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은지도 산지도 좀 됐는데 이제 포스팅ㅋ 난 이런 인간인듯. 영화도 안봤는데 책부터 덜컥 샀다. 펭귄 클래식에서 나온 걸 산 건 단순히 표지가 예뻐서. 거기다 텀블러 이벤트까지 하고 있길래, 보고 싶었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까지 같이 샀다. 웅진 아래에 있는 펭귄 클래식 시리즈 표지들이 다 명화들을 많이 써서 예뻤고, 아무튼 제본형태나 편집이 깔끔해서 아주 좋았다. 다만 주석이 페이지마나 달린 것이 아니라 맨 마지막 페이지에 몰려 달려있어서, 매번 뒤적뒤적 보느라 짜증나 죽을 뻔. 이 점 때문에 앞으로 펭귄 클래식을 살 때는 좀 망설일 것 같다. 뭐 쨌든 같이 온 텀블러는 아주 잘 쓰고 계심.
스콧 피츠제럴드는 아무래도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데, 이 책을 사기는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 초인가 샀었으나 아직까지 못읽었다. 매번 1/3 읽고 덮고, 그 다음에 또 1/3 읽고 덮고의 무한 반복. 재미업ㅂ다고 하루키 죽여버린다orz의 감정으로 매번 책장에 꽂힌 책을 바라보고 있다. 혹시 번역의 문제인가 싶었으나, 다른 애들도 다 재미없다고 하는거 보니 뭐 꼭 번역의 문제만도 아닌듯. 언젠간 읽겠지 흥얼흥얼.
여튼 위대한 개츠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단편이니 어떻게든 읽겠지 하는 마음가짐과 기무니로부터 재미있다는 추천을 들어서 샀다. 결과는 적당히 성공. 처음엔 좀 루즈한가 싶었는데, 단편마다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그런가(스콧 피츠제럴드가 세 챕터로 나눈 이유가 있다) 각기 나름의 재미와 멋이 있었다.
-젤리빈, 낙타의 뒷부분, 노동절, 자기와 핑크
판타지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칩사이드의 타르퀴니우스, 오 빨간 머리 마녀!
분류되지 않은 걸작
-행복이 남은 자리, 이키 씨, 제미나, 산 아가씨
순서는 요렇게 나뉘어져 있다. 개인적으론 판타지 파트가 재일 유쾌하고 재미있었고, 그 다음은 나의 자유분방한 그녀들 파트가 재미있었음. 분류되지 않은 걸작 들은 행복이 남은 자리 빼고는 그냥 그랬다. 마지막 부분이라 내가 지쳤던 걸지도.
판타지 파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의외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아닌,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였다. 말그대로 리츠칼튼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를 가진 부자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아 진짜 막판엔 엄청 웃었다. 황당한 소재인데 황당한 전개, 거기에 또 황당한 결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막 이상한 게 아니라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판타지 파트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뻔뻔스레, 이것은 현실이라는 듯 진행되어서 그런가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물론 재미있었다. 굉장히 짧은 단편인데, 영화와는 달리 태어났을때 이미 꼬장꼬장한 노친네의 모습인 벤자민 버튼을 보는 재미가 좋았음. '오 빨간 머리 마녀!'도 꽤 재미있었다. 진짜 마녀일 줄 알았는데 또 그건 아니어서 조금 실망.
나의 자유 분방한 그녀들 파트에서 가장 재미있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낙타의 뒷부분'이 아닐까 쉽다. 있을법한 이야기에 재치가 더해졌다. 두 사람과 결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런 이야기는 좀 길게 서사를 바꾸어서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로 탈바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젤리빈'이나 '노동절'도 꽤 좋았는데, 이 이야기들은 허무하거나 절망적인 느낌이 있어서 크게 내 취향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꽤 괜찮은 단편집. 즐거웠다.
'마음의 양식 > 가끔은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1) (2) | 2009.12.15 |
---|---|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 1859년의 과학과 기술 / 피터 매니시스 (부키, 2009) (0) | 2009.12.14 |
변신·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민음사, 1998) (1) | 2009.12.09 |
서재 결혼 시키기 / 앤 패디먼 (지호, 2002) (0) | 2009.12.04 |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제이 아셰르 (내인생의책, 2009) (4) | 2009.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