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죽음을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넬레 노이하우스 (북로드,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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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생각 전혀 없었는데 차장님이 자기가 보고 빌려주셔서 봄. 사실 이런 식의 소설을 즐겨 보진 않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다. 추리 소설 같은 느낌. 스릴러기도 한데 막상 그렇게 긴박하진 않아서 손에 땀을 쥐고 보거나 그렇진 않았다.

  고교시절 두 명의 여자친구를 살해하 죄로 감옥에 10년동안 복역한 토비아스 자토리우스가 주요인물. 이 소설에서 주인공을 꼽고 싶지가 않은 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주체가 딱 하나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럿이 얼키설키 엉켜서 사건해결이 이뤄지는 거라서 그랬다. 토비아스는 자신이 살해를 저질렀단 기억이 전혀 없이 증거만으로 형을 살게 된다. 토비아스가 죽였다고 추정되는 여자 둘은 토비아스의 전 여친이었던 로라와, 당시 

  알텐하인이라는 작은 도시가 배경. 항상 이런 소도시가 나오면 소름이 끼치는 게, 사람들끼리의 결속력이 대단하고 그 안에 음모가 있는 느낌이라서 그렇다. 마치 이끼처럼. 이 소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 좋은 얼굴로 마을을 쥐고 흔드는 부자 클라우디우스 테를린덴이 있고, 10년 전 교사이기도 했던 남편 그레고어 라우터바흐를 훌륭한 정치인으로 만들어 낸 정신과 의사 다니엘라 라우터바흐, 마을의 심술궂은 소식통 마고트 리히터 등 마을의 인물들은 수상쩍기 짝이 없다.

  토비아스는 알텐하인으로 돌아와서 잔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아버지 하르트무트 자토리우스가 운영하던 식당은 망한 지 오래이고, 테를린덴의 놀음으로 재산을 빼앗기게 된 터라 어머니는 리타 크리머는 아버지를 오래 전 떠났다. 그나마도 토비아스가 돌아오면서 리아 크리머는 누군가에게 차도로 밀쳐져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다.

  토비아스의 곁에 남은 알텐하인 주민은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나디야 폰 브레도프 뿐. 어릴 적 촌스러운 모습이었던 나디야는 이제 유명한 스타가 되어있고, 토비아스를 끊임없이 돕는다. 마을에서 토비아스를 배척하지 않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건 마을에 새로 들어온 십대 아멜리 프륄리히와 테를린덴의 첫째 아들인 티스 테를린덴. 아멜리는 고스스타일을 즐기는 십대 여자아이로 겁이 없는데, 10년 전 토비아스가 죽였다고 하는 여자 중 하나인 스테파니를 꼭 닮았다. 티스는 심성이 곱지만 뭔가에 억눌려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자폐증을 앓고 있어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티스의 동생인 라르스는 일전에 토비아스의 친구였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마을을 떠나 가족과의 연락을 거의 두절한 상태.

  이런 설정 속에서 형사인 보덴스타인과 피아가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주가 된다. 물론 형사 쪽 인물들이 더 있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둘이라고 보면 될듯. 둘의 개인사정도 나오긴 하는데 추리에 좀 지칠때 쯤 간간히 재미를 더해주는 정도였다.

  하여튼간에 결론은 결국 토비아스의 잘못이 아니었고, 마을 사람들이 긴밀히 얽힌 과거 사건이라는 게 드러남. 이거야 처음 읽을 때부터 짐작이 가능하다. 누가 어떻게 했느냐의 문제... 이것도 뭐 그냥 그랬고 난 음습한 과거 일이라는 데 더 집중해서 재미를 느꼈다. 추리 그런 거 안함.

  로라는 토비아스의 친구들인 외르크, 펠릭스, 미하엘이 강간하고 살아있는 채로 파묻은 건데... 지레 밟힐까봐 겁이 나 자수를 어설피 하는게 인간적이라고 할까. 소름끼쳤던 건 부모의 태도. 외르크의 아버지인 루츠 리히터는 들켰다는 것을 알자마자 자살을 택하지만, 어머니인 마고트 리히터는 자신 아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거 한국이나 외국이나 삐뚤어진 모성애는 똑같구나 싶어서 소름끼쳤다.

  스테파니는 학교 선생님이었던 그레고어 라우터바흐에게 살해당했다. 심약한 라우터바후의 뒤를 받쳐주던 아내 다니엘라가 시체를 수습한 것인데, 이 과정엔 테를린덴 가문 또한 얽혀있다. 티스가 살해장면을 목격했다는 걸 알게 된 다니엘라는 티스에게 치료가 아닌 마약성분의 약을 계속해서 처방하고, 테를린덴은 스테파니의 죽음에 아들 라르스가 얽혀들어갈까봐 스테파니의 시체를 숨기는 걸 돕는것.

  나디야의 일도 여기서 드러나는데, 이 모든 일의 내막을 알고있음에도 토비아스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이 일들을 감춘 것이었다. 여러모로 마을 사람들이 남 인생을 쉽게 망가뜨린 것이었다.

  토비아스 본인의 인생 뿐 아니라, 토비아스 아버지의 인생도 망가졌고, 로라의 아버지 만프레드 바그너는 망가져서 리타를 해쳤고, 뭐 그런 식으로 여러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다. 참 사람이 뭔가 생각하게 만들었던 소설. 추리 자체는 뭐 그렇게 흥미롭진 않았다만... 재미만 있었다 싶은 느낌도 있고. 약간 아쉽다.
타이거타이거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SF소설
지은이 앨프리드 베스터 (시공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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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읽으면 바로바로 쓸 수 있었으면.. 읽은 지 일주일 넘은 거 같은데. 꼭 다까먹고 쓰네ㅋㅋㅋㅋ 하여튼 다류가 빌려줘서 봄. SF계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고 해서 흥미가 있긴 했지만, 또 SF라서 해서 그닥 볼 생각은 없었는데...ㅎㅎ 만나러 갔는데 빌려주길래 읽기 시작. 절판되었다가 다시 잠깐 복간되어서 알라딘에서만 팔고 있는 것 같다. 마음에 들면 사려고 했는데 살 정도로 마음에 들진 않았음. SF가 내게는 안맞아요. 원제가 The Stars, My Destination이던데 왜 한국어 제목은 타이거 타이거로 했는지 모르겠다. 완전 안어울리는 건 아니니까 된건가...

  공간이동 능력인 '존트'가 일상화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거기에 수준 이하의 노동자 걸리버 포일이 주인공으로 등장. 걸리버 포일이 타고 있던 우주선 '방랑자 호'는 파손되어 우주를 떠돌게 된다. 그 안에서 거의 6개월의 시간동안을 간신히 살아남은 걸리버 포일은 마침내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만한 우주선, '보가'를 발견. 하지만 보가는 걸리버 포일의 구조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쳐버린다. 이 분노가 걸리버 포일의 탈출 의지를 불태워 걸리버 포일은 미아상태를 벗어나고, 동시에 보가에게 복수하기 위한 일들을 시작한다는 이야기. 그 탈출 사이에 '현대'의 사회와 전혀 다른 '과학인'들이 사는 곳에 불시착하면서 얼굴에 '방랑자N♂MARD'라는 문신이 새겨지는데 이게 걸리버 포일을 구분하는 일종의 표식이 되어버린다. 문신을 지운 후에도 분노할 때엔 마치 호랑이처럼 얼굴에 문양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여튼간에 또 과학인이 사는 소행성에서 탈출하여 지구로 돌아온 걸리버 포일은 '보가'를 향한 복수를 준비해나간다.

  근데 이 복수의 과정이라는 게 되게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어서 처음에 좀 놀랐음. 주인공 자체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에드몽처럼 선량한 느낌은 전혀 없고, 무지했던 동물이 복수를 위해 거듭난다는 느낌이어서 그나마의 선한 의지는 막판이 가기 전까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난민인 가족을 둔, 일방 텔레파시 능력자 로빈을 괴롭히기도 하고, 정신병원에 갇힌 뒤 만난 지즈벨라를 배신하기도 한다. 무자비했던 과정들은 교육을 통해 점점 나아지긴 하는데 본성만은 끝까지 남아 있었다. 안티 히어로 같은 면모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더라. 그렇다고 프레스타인이나 그의 딸 올리비아, 다겐함과 양-요빌의 편에 서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여타 선량한 주인공들과는 약간 달랐다는 소리.

  방랑자 호에 있던,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PryE 10kg에 의해 걸리버 포일은 여러 사람의 표적이 된다. 본인은 별로 그에 신경쓰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부를 획득하고 '보가'와 관련된 인물을 찾아나가고, 그 최상위에 위치한 프레스타인을 몰락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뒤에 말끔하게 변하는 모습은 확실히 몬테크리스토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보다 저급이라는 건 옆에서 로빈의 코치를 받았다는 데에서 드러나긴 하지만서도 이 정도면 그 이전의 노동자 걸리버 포일이 아니었으니까. 거기서 프레스타인의 딸인 올리비아에게 홀딱 반한건 좀 웃기긴 했다만. 워낙에 본능적인 포일이었던 터라 이해도 갔다. 물론 사랑, 사랑이 모두를 갈라놓지만.

  '보가'호가 방랑자호의 구조신호를 무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안에 있던 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우주공간에 버리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이 일의 꼭대기에 올리비아가 있다. 맹인인 자신의 불행에 다른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들어버리는 사람이었던 것. 이 사실을 알고 거의 폭주하게 되는 걸리버의 모습이 재미있었음.

  마지막의 걸리버는 그동안의 '개인적인 복수'의 면모를 모두 지우고 일종의 영웅 역할을 하는데, 판단 자체를 수뇌부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아닌 개인들에게 맡겨버린다. 걸리버 포일에게 무슨 특별한 점이 있어서 '우주 존트'를 실행했건 말건 그건 내게 중요해보이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깨우쳐가고, 성장하는 모습이 좋았음. 그리고 그 성장의 개인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발돋움 한 게 인상깊었다.

  걸리버가 폭주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책에서 쓸 수 있는 표현법을 많이 썼다. 글자를 늘이거나, 키우거나, 모양을 변경하고 배열하는 방식들. 책 안에서 시를 보는 것처럼 신선했음. 순수문학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방식이네요.

  이야기가 재밌고 뭘 말하려는 지는 대충 알겠는데 느낌은 고만고만했다. 확 와닿지 않더라. 인물의 짐승같은 매력으로 커버하기엔 내 취향까진 아니고 재미는 있고...

"너는 누군가?"
"어디에서 왔는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타이거! 타이거!』, 앨프리드 베스터, 시공사, 2004, p. 36

  "내가? 나는 살아가고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을 되돌려주었어. 일반인들은 우리같이 무리하게 몰아대는 사람들 때문에 오랫동안 매맞고 끌려다녔어. 억지로 몰아대는 사람들...... 세상을 자신들 앞에 꿇어앉히지 않고는 못 배기는 호랑이 같은 인간들이 끌고 다녔다고. 우리는 모두 호랑이야. 우리 셋 다 말이야. 하지만 우리가 대체 뭐길래 강제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모든 결정을 도맡아 하려는거야? 이제 세상이 알아서 삶과 죽음 사이를 선택하도록 놔두라고. 왜 책임을 지려 하냔 말이야?"
  양-요빌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원해서 책임지려는 게 아니야. 우리는 내몰린 거야. 평범한 사람들이 피하고 있는 책임을 대신 지도록 강요받고 있는 거라고."
  "그럼 피하지 못하게 하라고. 자기 의무와 죄를 맨 처음 그걸 잡은 기형아의 어깨에 떠넘기지 못하게 하라고. 언제까지 세상의 속죄양 노릇을 하며 살 생각이야?"

『타이거! 타이거!』, 앨프리드 베스터, 시공사, 2004, p. 376

내 이름은 걸리버 포일.
내 나라는 지구.
내가 머무는 곳은 깊은 우주.
그리고 내 목적지는 별들.
 
『타이거! 타이거!』, 앨프리드 베스터, 시공사, 2004, p. 381
사랑의파괴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아멜리 노통브 (열린책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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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완전 재밌어ㅋㅋㅋㅋㅋㅋ 산 거 하나도 후회 안할 정도로 재밌었다. 노통브 소설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단연 '앙테크리스타'인데, 그 소설을 읽는 내내 느꼈던 짜증과 스트레스와 그에 걸맞는 결말이 내게 환희와 웃음을 줬기 때문이다. 사랑의 파괴는 어느 면에서 앙테크리스타와 참 닮아 있는 소설인데, 결말이 앙테크리스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엄청 재밌었다. 이 소설 나름대로의 자기파괴적인 폭발이 너무 웃겨서 비식비식 웃었다. 그런데 이건 소설의 주인공이 7살짜리여서 웃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조금만 더 나이가 많았어도 스트레스를 주체할 수 없었을 거다. 어린 시절에 하는 치기어린 생각과 충동적인 사건들은 거의 모두 용서받을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고작 7살인 여자애 '나'. 중국 상하이의 외인지구에서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놀던 꼬마애가, 자신이 놀던 부류와는 전혀 다른 고고한 '엘레나'를 만나면서 사랑을 느낀다. 전쟁놀이를 혐오하고 모두를 깔아보는 듯한 엘레나에게 나는 매료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과 다른 대상에게 경외감을 느끼듯이.

  이 소설이 재밌는게 7살짜리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거다. 마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 수준이 7살짜리에게 머물러있음에도 본인이 아는 것을 확신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이 아이가 보는 시선 안에는 중국 사회, 혹은 자신을 둘러싼 아이들의 사회, 어른들의 사회를 보는 시선이 담겨있는데, 또 신기하게도 이게 진실을 꼬집어서 그런 부분도 재미있었음. 문화혁명기의 중국사회를 당돌한 외국인 꼬마가 바라보는 모습은 신선했다. 아이들 사회의 전쟁놀이도. 그러나 역시 이 소설의 진수는 사랑이니라... 사랑. 얼마나 감미로운 단어야 그래.

  자존심을 다 내버리고 사랑을 얻으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운동장을 팔십바퀴를 뛰도록 사랑을 외쳐도 돌아오는 것은 냉소 뿐이다. 그런 그녀가 엄마에게 받은 충고대로 엘레나를 무시하면서 사랑을 얻어가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또 흥미롭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애에게 진짜 자신의 사랑을 드러낼 수 없음으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니. 아이러니하지만 또 있을 법한 상황. 그래서 그런가 이런 고난을 거쳐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든 걸 털어놓는, 예정된 파괴의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결과도 생각만치 비참하지 않았다. 그냥 부끄러운 기억 하나와, 그로 인한 교훈을 얻었을 뿐. 그런 기억은 누구나 있잖아.

  즐거웠음. 재밌게 봤고, '나'가 느끼는 지겨운 사랑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 내 사랑. 넌 나 때문에 고통을 받는 거야. 내가 고통을 좋아해서가 아냐. 네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 편이 더 좋겠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잖아. 네게 행복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는 우선 네가 나를 사랑해야 하는데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잖아. 하지만,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네게 불행을 주는 건 가능하거든. 그러니까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먼저 네가 불행해져야 하는거야―이미 행복 속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다시 행복하게 만들겠니? 그러니까 나는 널 행복하게 만들 기회를 얻기 위해서 먼저 널 불행하게 만들 수밖에 없어.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나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사실이야. 사랑하는 엘레나, 내가 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10분의 1만이라도 네가 내게서 느낀다면, 네가 고통스러워함으로써 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넌 기꺼이 고통을 받아들일텐데.
  나는 기쁨으로 정신이 몽롱해져 있었다.

『사랑의 파괴』, 아멜리 노통브, 열린책들, 1999, pp. 69-69
바이킹:오딘의후예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역사소설
지은이 팀 세버린 (뿔(웅진문학에디션),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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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의형제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팀 세버린 (뿔(웅진문학에디션),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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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킹의 삶을 다룬 팀 세버린의 팩션. 갑자기 바이킹 이야기가 너무 읽고 싶어져서 발병났었을 때 이 책을 알게 됐는데, 그 당시엔 1권인 오딘의 후예만 나와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꽤 지난 후라서... 2권이 안나올 것 같은 두려움에 안샀었는데, 2권이 나오면서 두개 같이 삼. 트릴로지라 아직 3권이 출판되어야만 한다. 2권까지 출판해놓고 3권 출판 안해주면 진짜 출판사 악마....

  작가가 이쪽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소설마저 자연스레 읽힌다. 아이슬란드의 전설들을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만든 이야기라지만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이렇게 살았겠구나 싶었다. 그 몇몇 부분이라는건 옛 신앙, 즉 오딘과 북구신들을 믿는 주인공 토르길스의 영적 능력에 관한 부분인데... 요건 뭐 소설적 픽션부분이라서. 이 부분만 빼면 나머지 생활상은 참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그려냈다. 역사소설로서의 가치도 뛰어난 듯. 난 바이킹 생활사를 알고 싶었던 거라서 그 부분에서는 굉장히 만족했다.

  첫 권은 토르길스의 성장배경에 관한 이야기들. 아직 토르길스가 어떤 능력을 갖추기 전인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흥미진진했다. 특히 수도원 이야기가 가장 인상에 남았음. 빈란드의 대학살은 오히려 와닿지는 않았고... 어쨌든 첫권까지만 해도 애가 좀 덜자랐다, 한 북구 사람으로서 확고하진 않구나 그런 느낌이 강했는데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두번째 권에서는 전사로서도 좀 자라고 그러는데, 확실히 토르길스 자체가 굉장히 뛰어난 전사라는 생각은 안든다. 다른 쪽에서 재능을 보이긴 하지만 그게 막... 천재적인 느낌은 아니어서 더 좋았음. 일반 사람이 어떻게 고생해서 어떤 사건들에 휘말릴 수 있고,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그런 게 느껴지니까. 사랑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고달퍼 하는 모습들이 보기 즐거웠고, 사람들을 하나 둘 잃어가며 가슴 속에 굳은 의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 특히 의형제인 그레티르와 관련한 일들은 심장이 바짝 쬐어들었다. 난 배드엔딩 안좋아하는데, 그레티르는 처음 봤을 때부터 느껴졌다. 얘가 어떤 식으로 죽어갈지가 보여서 슬펐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가고 좋았던 캐릭터였음. 너무 바보같이 우직하고 자기를 변호할 줄 모르긴 하지만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솔직하고 순진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옛 북구인의 생활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소설 자체의 재미로서도 떨어지지 않았음. 만족했다. 제발 3권만 나와줬으면. 제발.
겨울여행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아멜리 노통브 (문학세계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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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지 거의 삼주 다 되어 가는 듯. 너무 쓰기 귀찮아서 그만... 내용 더 까먹기 전에 쓴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문학세계사는 표지 디자인을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 이번에 아멜리 노통브 책을 좀 샀는데, 책 표지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건 문학세계사 버전. 그나마 살인자의 건강법과 적의 화장법은 문학세계사 거 치고 괜찮긴 했다만 열린책들 표지와 비교되는 건 사실이다. 겨울여행이 그 표지들 중 가장 심한듯 하다. 물론 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때로는 포장도 중요한 법이에요.

  산 다른 책들은 이미 읽어봤거나, 혹은 유명해서 샀는데... 이 책은 시간인데 그냥 샀던게 책 소개가 마음에 들었다. 사랑에 빠진 남자가 사랑을 위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이름의 첫글자를 연상시키는 건축물을 비행기로 폭파시키려 하는 내용. 황당무계하지만 이런 막무가내식 설정이 마음에 들어서 사게 됐다.

  주인공 조일은 평범한 남자. 그러다가 일하러 들른 집에서 아름다운 여자 아스트로라브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알리에노르 라는 이름의 작가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 알리에노르는 아스트로라브가 맹목적으로 보살피고 있는 정신지체가 있는 작가. 조일은 아스트로라브에게 끊임없이 구애하지만 항상 그 사이에 껴 있는 알리에노르 탓에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의 사랑은 점점 간절해지고 커가는데 아스트로라브는 수동적이고 또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어느정도 사랑이 풀려나갈 때 조차도 아스트로라브는 많은 것을 내어주지 않는다.

  알리에노르가 내뱉는 말들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말보다 드러나는 행동과 상황 같은 것들을 보면 의외로 가장 묵직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녀는 소설 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왜냐하면 조일이 하는 행동은 아스트로라브에게 관련된 것이고, 아스트로라브의 행동은 또한 알리에노르에게 통하기에.

  사랑때문에 너무 힘이들어 아스트로라브를 사랑하는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 에펠탑을 파괴하려는 조일은, 대책없는 낭만주의자이다. 그의 생각 속에서 현실과 상상은 마구 뒤섞여 있는 듯 하다. 실제로 깨진 병 하나로 비행기를 납치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적지만, 그는 그것을 굳건히 믿고 있다. 보는 나조차도 왠지 설득되어버린다.

  실제로 조일이 비행기를 납치 하는지, 안하는지보다는 그에 깔린 면면의 생각과 감정들이 중요했던 이야기. 조일이 납치에 성공했을까? 그건 중요치 않다. 조일이 아스트로라브에게 자신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주었을까? 난 그것만큼은 전자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성공했을 거라 본다.

  가볍지만 괜찮았다.
어떻게살인자를변호할수있을까
카테고리 정치/사회 > 법학 > 법학일반 > 법학일반서
지은이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갤리온,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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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가 자신이 변호했던 사건들을 토대로 지은 책. 어떻게 변호할 수 있을까 라고 말하고 있긴 한데,방법론에 관한 것이라기 보단 영화같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엄청 가벼울 거라는 걸 알고 사서 방법같은거 안나와 있다 뭐 그런 부분에서 아쉽진 않았고 오히려 이 영화같은 사건들에 더 즐거워하며 읽었다.

  총 열 한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 안타까운 것들, 무서운 것들, 또 감동적인 실화들이 뒤섞여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에디오피아 남자'였고, '행운'과 '첼로', '서머타임'이 인상에 남았다. 앞의 두 이야기는 감동적인 이야기였고, 두에 두 개는 씁쓸한 이야기였다. '에디오피아 남자'와 '행운' 둘 다 불행의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이 그 안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보아 기분이 좋았음. 에디오피아 남자의 프랑크는 천성이 착한 사람인 것처럼 보여져서 그가 갖게 된 행운에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행운에서의 이리나와 칼레는 서로를 보듬어주며 잘 살아갈 테고. '첼로'의 경우엔 남매에게 찾아든 불행과 그 결과를 두고 왜인지 자꾸 아버지를 탓하게 되더라. 동생 레온의 목숨을 스스로 거둔 테레사를 탓할 수가 없어서 더 슬펐다. '서머타임'은... 범인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누군가가 평생 죄를 안고 살아갈 걸 암시해주더라.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이야기들만 말했지만 다른 사건들도 흥미로웠음. 소설책을 읽는 기분으로 봤다. 재미있었음. 다만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어쨌건간에 이 책은 실화를 이 변호사의 입을 빌어 말하기 때문에 실제 사건과 꽤 차이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 거 신경 안쓰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는 기분으로 본다면 더 재미있을 듯.
우아한거짓말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청소년소설
지은이 김려령 (창비,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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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거스미스 다 읽고 읽기 시작한 책.. 인데 금방 읽었다. 워낙 짧기도 하고 잘 읽히는 글이라 후딱 읽음. 같은 작가의 작품인 완득이때와 다르지 않았다. 이 작가 참 글이 잘 읽힌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타겟을 잡고 나와서 그런가 딱히 어려운 말들을 쓰는 것도 아니고, 대화 위주로 돌아가서 글이 쉽게 쉽게 읽힘. 그리고 그 대화라는 것들도 실제 일상에서 쓰이는 대화같은 맛이 있어서 재미가 있다.

  소재가 좀 특이해서 샀는데, 읽고 나니 소재에 비해 흔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할 건 이 쪽이 많긴 한데 완성도 쪽은 완득이 쪽이 높은 것 같다. 그렇다고해서 이게 재미없었단 건 아닌데 작가의 역량이 다 발휘되었다는 느낌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어느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자살한 소녀 천지.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 천지의 엄마, 동생 만지, 친구 화연, 미라의 이야기. 미라의 언니 미란의 이야기도 있고, 그들의 아버지, 옆집의 오대오 아저씨까지 오밀조밀하게 이야기가 이어져 있다. 천지가 죽기 전까지의 상황이 많이 나타나는데 인간관계에 얽힌 게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친구인 화연과 미라와의 관계가 가장 흥미로웠다. 화연이 약은 여우타입은 어디에나 있어서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미라같이 깊게 발들이진 않으며 적당히 간섭하는 수준의 애들도 많으니까... 고 나이대의 사회를 잘 잡아낸 것 같았음. 엄마와 만지와의 관계는 틀어짐이라기보다는... 일상에의 무심함? 이런게 드러나서 좋았다. 천지 주변의 관계 말고 엄마와 미라 아빠와의 관계도 흥미로웠고...

  이미 죽어버린 상황에서 시작해서 어떤 해결이 나온다기보단, 주변을 되짚어가는 그런 느낌이어서 내가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다시 생길 수 있는 다른 문제의 해결이 제시되긴 했지만 그건 뭐 천지와 더 이상 인연이 없는 이야기니까.

  이 책은 아마도 사촌동생 줄 듯ㅋㅋㅋ 그래도 괜찮았다.
핑거스미스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세라 워터스 (열린책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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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기무니에게 빌려서 읽은 세라 워터스의 소설. 벨벳 애무하기에 이은 레즈비언 3부작 중 하나인데, 나머지 한 권은 언제 발매가 될지 모르겠다. 좀 됐으면 좋겠는데요...

  일반 사람들에게 레즈비언 문학을 추천하라면 벨벳 애무하기 보다는 이 소설을 추천할 것 같다. 벨벳 애무하기 쪽이 연애담으로서 훨씬 더 재미있었지만 아무래도 좀 강렬하니까. 가볍게 이 소설로 시작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소설이 가볍다는 소리는 아님. 1부 끝나고 나오는 반전에서 너무 놀라서 문자했을 정도니까. 2부 시작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의 전말인 인물에 대해서는 정말 충격받았었고... 굳이 레즈비언 소설이 아니더라도 미스터리 소설로서도 좋았다.

  핑거스미스는 도둑을 뜻하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은어. 교수형을 당해 죽은 어머니를 가진 핑거스미스 수전은 석스비 부인의 손에서 자라난다. 석스비 부인은 자기가 맡고 있던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수전을 정성들여 키우고, 수전 또한 런던의 빈민가에서 자란 거 같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수전의 앞에 젠틀먼이 나타난다. 젠틀먼은 번듯한 사기꾼으로 종종 석스비 부인의 집에 들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결혼을 해야만 재산을 받을 수 있는 부잣집 딸 모드 릴리를 꼬셔서 재산을 가로채는 일을 하려 한다. 그리고 이 계획에 수를 필요로 하며, 수는 석스비 부인에게 한몫을 안겨주기 위해 이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그렇게 모드의 집에 가게 된 수는 연약하고 지켜줘야 할 대상인 모드를 맞이하고, 그녀와 수족처럼 붙어있으며 점점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후 모드를 정신병원에 집어넣는 길까지 이어지는 둘 사이의 고뇌는 참 볼만했음. 삼촌의 손에서 억눌리며 자란 모드의 속이 드러나는 2부 이후로는 회상의 느낌이 강했었다. 교차편집이 되었다면 더 보기 편했겠다만, 1부 마지막의 반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듯. 2부에도 나름의 반전이 있는데 1부의 그것이 너무 격심해서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수는 석스비 부인의 보호탓인지 주변 환경에 비해 머리를 못쓰는 느낌이 있었다. 독한 느낌도 그렇게 크지는 않고, 나쁜 짓을 좀 할 수는 있어도 속 마음까지 악한은 아닌 느낌. 모드는 반대로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연약하지만 강단이 있어보였고. 다만 갈수록 그 강단이라는 게 사라져가는 모습이라 보기 아쉬웠다. 똑똑한데, 세상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는 헛똑똑이였던지라 어쩔 수 없었다.

  수와 모드를 빼면 젠틀먼과 석스비 부인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조연인데, 난 젠틀먼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번듯한 악역은 정말 좋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가리지 않으면서 자기를 번듯하게 꾸밀 줄 알고, 또 어느 정도의 예의도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곁에 있으면 얄밉겠지만 보는 재미가 있는 악역. 석스비 부인은 마음에 안들었던게 이리저리 선악 사이에 걸쳐있는 느낌이 있어서. 차라리 끝까지 일관되었다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총 3부로 나뉘어 있지만 1부 끝날때 까지가 가장 재미있었고, 뒤로 갈수록 그 재미가 감소하는 느낌이 드는 게 아쉬웠다. 특히 갈등의 해결파트가 좀 약하지 않았나 싶다. 모드와 수가 오해를 푸는 과정이 좀 이해가 덜 되더라... 드러나는 인물 중 누구를 봐도 하고 싶은 말은 그러게 사람은 정직이 중요한 거예요. 정도...?

  재미는 벨벳 애무하기 쪽이 더 있긴 한데, 이 책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반지의제왕세트(전7권)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판타지소설
지은이 J. R. R. 톨킨 (씨앗을뿌리는사람,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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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권을 언제 읽나 싶었는데 결국 읽기는 읽었다. 사실 볼 때 재밌어서 빨리 넘기고 싶었음... (노느라) 시간이 없어서 더디게 읽은 거 같기도 하다. 영화는 개봉했을때 봐놔서 내용이 가물가물하게만 떠올랐고, 그래서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인물만을 대입해가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해설편인 7권은 안읽었는데 그건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보다는 천천히 집에서 읽을 것 같다.

  당연히 영화보다 내용이 상세하다. 영화에는 없는 인물들도 많고, 배경 이해하는 데에도 더 자세하고 좋았다. 다만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기보다는 계속 되짚어봐야하긴 했다. 말도 생소하고, 등장하는 것들도 너무 많으니까. 세계관을 자세히 이해하고 싶고 인물간의 관계를 알고 싶다면 더디지만, 책 쪽이 당연히 낫다. 해설서도 붙어있고 낫지 아무래도. 그 외엔.. 아 노래? 운문이 있다는 게 인상에 남았다. 대부분은 자세히 느끼지 않고 넘겨버렸다만...

  '반지 원정대', '두 개의 탑', '왕의 귀환'의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 '반지 원정대'까지는 샤이어에 사는 평범한 호빗 프로도가 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원정을 떠나게 되는 경위와 그들이 헤어지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은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다른 권들보다 자세해서 읽은 재미가 도드라졌다. '톰 봄바딜' 때에는 다소 지치는 느낌도 있긴 했지만, 뭐 아는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부터는 술술 넘어갔음. 영화보다 개개인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피핀! 영화에서도 깜찍하고 귀여웠지만 여기선 훨씬 더 발랄하고 멍청하고 귀여웠다. 프로도는 영화에서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되어서 좋았고. 레골라스는 영화에서보다 오히려 비중이 약간 더 줄은 느낌...? 뭐 그래도 캐릭터의 깊이는 있었다.

  '두개의 탑' 부분은 두 시야로 나뉘어서, 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프로도와 샘의 이야기와 나머지 원정대들의 고난을 그려내는데 양쪽 다 그 쪽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다음 부분이 너무 보고싶어서 떨리더라. 그런데 또 막상 쭉 이어봤으면 긴장감 떨어졌을 거 같기도 하고.. 오히려 이 쪽이 배치가 나았을 거 같긴 함. 읽을 때 떨릴 뿐... 두개의 탑은 막상 스토리상 중요한 도입부나 결말부가 아니긴 한데, 전쟁 장면이 생동감있고 또 현실성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로한의 전쟁 장면은 언제 봐도 참 마음에 든다. 곤도르 쪽이 더 비장하긴 하지만, 이 쪽은 좀 더 코앞에 닥친 절박함이 느껴졌다.

  '왕의 귀환'은 마무리 편. 그 동안의 모든 사건들이 접어드는 편이라 나까지 끝까지 긴장했었다. 그리고 나서 사건이 해결되었을 땐 나도 같이 안도했고. 여러모로 커다랐던 사건들을 순서있게 정리해서 좋았다. 그리고 좀 평온하게 가려나 싶었을 때 작게 호빗들의 전투를 만들어줘서 더 마음에 들었음. 이 네명의 호빗들이 진짜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메리와 피핀이 이렇게 늠름하게 자랄 수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샘도 그렇고, 프로도는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한듯. 지치면서 성장한 느낌이라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중세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여자 캐릭터들이 활발하게 쓰이지 못한 게 아쉽지만... 뭐 약간의 단점은 접어두고라도 스토리면에서 기복도 괜찮았고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재밌었음. 판타지 소설읽고 만족한 게 많지 않은데 이건 고전ㅋㅋ이라 그런지 내 마음에도 들었다. 좀 더 캐릭터 이야기를 쓰고 싶기도 한데.... 귀찮으니 접어야지ㅋㅋㅋ 내 마음 속으로만 생각.
그리고아무도없었다(애거서크리스티추리문학베스트1)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애거서 크리스티 (해문출판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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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추리소설을 썩 좋아하진 않는데 유명한 거니까 읽어나 보자 라는 마음으로 은자에게 빌렸다. 요새 반지의 제왕 읽고 있었어 계속 방치하다가ㅋㅋㅋ 은자를 만나기로 해서 돌려주어야 함으로 급하게 읽었음. 항상 한 챕터만 읽고 자고 읽고 자고 그러다가 한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싹 읽었다.

  아무래도 등장인물이 많아서 초반에 외우느라 자꾸 앞장을 들춰보았다. 난 스토리 진행되면서 인물이 자연스레 외워지는 걸 좋아하는데(귀찮아) 요건 아무래도 추리소설이라서 사건 진행이 급박하고 그러다 보니까 빨리 빨리 인물을 파악해야 했다. 맨 앞페이지에 있던 인물 설명 보고 이딴게 왜있어 했는데 결국 그걸 잘 활용하고 말았습니다....


  인디언섬에 초대받아 오게 된 열명의 인물들이 있다. 각자의 누군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오게 되는데, 물론 겉으로는 자신들이 죄가 없다 말하지만 사람이 한명씩 죽어나가면서 스스로들의 죄를 인정하거나 짐작케 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범인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 그들을 인디언섬으로 불러모으고 당연하게도 그들은 고립된다. 섬을 뒤져도 범인의 흔적은 없기에 필연적으로 그들 안에서 범인을 찾으려 하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고... 사람들은 인디언 동요에 맞춰 한 명씩 죽게 되거 결국은 '아무도 없게' 되는 내용.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한 명이 목이 막혀 죽어서 아홉 명이 되었다.

아홉 명의 인디언 소년이 밤늦게까지 자지 않았다.
한 명이 늦잠을 자서 여덟 명이 되었다.

여덟 명의 인디언 소년이 데븐을 여행했다.
한 명이 거기에 남아서 일곱 명이 되었다.

일곱 명의 인디언 소년이 장작을 패고 있었다.
한 명이 자기를 둘로 잘라 여섯 명이 되었다.

여섯 명의 인디언 소년이 벌집을 가지고 놀았다.
한 명이 벌에 쏘여서 다섯 명이 되었다.

다섯 명의 인디언 소년이 법률을 공부했다.
한 명이 대법원으로 들어가서 네 명이 되었다.

네 명의 인디언 소년이 바다로 나갔다.
한 명이 훈제된 청어에 먹혀서 세 명이 되었다.

세 명의 인디언 소년이 동물원을 걷고 있었다.
한 명이 큰 곰에게 잡혀서 두 명이 되었다.

두 명의 인디언 소년이 햇빛을 쬐고 있었다.
한 명이 햇빛에 타서 한 명이 되었다.

한 명의 인디언 소년이 혼자 남았다.
그가 목을 매어 죽어서 아무도 없게 되었다.

  이게 그 인디언 동요. 좀 껄쩍지근한 내용인데 이대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몇 가지는 그 말대로 충실히 이행됐고, 몇 가지는 약간 바뀌는 식으로 이행되더라. 여튼 동요에 맞춰서 앤소니 마스튼 - 로저스 부인 - 매카서 장군 - 로저스 - 에밀리 브렌트 - 워그레이브 판사 - 암스트롱 의사 - 블로어 - 필립 롬바드 대위 - 베라 클레이슨 순으로 죽어나간다. 나중에 범인의 고백편을 보면 죄의 경중 등에 따라 이 순서가 정해진 거던데 그 판단은 자기 마음대로 인 것 같기도...

  사실 트릭이 굉장히 신기하다! 뭐 이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그냥 슬렁슬렁 읽은듯. 죄를 지었던 사람들이 죄의 심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했지만 그것도 적었다. 나는 적어도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방식으로, 타인이 이런 식의 잣대를 들이대는게 별로 유쾌하지 않은 사람이라... 탐정이 없어서 그런가 사건만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았고, 범인의 고백을 들으면서는 아 그래... 뭐 요정도. 이야기의 정리는 차분히 되더라만 그 이상의 기분은 못느낀듯.

  추리 소설 읽은 건 이게 세 번째. 오리엔트 특급살인, Y의 비극에 이어서 읽은 건데... 뭐 세 개 중에 순위를 매겨야한다면 중간쯤에 넣어주고 싶다. 추리소설로서가 아니라 그냥 소설로써. 난 추리소설 취향이 아닌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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