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톤베리
감독 줄리언 템플 (2006 / 영국)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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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영국의 음악 페스티벌이며, 전 세걔적으로도 그 규묘를 자랑하는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에 관한 다큐멘터리. 비비씨에서 제작한 걸 보니 이 나라는 정말 락의 나라로구나...ㅜㅜ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여튼간에 두시간 십분 정도로 길이도 꽤 길었고, 보는 내내 약간 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볼만했다.

  벌써 4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축제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한 역사. 마이클 이비스라는 젊은 농부가 시작한 이 축제는 이제 전 세계적인 규모의 축제로 발전해버렸다. 처음에는 천 오백명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십오만명이 참가하는 축제. 어설펐던 진행이 점차 견고해지고, 원래의 히피 정신 같은게 사라져 가는걸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축제 내부의 상황이 나오는데 빠지지 않는 건 마약. 징글징글하게들 하더라...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 락페가 낫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음. 그리고 나체족들 보고 깜짝 놀람. 어째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안을 활보하는 건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뭐 그래도 다들 음악 즐기고, 그러는 건 좋더라만.

  진행에 관한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던데, 그럴 만도 한 듯. 한 인터뷰가 인상깊었다. 인터뷰어가 "축제에 가실 건가요?"라고 묻자, 주민이 이렇게 대답하더라. "가야지. 총을 들고."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 법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담장에 관한 것. 지금 담장 둘레나 높이가 어마어마하던데 끊임없이 그걸 뚫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릴을 위해서... 그거에 대처하는 방식도 무지막지하더라. 감시카메라도 많고, 경비들도 많았고... 여러모로 신기했다. 2000년에 결국 담장이 무너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무단으로 들어오고, 그래서 2001년엔 쉬고 담장을 '제대로' 쌓았다는 데서 이거 장난아니구나, 생각했음. 그 와중에 로스킬레 페스티벌에서는 10명이 깔려죽기도 했다고 해서 막 놀람. 놀러가서 저게 무슨 개죽음이냐.... 오폐물 처리 과정 나올때는 역겨워서 혼났고.

  축제를 통해 사람들이 가지는 낭만도 은근히 잘 드러낸 것 같다. 한 보험회사 직원이 인터뷰가 있었는데, 여기 와서 진짜 자신을 찾는다고.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그럭저럭 이 페스티벌에 대해 알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듯. 그런데 난 왜인지 이걸 보고 글래스톤베리에 가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다... 무서워요.

블라인드
감독 타마르 반 덴 도프 (2007 / 벨기에,불가리아,네덜란드)
출연 할리나 레진,요런 셀데슬라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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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출신 남자 배우가 불가리아에서 찍은 네덜란드 영화... 복잡도 하여라. 여자 주인공은 네덜란드 배우고 나머지 배우들도 그 쪽 출신인 듯. 아무튼 배경이 좀 특이하다 했더니 불가리아였단다. 되게 황량해 보일 땐 황량하고, 따뜻한 느낌일 땐 한 없이 따뜻한 느낌을 주던 그런 배경이었다.

  영화가 완벽하게 짜여진 느낌은 아니고, 약간 어설픈 듯 하면서도 사람 감성 자극하는 게 있다. 이런 진행은 렛미인에서 본 것 같아서 처음 느낌이 좋았다. 시대배경이 확실친 않은데 1880년대인 것 같다. 중간에 수술하는 장면에서 새로 나온 마취제라면서 코카인을 사용하는 게 있었다. 여튼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이런 배경은 영화의 신비로움을 더해주었다.

  과부인 어머니 캐서린(카테리네 베르케네)과 살고 있는 눈이 먼 소년 루벤(요런 셀데슬라흐츠). 집은 넉넉하지만 어릴 땐 보이던 눈이 멀어버린 터라 루벤의 성격은 제멋대로이다. 짐승처럼 악을 쓰거나 소리를 지르고, 제대로 씻지도 않으려 드는 모습을 보며 영락없이 곱게자란 애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런 루벤에게 책을 읽게 하기 위해 어머니가 고용한 사람인 마리(할리나 레진)는 딱 봐도 다른 사람과 같은 생기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움츠러들어있고, 그러면서도 사소한 것에 공격당한 것처럼 발끈하는 태도는 그녀가 가진 상처를 짐작하게 할 만 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소년과 자신의 외모에 깊은 콤플렉스를 가진 여자의 만남은 당연한 것처럼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영화에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었다. 책을 던졌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자신은 나가지 않는다며 루벤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마리. 마리가 소설을 읽을 때 악을 써대던 루벤. 모나기만 했던 둘의 감정은 점점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어 나간다. 마리의 향을 느끼고, 머리색을 묻고, 눈 색깔을 물으며 머릿속에서 아름다운 그녀를 상상하는 루벤과, 그런 루벤의 "당신은 아름답다"는 말에 혹하는 마리 둘 다 어떻게 보면 참 어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지 못하는 것을 아름답게 그려나가는 소년도, 그런 소년에게 거짓말을 해나가는 마리도 어리석고, 어렸다. 그런데도 참 예뻤다. 서로가 입술을 맞대고, 도망가고, 쫓는 모습들은 긴장감이 있어서 두근거렸다. 어떻게 보면 둘 다 장애를 가진 셈이었다. 루벤은 시각을, 마리 또한 그 시각에게 난도질당하는 마음의 장애를. 그런 둘이었기에 그 사랑이 더 순수해 보였다.

  그러나 앞서 심어둔 거짓말은 뻔한 결과를 낳는다. 루벤이 의사 빅터(얀 데클레흐)의 도움으로 눈 수술을 받게 되면서 지금의 안정된 상황은 모두 뒤흔들리고 마는 것이다. 마리는 달아나고, 루벤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지고 방황하지만 결국 안정을 찾고, 마리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런 진행이 중반 이후에 이루어지는데, 위기 상황이나 진행이 특별할 게 없어서 좀 아쉬웠다. 중반 이후의 진행이 약간 루즈하다고 느낀 건 이 때문이었다. 진행상황이 눈에 보일 만큼 뻔해서... 심지어 그 마지막 장면까지도 보면서 아 얘 다시 그렇게 되겠고만, 했다. 편지 읽을 때 감이 확 와버렸어. 그 장면이 내게 안타까움이나 여운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의 경우엔 난 어쩐지 해피엔딩인 것만 같다. 다시 그들의 세상으로, 그녀가 자신을 두려워 하지 않는 손 끝의 세상을 보게 된 루벤의 미소가 거짓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그리고 왜인지 마리 또한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원 중심의 배경과 음악이 영화에 잘 어울렸다. 약간 어설픈 편집까지도 영화에 잘 어울렸다. 나는 괜찮게 봤다.

분닥 세인트
감독 트로이 더피 (1999 / 미국,캐나다)
출연 노먼 리더스,윌렘 데포,숀 패트릭 플래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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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 재밌다고 주변에서 그래서 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영화가 B급 영화 향이 솔솔 풍기는데 그렇다고 잘 빠진 B급은 아니고, 적당히 사람들(특히 남자 중학생 쯤)의 환상을 자극하는 캐릭터를 짜서 만든 중상의 B급 영화. 문제는 나는 캐릭터 이해하는거 너무 좋아하는데 얘네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빠른 전개나 필요없는 부분은 설명도 하지 않고 지나치는 점은 뭐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만한 점일 것 같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형제 코너 맥마너스(숀 패트릭 프레너리)와 머피 맥마너스(노만 리더스)가 악이라 판단한 사람들을 처단하는 이야기. 처음엔 가벼운 에피소드로 시작했는데, 뒤로 갈수록 처단하는 사람들의 인원이나 죄질의 급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걸 쫓는 요원 폴 스멕커(윌렘 데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썩 급박하진 않다. 오히려 사건의 진행과 그걸 보여주는 방식이 특이해서 그런 쪽에 눈이 가더라. 스토리 자체는 별론데, 편집이나 카메라 워크가 좀 재미있었다. 캐릭터들도 스토리 만큼이나 단순해서 맥마너스 형제들 노는 걸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났다.

  원래도 탄탄하게 캐릭터 구축을 하진 않았지만, 퍼니 맨 리코(데이빗 델라 로코)가 끼어들면서 이야기고 캐릭터고 다 이상해진다고 생각했다. 맥마너스 형제에겐 악을 벌한다는 모토가 있지만, 그걸 판단하는 시스템은 굉장히 두서없어서 리코의 말에 따라 살인을 행하는 게 굉장히 우스웠음. 그리고 형제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어떻게 외국어들을 잔뜩 하는지, 뭐 그런... 아무튼 엉뚱한 형제야 그렇다 쳐도, 폴 스멕커가 이 형제에게 동조하게 되는 과정이 너무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또 헛헛한 웃음을... 막판에 활약이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그도 아니었어요. 일 듀스(빌리 코놀리)가 그들과 함께하게 되는 장면도 그렇고. 진행 자체가 넘 허투르게 넘어가는 게 많아서 이게 뭔가... 그랬다.

  아, 마지막에 사람들 인터뷰로 마무리 하는 건 뭐 괜찮았음. 내 의견을 말하자면, 물론 너네가 뭔데 판단을 해?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 지는 알겠는데 그게 내가 좋아할 만한 부분으로 연결되진 못해서 아쉽다.
Alex Band, Tonight



Well the sky broke in two
하늘이 둘로 갈라졌을 때
I Found you dancing alone
네가 홀로 춤추고 있는 걸 발견했어
Then the room filled up with you
그 순간 방 안은 너로 가득찼고
And a song we both know
우리 둘 다 알고 있는 그 노래는
That's when you caught me with your eyes
네 눈이 내게 알려준 노래야
Sending shivers down my spine
날 오싹하게 떨게 만들고
And then you whispered in my ear
넌 내 귀에 속삭였지
You said "I can feel it too"
너는 "나 또한 그걸 느껴"라고 말하며
And then you pulled me into you
날 끌어당겼어

CHORUS
Tonight, I got you where I want you
오늘 밤, 널 원하던 그곳에서 널 얻었어
Closer, I can tell you anything
더 가까이, 네게 모든 걸 이야기 해줄 수있어
You're the song that I sing
넌 내가 부르는 노래야
Tonight, let the music take us over
오늘 밤, 음악이 우리를 데려가도록 해
We'll fall into forever, all is right
영원히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다 괜찮을거야
Cause I got you where I want you
널 가지게 될테니까
Tonight
오늘 밤
Tonight
오늘 밤

Through all of science and history
모든 과학적인 것들과 오랜 시간을 거치며
Well nothings ever stuck with me
어떤 것도 나와 함께 있지 못했는데
But now I'm locked onto you
지금 난 네게 갖혀버렸어
And I'm holding on to
그리고 난
The only thing I know
내가 아는 단 하나의 사실에 매달리지
And now I'm never letting go
널 다신 놓아주지 않을거란 거

CHORUS

The whole world could fall away
이 세상이 멀어져 갈 수도 있어
But You and I
그렇지만 너와 난
No we won't be afraid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을거야
Tonight
오늘 밤엔...

CHORUS

I got you where I want you
널 원하던 곳에서 널 얻었으니
Tonight
오늘 밤

-

  뮤비 너무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씨 뱀파이언가 설마 하다가 깜짝 놀람ㅋㅋㅋㅋㅋ 뱀파이어인 건 좋다 이거야, 이렇게 촌스럽게 찍어놓다니! 뮤비 보고 나서 가사 보니까 헐 대놓고 뱀파이어 가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 뱀파이어 다이어리에 오에스티에 쓰인 곡이 이건가? 아 모르겠지만 너무 놀랐다. 오랜 친구이자 감독인 사람이 찍은 거라는데... 그래도 막판은 좀 심하네. 작년 곡이니까 한창 뱀파이어 유행할 때라 이해가 될 것도 같...

  더 콜링의 보컬 알렉스 밴드의 솔로곡. 앨범 명은 We've All Been There였고 작년에 나왔는데, 우리나라엔 발매 안됐다. 콜링 인기있었으니 발매할 만도 한데... EMI 뭐하는지 모르겠음. 레이블은 독립레이블이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배급 이런건 EMI가 하는 거 같던데...

  아무튼 앨범 곡들이 전체적으로 콜링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솔로의 의미가 뭔가(...) 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만치 편해서 좋다. 이 노래도 딱 콜링 분위기... 콜링은 내가 가장 처음 산 해외 음반이 아닌가 싶은데(일본 쪽 말고) 지금 들어도 촌스러운 거 없고 마냥 좋다. 기분 따라 가려듣는 음악들이 있는데 콜링 앨범은 안그러니... 콜링 나름대로 해체는 아니고 휴지기 이렇게 써놨던데 개인 활동 하다가 밴드 앨범도 꼭 내줬으면 좋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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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감독 이정범 (2010 / 한국)
출연 원빈,김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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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빈씨 영상 화보 잘봤습니다. 감상 끝. ...아니 이게 아니고.. 아니다. 진심이야...

  그래도 뭐 더 써보라면 이 영화엔 스토리라고 할 게 별로 없다. 비밀에 휩싸인 듯한 전당포 아저씨 차태식(원빈)이 범죄에 휘말려 들어 납치된 옆집 아이 소미(김새론)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구한다. 그게 끝이야... 정말 그게 다였다. 악당들인 만석(김희원)과 종석(김성오)는 아주 얄팍한 악역일 뿐이고, 다루고 있는 마약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악역중에 그나마 약간이라도 인간적인 깊이를 보여주는 건 람로완(타나용 웡트라쿨)인데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악당들을 쫓고 동시에 태식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경찰 쪽 인물들인 김치곤(김태훈)이나 노형사(이종필)의 배역도 아쉬울 만큼 적다. 더 깊이있게 그릴 수 있었을 캐릭터들이었는데 이 영화는 조연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원빈의 얼굴을 잡기 바쁠 뿐.

  기본적인 골격을 잡아놓고 살을 안 붙인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 사건들이 너무 단순해서 의아할 지경이었음. 악역이라도 잘 활용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고, 이건 진짜 원빈 원톱 영화로구나. 문제는 태식의 캐릭터조차 제대로 잡힌 게 아니었다는 거. 태식의 행동기반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뻔한 과거 트라우마야 그렇다 쳐도, 소미와의 관계라도 제대로 그려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대체 왜 그렇게 목숨 걸어가며 소미를 구하러 가는 지 이해가 안될 지경. 단순히 아이를 좋아하는 따뜻한 마음_☆ 이라기엔 이건 뭐 순수한 사람도 아니고. 대충 레옹 식의 감동 스토리를 구상하려 한 것 같았는데 이건 그 쪽으로는 꽝이었다. 태식과 소미는 입 좀 다물어줬으면 하고 소원함. 주변 인물들보다 주인공인 이 둘의 대사가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오글오글. 만석과 태식의 대화를 듣다 보면 이게 한 현실 속의 인물이 맞나 싶었다. 화보인데 말하지 마세요.

  문제 해결도 참 쉽게 쉽게 가버렸고. 람로완의 시선만 봐도 소미가 멀쩡할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거기서 나타나는 건 정말 이 영화가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느낌만을 가중시켰고ㅋㅋ 어 결말 부분에서 가장 최악이라 할 만한 것은 사운드트랙. 제발 이딴 데 웅장한 음악 깔지 말아라... 차라리 아무것도 깔질 마.

  액션은 좋았다. 개인적으로 총을 가지고 액션 하는 것보다 칼을 다룬게 좋았음. 람로완과의 대결에서 태식이 칼을 쓰는 솜씨를 보면서 감탄. 그런 의미에서 만석은 너무 쉽게 죽인 것 같아요. 총은 너무 단순하잖아... 걔가 가장 나쁜 애였는데 다른 애들에 비해 쉽게 죽었다 싶었다. 액션 전체적으로 좋긴 한데 막 잔인하다는 느낌은 못받았다. 짝패 봐서 그런가...? 난 짝패에서 그 손가락이 후두둑 떨어져나가는 장면이 너무 인상깊게 남아버렸나보다. 아, 내 생각엔 액션도 짝패 쪽이 나았다.

  원빈을 보기 위해 보는 영화. 그 이상의 의의를 가지면 안될 것 같다.

지난 겨울, 갑자기
감독 루카 라가지,쿠스타브 호퍼 (2008 / 이탈리아)
출연 쿠스타브 호퍼,루카 라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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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벼운 유머를 섞어 제작된 다큐멘터리. 하지만 내용은 한없이 무겁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미혼·동성 커플의 권리를 승인하는 법안 DICO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겨울, 갑자기 발표된 이 법안은 통과된 것이 아니었다. 영화를 찍을 2007년 당시 이미 8년 차 연인이던 구스타프 호퍼와 루카 라가지는 이 법안의 통과에 긍정적이었고, 그런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

  하지만 바티칸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기독교 문화에 깊이 물든 이탈리아 사회는 이 법안의 통과에 걸림돌이 된다. 한 순간에 이 다큐멘터리는 동성 결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렸다. 따뜻한 가족과 친구들 덕에, 그 동안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몰랐다가 이 영화를 찍으며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알게 되는 구스타브와 루카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특히 루카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많이 지쳐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더라. 
 
  구스타브와 루카는 길을 걷는 일반 시민들을 많이 인터뷰한다. 그들은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동성애를 반대한다(우습지도 않은 표현이다만)고 말한다. 심지어 구스타브와 루카가 연인이라는 말을 함에도 그 앞에서 그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족의 날' 따위를 지지하며 시위를 하는데, 거기엔 논리가 없었다. 이성적인 논리가 아닌 그저 귀를 막고 교회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해 대는데 가슴이 답답해 지더라. 어떤 여성 정치인은 성서에 쓰여진 걸 보라고, 창세기에 신이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느냐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녀가 믿고 있는 정치적인 믿음이 고작 교회의 이론에 바탕한 거라니!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말이 고작 성경에 적힌 말이라니. 그게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할 만한 근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놀라웠다. 여튼 DICO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논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 지도 모르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구스타브는 특히 열성적으로 그 사람들에게 이유를 듣고 싶어했지만, 그들 중 아무도 구스타브가 만족할만한 대답을 내어주지 못하더라. 내가 만족할 만한 대답도.

  이탈리아의 2007 게이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장면도 나왔다. 내내 우울하다가 이 퍼레이드를 보니 기분이 좀 환기되었다. 그래도 끝까지 관련 법은 통과되지 않았고 새 법에 관한 이야기만 나왔지만... 어쨌든 그 게이 퍼레이드 중 정치인 '블라디미르 럭셔리아'의 연설을 보고 눈물이 났다.

우리는 가족이 뭔지 가르치는 위선적인 선생은 필요 없어요. 땅에서 솟아난 사람들이 아니니 가족이 뭔지는 잘 알죠. 우리도 가족 속에서 태어났어요! 가족의 품에서 사랑받으며 자랐다면 더 없는 행운아죠. 하지만 신부님의 축복을 받은 기독교 집안에서는 저희 같은 사람은 온갖 질타와 미움, 차별을 받고 쫓겨나죠. 동성애자 아들을 정신병원이나 퇴마사에게 보내거나 남성 호르몬을 주사하는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죠. 반드시 이성의 만남으로만 가족이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여성이 핍박받지 않고 자녀가 억압받지 않는 곳은 모두 가족입니다. 관심과 존경, 사랑만 있으면 평범한 가족인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가족입니다!


  여러 모로 생각할 게 많았던 다큐멘터리. 우리나라는 이런 법률에 대한 이야기조차 나오고 있질 않으니 더 씁쓸하기도 했고...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2008 / 미국)
출연 해리슨 포드,샤이아 라보프,케이트 블란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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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드디어 마지막 시리즈. 사실 이걸 보기 위해 앞의 3편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확실히 이걸 보려면 1-3편을 보아야 더 재미있다. 간간히 앞 시리즈에서 이어져 온 것들로 재미를 구성하고 있으니까. 마리온(카렌 알렌)의 등장만 해도 말할 필요 없지만... 뭐 교내의 마커스 동상이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이라던지, 뱀 잡기 싫어하는 인디아나(해리슨 포드), 헨리 존스의 사진, 주니어 호칭의 대물림 뭐 이런 거는 앞 시리즈를 봐야 이해가 되는 요소니까. 그런 간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만...

  ...그건 앞 시리즈의 추억에 의지한 거고. 4편 자체만으로 보면 가끔 이게 뭔가 싶은 진행이 엿보였다. 하긴 내가 1-3편 보면서도 대단한 구성을 느낀 건 아니니까 이건 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앞선 시리즈에 비해 뭔가 어긋났다고 느낀 건 다루고 있는 소재 때문인 것 같다. 1-3편에서 나왔던 물품들은 나름 (뭐 그 황당함은 차치하더라도) 현실 세계의 물건 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4편의 크리스탈 해골은 뭔가 엉뚱하다 싶더라. 감독 이 외계인 덕후자식...!

  시대배경이 1957년 이때라서 감각이 좀 이상하긴 했다. 원래 1-3편도 찍은 상황보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나름 오래간만에 돌아온 인디아나 시리즈인데 배경이 먼 옛날이니까 뭔가ㅋㅋㅋ.. 여튼 나이 먹어서도 인디아나 존스는 고생을 하고 계신다. 갑자기 나타난 머리 빗어대는 건방진 청년 머트(샤이아 라보프)가 자신의 어머니의 상황을 알리면서 남미로 가서 벌이는 모험을 다루는데, 소재는 앞서 말했든 크리스탈 해골과 관련된 것. 간간히 마야족 이야기가 섞여 있긴 한데 거의 인간의 이야기라기보단 외계인 이야기가 주였고... 주 적은 소련군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

  딱히 뭐라 말할 게 없는 시리즈의 재탕이었다. 진행 방식도 그렇고... 액션 장면까지도 복제된 느낌이 있어서 막 즐겁진 않았다. 마지막 부분 즈음에 계단을 빨리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 입은 패스터! 패스터! 이러는데 발걸음은 한없이 슬로우라서 왠지 슬펐음. 몇몇 묘사들은 쓸데없다 싶은 것도 있었고... 캐릭터는 인디나 마리온은 과거 캐릭터 그대로인데,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의 개성을 또 모르겠어서 아쉬웠다. 머트는 뭐 보자마자 이 자식 아들이네 싶었다. 건방진 속성은 그대로 물려받았음. 옥슬리 교수(존 허트)는 미친 연기는 좋았습니다만 그래서 뭐? 그런 느낌. 친구 맥(레이 윈스톤)은 뻔한 배신캐릭터였는데 다시 허탈. 이리나 스팔코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몹시 좋았습니다만, 앞서 나왔던 적들만큼의 깊이는 없었던 것 같다. 막판에 외계인들에게 모든 걸 알고싶다며 버티는 모습을 보며 3편의 엘사가 잠깐 떠오르긴 했다. 그래도 엘사 절반도 못가는 캐릭터였다.

  올드팬들의 추억 되새김질용. 외계인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렇게 쓰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난 이걸 보려고 1-3편을 꾹꾹꾹 다 봤단 말인가...OTL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9 / 미국)
출연 해리슨 포드,숀 코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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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나 존스의 판타지 섞인 세계관도 익숙해졌고, 2편의 짜증나는 오리엔탈리즘이 사라지고 나니까 좀 재미있다. 세 편의 올드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보았다.

  도입부에 항상 모험 장면이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인디아나 존스의 어릴 때 이야기. 배우는 리버 피닉스가 맡았는데 신선하더라. 인디아나 존스가 왜 채찍을 쓰게 되었는지, 중절모라는 마스코트는 왜 생겨났는지, 뱀에 관한 트라우마는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가 다 나오는 도입부였다. 젊은 시절 이야기라는 데서 좀 신선하기도 했고... 나름 발랄한 시작이라 마음에 들었다. 아, 여기서 아버지 헨리 존스(숀 코너리)가 있다는 것과 인디아나 존스와 그 와의 관계도 대충 알려주더라.

  3편은 최후의 만찬에 쓰인 성배를 찾는 모험. 서구권의 이야기인지라 2편 같은 오리엔탈리즘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오 좋아요. 1편과 마찬가지로 나치가 악역으로 등장하고 이를 이용한 잔개그가 재미있었음. 히틀러한테 사인 받는 장면이라던가... 나치가 악역이긴 한데 1편 보다는 좀 더 자세하게 악역설정을 했다. 나치 비밀 경찰 포겔(마이클 바이른) 같은 나치와 직접 관련된 인물이 아닌 악역들이 도드라졌음. 윌터 도노반(줄리안 글로버)이나 엘사 슈나이더(앨리슨 두디) 같은 역할들이 그랬다. 그래봤자 단순한 악역에서 간단하게 한 꺼풀 씌운 정도긴 했지만 앞선 편들에 비해 감각이 발전했다고 느꼈다.

  인디아나 존스와 아버지의 투닥대는 관계가 재미있다. 여기에서 가장 잔재미를 느꼈다. 엘사를 두고 두 부자가 경쟁하는 듯한 모습 보여주는 것도 그랬고, 인디아나 죽은 줄 알고 헨리가 슬퍼할 때도 웃을 뻔. 서로 닮은 듯한 두 캐릭터가 투닥투닥 대는 행각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웃음이... 조연으로는 닥터 마커스 브로디(덴홈 엘리어트)와 1편의 살라(존 라이스-데이비스)가 다시 등장. 살라는 별 역할 크게 없었고... 마커스는 옆에서 보기엔 좀 답답하겠는데 영화에서 보니까 재미나는 캐릭터였다.

  엘사가 목적이 있어서 나치에 협력하는 거라 뭐라 했지만 그 전까지의 모습이 썩... 설득력이 있지는 않았네요. 도노반에게 가짜 성배를 골라주는 것 정도가 그런 의도에서 기반한 걸로 보일락 말락. 결국 그 성배 때문에 죽었으니까 성배를 아끼는 마음은 있었던 거 같긴 한데, 그 또한 자기가 자초한 재앙이라서. 뭐 그래도 2편의 윌리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얘랑 인디아나랑 처음 잘 때 느끼해서 죽을 뻔 하긴 했지만...

  아, 액션은 2편 정도로 활기차고 괜찮았다. 탱크 위에서 싸우는 장면들은 참 웃기고 신났다. 자동차로 비행기 따돌리고 이러는 건 약간 황당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뭐. 헨리가 우산으로 새 날려보내서 비행기 추락시키는 것도 황당하긴 했는데 웃겼음ㅋㅋㅋ

  인디아나 세계관에 다 적응하고 나니까 볼만했다. 가장 즐겁게 봄.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4 / 미국)
출연 해리슨 포드,케이트 캡쇼우,키호이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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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나 시리즈 중 최악이라더니 왜 그런지 감히 짐작할 만 하다. 아무리 오락영화라고 하더라도 이 영화의 오리엔탈리즘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라... 보는 내내 아 참자, 참자. 이거 백 번은 외친듯.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최대 약점이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어디서 줏어듣긴했는데 2편에서 나타나는 건 너무 심하다. 20년도 전의 영화라 치더라도 이건 좀 아니잖아. 궁에서의 식사 장면에선 재치가 느껴지기보다는 얼굴이 찌푸려졌음.

  구성도 1편에 비해서 재미없다. 물론 이리저리 모험적인 장면을 많이 넣긴 했다. 광산에서 쓰는 철도를 타고 벌이는 추격이라던가, 하늘다리에서의 장면은 흥미롭다. 사람이 쉴 새 없이 이리저리 사건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비단 그게 상카라 돌을 찾는 모험이 아니더라도,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윌리(케이트 캡쇼우)의 침실 줄다리기를 보면 긴장감과 재미가 같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들이 2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미덕인 것 같다. 극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타깃 독자들에 비해 너무 어둡다는 생각이 들고(가족 영화인데 어린애한테 채찍질 하지 마라...), 너무 몰아치니까 오히려 소모적이라는 느낌도 들고. 아쉬웠다. 그리고 캐릭터도 원래 1편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태도가 좀 건방지고 약은 캐릭터였지만, 여기선 이런 무뢰배를 보았나! 싶을 정도로 얄밉고 별로였다. 거기다 도입부 장면도 너무 멍청하다고 소리지를뻔. 윌리와 만나니 더더욱 안좋아. 윌리도 좋지 않았던 게 역할이 뭐냐 싶을 정도의 전형적인 옛 헐리우드 영화의 여자 캐릭터. 윌리가 소리 지를 때마다 나의 스트레스는 올라만 가... 캐릭터 중 가장 좋았던 건 역시나 쇼트 라운드(조나단 키 쿠안). 밝고 명랑한 요 소년 덕에 극이 좀 더 활기를 얻었던 것 같다.

  아, 1편에서 느꼈던 판타지의 황당함은 2편에선 아예 도입부부터 이건 판타지다... 하고 생각하고 봤더니 괜찮더라.

  하여튼 나는 되게 별로였다. 난 샤이아 때문에 4편을 봐야하는데...
캐리(스티븐킹전집1)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스티븐 킹 (황금가지,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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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역시 다류에게 빌려서 읽음.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는 썩 취향이 아니긴 했는데 그래도 좀 더 읽어보고 취향인지 아닌지 알아야겠다 싶어서. 캐리는 데뷔작이기도하고, 워낙 유명해서 더 재미있을 줄 알았다.

  ........근데 왜 더 재미없어........OTL

  읽으면서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나 하는 생각을 (또!) 함. 원체 공포류를 즐기지도 않는 성향이 작용한 거 같은데, 아니 그렇다 쳐도 이걸 읽으면서 나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냥 짜증이 퐁퐁 샘솟았을 뿐... 장르 소설이 취향이 아닌가. 그래도 어떤 종류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공포가 취향이 아닐 지도... 뭐 뼈대 이야기도 내겐 흥미롭지 않긴 했다. 염력이라는 소재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게 주요점은 아니었다만.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고 집안에선 기독교 근본주의자 엄마에게 시달리는 캐리에타 화이트가 주인공. 불운했던 캐리가 자신의 염력을 사용해 마을에 불러 일으키는 재앙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사건 되시겠다. 이미 이야기 시작할 때 시점은 사건이 다 끝난 뒤. 서술은 회고하는 듯한 내용이고, 마치 실제 사건처럼 보이도록 뉴스 기사 인터뷰 같은 것들을 삽입해 놓았다. 이건 그 당시에는 신선했을지 모르겠는데 지금 봐서는 별로 그런 거 모르겠고... 피를 사용한 상징은 약간 촌스럽게 느껴지더라.

  인물들이 대부분 짜증나지만 (그 캐리조차) 가장 짜증나는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캐리의 엄마. 부모가 자식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더라. 기독교 근본주의자 캐릭터는 언제 봐도 좋아할 수 없는 건데, 이걸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부모라는 역할로 마주치게 되니까 혐오의 극치였다. 크리스는 완전 짜증나고 철없는 애였고... 수지는 약간 위선적인 느낌도 있었지만 뭐 나쁜 느낌은 아니었던 듯. 제일 안된 건 토미. 하는 짓 보니까 애도 착하고 그렇던데 무슨 죄야... 캐리라는 캐릭터는, 그래. 음. 분명히 내 옆에 있어도 내가 잘해줄 거 같진 않았다. 그런데 그 애를 그렇게 의심과, 불안과, 자기열등감으로 몰아넣은 건 걔 엄마인게 분명해서... 또 짠하고, 캐릭터 보면 여러 생각이 들더라. 원래 한 가지 사고를 계속 주입당하면 거기서 벗어나기 되게 쉽지 않은데 일탈을 시도했단 점에선 어떤 의미로 대단하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불안과 불신이 폭발하게 된 건 아쉽다.

  사건 자체는 흥미로울 게 못 되었고, 그보다는 캐리라는 캐릭터가 형성된 과정이나 캐리 엄마 캐릭터와 캐리의 관계, 이런 게 도드라지고 재밌더라. 그런 부분이 오히려 더 공포였고...

  빠르게 읽었고 앞에 읽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재미없지는 않았는데, 또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다 싶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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