어. 리치 선생(존 본 조비)은 뭔가 있을 듯 하더니 뭐 정작 큰 비밀따위도 없었고.

  어느 정도 예상한 수순대로 흘러가고, 설사 예상하지 못했더라도 놀라지 않을 그런 수준의 진행. 난 제러드 보면서 즐거웠지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감독 켄 콰피스 (2009 / 미국)
출연 제니퍼 애니스턴, 스칼렛 요한슨, 드류 배리모어, 제니퍼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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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프랑스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이미 앞서 영화 두 편을 봤고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본 터라 진짜 체력 제로 상태에서 봤다. 심지어 더빙으로. 어릴 적 봤던 토요 명화 이후 더빙으로 영화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케세이 퍼시빅에서 한국어 지원되는 영화 찾으니 몇몇 개가 나오는데 이게 그나마 제일 재미있어 보였다. 그 이전에 나왔을 때 보고 싶다고도 생각했었고.

  여자들이 연애할 때 가지는 지지부진한 환상들을 깨트려 주겠어! 라는 식의 책에서 시작된 영화인데... 옴니버스 식으로 각 커플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몇 년을 사귀고도 결혼하지 않는 커플인 베스(제니퍼 애니스톤)와 닐(벤 애플렉), 대학교때부터 사귀어서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제나인(제니퍼 코넬리)과 벤(브래들리 쿠퍼). 이 사이에 끼어든, 벤이 자신만 볼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 애너(스칼렛 요한슨), 애너가 섹스 프렌드로밖에 생각 안하지만 애너에게 푹 빠져 있는 코너(케빈 코넬리). 인터넷에서 시시한 남자 만나기만을 반복하는 인연에 대한 환상을 가진 메리(드류 베리모어).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기 싫어서 사랑을 쿨한 것이라 생각하는 바 주인 알렉스(저스틴 롱). 그런 알렉스가 연애상담을 해주는 너무 들이대고 눈치없는 여자 지지(지니퍼 굿윈).

  쓰고 보니 되게 등장인물들이 많은데... 서로가 직장 동료나 친구 관계등으로 얽혀 있고 하나의 관계에 대해서만 조명하는 영화가 아니라서 분배는 꽤 잘 되어 있다. 각 인물들의 사랑과 연애, 관계 맺고 끊음에는 부족함이 없다. 나름 담담하게 각 커플을 조명하고 있었다.

  나는 제니퍼 애니스톤 커플 이야기에 중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 때문인지 그 쪽은 오히려 생각보다 수월한 편이었다. 결혼을 거부하는 예술가 타입 남자 닐도 이해 되고, 결혼 못해서 주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베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베스의 아버지가 쓰러져서 힘들어졌을 때 사위가 아님에도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에 와서 도왔던 닐은, 굳이 결혼이라는 약속 하에 맺어지지 않더라도 믿을만한 남자였다. 결혼이라는게 결국 불안정한 사랑의 확인을 법적으로 확인하려는 건데... 닐 같은 남자라면 믿을만 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는 닐도 베스를 위해 청혼해주었지만. 근데 고작 이 정도로 꺾일 신념이라면 갖지를 마 이사람아ㅋㅋㅋ

  또다른 커플이이었던 제나와 벤은... 글쎄 겉보기엔 완벽했다. 대학교때부터 쭉 사귀어서 결혼까지 하게 된 이제는 안정적인 부부. 벤이 애너와 바람이 나면서 이 커플은 파국을 맞았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사실은 이건 도화선일 뿐이고 그동안 벌어져왔던 둘 사이의 균열이 이미 꽤 크게 벌어져 있었던 것 같다. 제나에게 담배를 끊었다 뻔뻔스레 거짓말하는 벤의 성격과, 남편을 몰아세우고 있던 제나. 둘 다 내게는 힘든 커플이었다.

  유부남을 꼬시면서 환상에 젖어 있던 애너는 결코 행복해 질 수 없을 것만 같다. 일단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는 여자였고, 눈이 높은 여자였다. 우유부단한 벤 때문에 크게 상처입은 뒤에, 코너가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에도 그와 맞춰줄 수 없었던 애너. 그래 뭐 취향에 안맞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코너가 좀 그런 타입이긴 했어. 하지만 코너의 청혼에 자신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하고 도망가던 애너의 뒷모습은 당당하다기보다는 그냥 불쌍했다.

  알렉스와 지지의 이야기는 뭐 어떻게 보면 알콩달콩한 이야기. 사랑에 쿨한 알렉스와 사랑에 빠질 거라고 매일같이 주문을 되뇌는 지지는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리니까. 하지만 난 지지의 캐릭터가 너무 짜증나서 영화 보는 내내 거슬려 죽는 줄 알았다. 매번 이번에는 잘될거다, 저 남자는 내게 반했다 자기 합리화 하는데 보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알렉스가 그 남자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충고하면 제발 알아먹으라고. 그것도 모자라 나중엔 알렉스가 자기에게 반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는게...ㅜㅜ 뭐 지지의 순수한 마음을 알게 된 알렉스와 잘 되서 그렇지 안그랬으면 그냥 또 삽질하고 끝난 거였잖아... 개인적으로는 알렉스 캐릭터는 좋았음. 나름 배드보이지만ㅋㅋㅋ

  가상현실에서 자기의 짝을 만날 거라 기대하던 메리가, 그런 가상을 벗어던지고 코너에게 연락하면서 이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드류 베리모어는 제작자로서 그냥 찬조출연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어떤 의미로 귀여웠다.

  으음. 사실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랑은 좀 달라서... 현실적인 부분이 많은 건 좋은데... 뭐랄까 몰입이 잘 안됐다. 이런 식의 다양한 옴니버스는 좋지만 확 재밌다거나 하는 느낌은 못받았음. 덤덤하게 봤던 영화. 분석하려 하는 영화는 이래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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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감독 존 파브로 (2008 / 미국)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테렌스 하워드, 제프 브리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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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아이언맨이 안티 히어로 이야기인 줄 알고 있었다. 응 아니구나...

  포스터만 보고 되게 어두운 영화일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돈도 있고 머리도 있는 바람둥이 남자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생각보다 고뇌가 없었다. 모든 초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는 걸 생각하면, 이놈의 토니 스타크는 고뇌가 거의 안보이는 데다가 심지어 아이언 맨이 되어 하늘을 날며 좋아한다. 진정한 초딩 영웅이 아닐 수 없다ㅜ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토니의 초딩스러움이 빵터지기까지. 나는 영웅임 흐응흐응'~'..토니...OTL

  아무래도 아이언맨이라는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인지라 싸우는 장면보다는 과정 부분에 치중해 있다. 그래도 싸우는 장면보다 수트 만드는 과정이 더 재미있으니 전혀 상관 없음. 인간도 아니고 로봇들이랑 투닥투닥 거리면서 수트 만드는 장면이 재미있다. 집사격인 이 로봇들은 인공지능(...)을 갖춘건지 뭣인지 거의 인간같았다.

  토니 자체가 워낙에 유아독존인 인물이라서, 주변인물들 비중도 그다지 안컸다. 국방 쪽 인물인 제임스(테렌스 하워드)는 절친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고, 여주인공인 페퍼(기네스 펠트로)는 별로 무매력. 뭐 이런 히어로물의 히로인들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토니가 왜 페퍼를 좋아하게 되는지조차 난 이해되지 않았어. 악역인 오베디아(제프 브리지스)는 원래도 니가 악역일 줄 알았습니다 라는 느낌이라ㅋㅋㅋ 그냥저냥 특별난 악역같지는 않았다.

  영화 마지막의 쿠키영상에서 마블 통합시리즈를 기대하게 하는구낭.

  다 보니까 뭔가 다른 슈퍼 히어로물보다 남자애들의 꿈과 로망을 실현한 영화 같다는 느낌. 초인적인 능력을 타고나거나 하지 않아도 돈과 머리만 있으면 나도 슈퍼 히어로! 아 그런데 둘 다 없네...
2007/07/28 -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2007)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감독 데이빗 예이츠 (2009 / 영국, 미국)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마이클 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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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당일 날 본 건 처음인듯. 평일 오전에 봐서 한산하고 좋았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점점 마지막을 향해 치달아가서 그런지 이전에 비해 보는 기분이 여유롭다. 어차피 6편은 7편의 내용을 위한 포석이라는 느낌이기도 해서 마음이 더 그랬었던건지도.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봤을때 확 끌어당긴다던가 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냥 전반적으로 무난무난하고, 중간 중간 소소한 재미를 많이 넣었다는 느낌이었다. 전체 내용이 암울할 수밖에 없어서 중간 중간에 작은 재미들을 추구한 듯.

  그렇지만 그 중간 중간에 끼어있는 재미라는 것들이, 죄다 연애사인지라... 웃기면서도 동시에 '아 이건 로맨스 영화인가' 싶은 기분이 많이 들었다. 거기다가 주가 되는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지니(보니 라이트), 론(루퍼트 그린트)과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사이의 연애는 생각보다 순탄해서 그닥 걱정할 거리도 없었고... 론이 아무리 라벤더(제시 케이브)와 썸씽이 있었다지만 론 자체의 성격이 영화에서 팔랑팔랑하고 철딱서니 없는 사춘기 남자애인지라, 헤르미온느야 어땠을지 몰라도 보는 나는 그냥 웃기고 말았어...

  연애노선은 뭐 그랬고,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많은 화인데 연애하는 와중에도 중요 이야기들은 제법 잘 끼워넣었더라. 스네이프(알란 릭맨)와 혼혈왕자의 이야기가 좀 더 나와줬으면, 하는 아쉬움 외에 다른 것들은 별로 불만 없었다. 슬러그혼(짐 브로드벤트)에게서 기억을 얻게 되는 과정이라던가, 해리와 덤블도어(마이클 갬본)이 호크룩스를 가지러 가는 이야기라던가... 스토리상 필요한 이야기는 다 나왔으니까. 말포이(톰 펠튼) 찌질대는 거야 말할 것도 없고. 덤블도어가 죽는 장면도 괜찮았다. 다만 이 때 왜인지 BGM이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자잘한 장면 많이 잘라서 루핀(데이빗 듈리스)나 통스(나탈리아 테나) 같은 불사조 기사단 이야기는 거의 안 다뤄졌지만 뭐 괜찮다. 아, 네빌(매튜 루이스) 비중도 슬픔.

  나쁘진 않고 그렇다고 막 좋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어느 부분을 잘라내야하는 지는 잘 알았던 것 같은데, 연애 장면이 너무 많았다. 하긴 이런 연애장면이라도 안 넣으면 대중 영화로써 흥행할 수 없겠지. 위트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좀 주고 싶다.

  사족인데 어린 톰 리들(히어로 피네스-피핀)이랑 청소년 톰 리들(프랭크 딜레인)이랑 너무 닮아서 신기했다. 캐스팅 잘했다.

가디언
감독 앤드류 데이비스 (2006 / 미국)
출연 케빈 코스트너, 애쉬튼 커쳐, 셀라 워드, 멜리사 세이지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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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적인 헐리우드 플롯을 따라가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었다. 해상구조에 관한 만화를 전에 봤던게 있어서 그런지, 더 흥미롭고 그랬다. 특수한 직업군을 다룬 영화는 뭔가 그만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진행으로 봤을땐 정말 전형적이었지만ㅋㅋㅋ.. 나름 훈련장면 보고 그러는 거 재미 있었음.

  구조의 달인인 벤 랜달(케빈 코스트너)과, 구조대원을 양성하는 A스쿨에서 다소 오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학생 제이크 피셔(애쉬튼 커쳐) 사이에 불화가 있을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오만하고 실력 좋은 제이크에게 나름대로의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는 것 또한 말이다. 그걸 풀어가는 과정이나, 결말 즈음에 누군가가 커다란 교훈을 얻게 될 거라는 것도 말이다. 진행 양상은 뻔해서 별 재미가 없는 편인데, 그런 거 신경 안쓰고 헐리우드식 감동주기를 받아줄 자신이 있다 싶으면 뭐 괜찮다. 나는 괜찮았다.

  주변 인물들보다는 벤과 케빈에 확실히 집중이 되어 있지만, 조연 중 눈에 띄는 사람들도 있었다. A스쿨에서 벤과 조금 부딪쳤던 스키너(닐 맥도너)는 교관으로서 나름 뚜렷한 신념이 있는 것 같았다. 3번이나 떨어지고도 스쿨로 돌아온 호지(브라이언 게라그티) 또한 자기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음. 스키너가 호지에게 맞아 피가 철철 나면서도 호지를 끌어안아주던 장면은 조금은 뻔했지만, 스키너라는 캐릭터와 호지의 캐릭터에게 매력을 갖게 해주었다.

  반면 여자 캐릭터들은 조금 매력이나 당위성이 없다 싶었다. 벤의 아내였던 헬렌(셀라 워드)의 경우 그냥 퇴장해버리는게 낫지 않았나 싶고, 제이크의 연인은 에밀리(멜리사 세이지밀러)는 차라리 처음과 같이 냉정한 매력을 발산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뭐 등장 안하면 더 좋고. 꼭 이런 거에 어설픈 연애를 끼워 넣더라.

  처음에 바다에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가디언에 관한 전설이 왜 나오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차용해 쓰더라. 음... 제이크가 미묘하게 웃었던 표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나라면 그가 저 곳에 있다. 라는 것에 살짝 미소를 짓기보다는 조금은 서글프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을 것 같지만...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저는 케빈 코스트너가 좋습니다. 아 진짜 멋있어... 풋내기 애쉬튼보단 백배 멋있었다. 애쉬튼은 아직도 펑크드라던가 그런 이미지가 강해서 큰일이다. 코믹 장르에만 나올 것 같아졌어. 뭐 좀 더 커리어 쌓으면 달라지겠지만. 셀라 워드는 보자마자 하우스 스테이시... 이 생각. 닐 맥도노도 마찬가지로 헉 위주 데이브... 뭔가 사악하게 돌변할 것 같아서 무서웠다ㅋㅋ 멜리사 세이지밀러는 예뻤지만 거기까지였다.

  뻔한 스토리. 그래도 다룬 소재가 특이하고 좋았다.

블레이드 III
감독 데이빗 S. 고이어 (2004 / 미국)
출연 웨슬리 스나입스, 제시카 비엘, 라이언 레이놀즈,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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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이상으로 재미없어서 깜짝 놀랐다. 영화가 보통 속편이 만들어지면은 본편이 어느 정도 재미있었단 말이잖아. 그리고 그 속편이 말아먹는다 해도 어느정도의 재미는 보장된다고 믿었는데. 내가 본편을 안봤지만 편견부터 생기게 생겼다. 이런 식의 캐릭터 설정이라면 1이나 2편에서도 그다지 재미 없었을 것 같은데.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는 전형적인 안티히어로이다. 악의 무리인 뱀파이어를 죽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앞뒤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진짜 너무 무미건조해서 매력이랄 게 없다. 뱀파이어와 인간이 섞인 캐릭터라면 좀 더 꾸며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이었을텐데, 이 뻣뻣한 뱀파이어 처형자는 정말이지 영화 내내 그런 매력이 없더라. 그래서 더 나대는 한니발(라이언 레이놀즈)에게 눈이 갔다. 여자 주인공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비게일(제시카 비엘) 또한 마찬가지. 뭐니 이 통나무같은 캐릭터와 연기는... 실망. 그리고 영화의 가장 큰 적인 드레이크(도미닉 퍼셀) 또한 심심하기 짝이 없었다. 뭔가 악의 사도다운 맛이 없어요. 게다가 도미닉 퍼셀은 무섭다기 보다는 인상 자체가 워낙에 서글퍼서...

  아무튼 주요 인물들이 이렇다 보니까, 한니발이랑 뱀파이어 악녀였던 대니카(파커 포시)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한니발 같은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설정이었다. 입나불대고, 성격 좀 있는데 가끔 약하기도 한 애. 보면서 계속 킹스의 케일럽 떠올라서 혼났다ㅋㅋㅋ 대니카의 경우엔 뭐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인 편이었는데, 파커 포시가 연기를 잘 해줘서 더 살았던 것 같다. 파커 포시 너무 귀여워...

  내용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진짜 단순하니까. 그냥... 액션 보러 가는 영화 같다. 문제는 그 액션마저도 심심한 편이라는 거지. 한니발 캐릭터 때문에 그나마 참고 보았다. 4편이 나오진 않겠지 설마?

러브 & 트러블
감독 알렉 케시시안 (2006 / 프랑스, 영국, 미국)
출연 브리트니 머피, 산티아고 카브레라, 매튜 리스, 사만다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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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스터를 처음 봤었을 때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뭔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느낌이 들었었거든. 케이블에서 하길래 그냥 앉아서 봤는데, 뭐랄까 브리트니 머피를 새삼 다시 봤다. 감정선도 잘 타고 연기를 굉장히 잘 하더라. 영화에 대한 생각도 편견임을 깨달았다. 이 영화는 오히려 로맨틱 무비의 편견을 대놓고 들먹이면서 그 부분을 써먹는다거나 비꼬거든. 영화적 효과 면에서 참 재미있었다.

  있을 법한 오해를 코믹하고도 어른스러운 섹시함으로 덧그려낸것 같다. 아마도 나는 칙릿소설 특유의 감성이 영화로 만들어 질 때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잭스(브리트니 머피)라는 캐릭터는 비현실적인데도 현실적인 느낌이라 보는 기분이 신기했다. 능력도 어느 정도 있고, 그러면서 외롭고, 상처도 있고, 사랑하기 두려운데도 뭔가 익숙한 기분이었다. 전남친인 제임스(엘리어트 코원)랑 잠은 자면서도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이기적이긴 했지만, 뭐 사람은 다들 이기적이잖아. 베스트프랜드인 피터(매튜 리즈)와 여자들 대화하듯 놀고 있는 모습들은 특히 즐거웠고... 파울로(산티아고 카브레라)를 게이로 착각하고 하는 행동들도 재미있었다. 파울로는 진짜ㅋㅋㅋ... 진지한 모습이 있으면서도 엉뚱한 면모가 보이는 캐릭터로 그야말로 판타지적인데도 이게 참 좋았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도 참 '부담없는 게이 프렌드'의 편견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피터는 항상 잭스의 든든한 지지자로 나오니까. 이 판타지가 참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피터의 이야기도 제법 다뤄줘서 좋았다. 피터가 한 눈에 반한 남자를 갈구하고 직접 만나게 된 후 그 판타지를 깨트리고, 자신의 짝을 찾아 만나가는 그 과정은 꽤 귀여웠다. 잭스커플 이야기보다 피터 이야기 쪽이 더 흥미 있었던 것도 같다.

   브리트니는 여기서 새삼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눈망울이 푹 젖어서 내뱉는 대사들이 마음에 들었다. 산티아고 카브레라는.. 헉 히어로즈의 아이작이야! 하며 처음에 놀랐었음. 보다보니 이런 잔잔하고 뭔가 약간 멍청한 듯한 역할도 잘 어울리더라. 아이작은 약간 미친놈같았잖아. 매튜 리즈는 브라더스 앤 시스터즈에서 먼저 봤었는데 여기서도 게이 역할이라 익숙했다. 뭔가 참 잘어울린다.

  이 영화가 엄청 대단한 건 아니다. 오히려 엉성한 구석이 더 많았다. 그래도 20대 여성들이 꿈꾸는 로망을 괜찮게 그렸고, 이 영화 특유의 정서나 배치가 참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헐리웃 파올로(올랜도 블룸)와 헐리웃 잭스(기네스 팰트로) 같은 덤장면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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