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토요일. 영국 런던.
유로라인은 버스라 화장실도 못가고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 동안 불평을 쏟아냈던 야간열차가 그리워 질줄은 몰랐다.기사가 굉장히 불친절했다. 초반부터 아예 작정하고 여기는 레스토랑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는 기사였다. 성격 말 다했지(..) 버스타고 이동하다가 계속 깨야 했다. 입국심사 하느라고 깨고, 버스 채로 페리 안으로 들어가고 이동해서 가는건 알고 있었는데, 페리 도착해서는 페리 안에 또 내려야 했다. 소파를 찾아 헤매다가 거기서 잠깐 잤다. 페리는 두시간 반 정도 탄 듯. 거의 두시간 간격으로 깬 셈이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런던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은 아침 여섯시 반. 어쩌자는거임...?
여섯시 반에 빅토리아 역 근처 도착, 바로 지하철을 타러 갔다. 교통카드는 원데이 트래블카드를 삼. 호스텔은 런던 브릿지 역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도착하니 거진 일곱시 반 정도였다. 초반에 숙소 위치를 좀 헷갈렸는데 숙소쪽에서 나오던 여자애가 길을 알려줬다. 착하고 예뻤다... 카운터에서 여권 달라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선 다 알아듣던 발음을 영국에서 못알아들었다(!) 파스폿? 그..그게뭐야... 이러고 있다가 두번 듣고서야 줌. 아놔. 아침을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침 주길래 행복하게 먹었다. 이 숙소가 마음에 들었던 게 여성용 숙소가 따로 있어서. 시설도 그럭저럭 무난했다. 카드키가 자꾸 망가지는거 말고는...
이거 그냥 신호등 앞에 있는 표시기? 인데 신기해서...
숙소에 짐을 두고 다시 빅토리아 역으로 이동. 버킹엄 궁전 보려고... 아홉시 반 쯤 버킹엄 도착. 전시하는거 들어가려고 표사려고했더니, 직원이 근위병 교대식 보고 사는게 나을거래서 그거 보러 감.
여왕의 갤러리 입구...인데 뭐 금방 나왔으니.
근위병 교대식!
열한시 반 쯤 시작하는 교대식이지만 사람들이 좀 있었다. 고 앞에 뻗어서 잠시 잤다(...) 열시 반 쯤부터 제대로 기다린 셈이었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져 있었음. 인파 속에서 치이고 밀치고 기다리다보니 근위병 교대식 시작. 사실 초반에 반복 동작이 많아서 나중엔 지겨워졌다. 군악대 나오면서 그나마 좀 즐겁게 봄. 사람들 때문에 진빠지고 워낙에 지친터라 그냥저냥 본 듯. 그 와중에 옆자리 외국 여자애랑 싸울 뻔. 은자한테 걔가 자꾸 민다고 시비걸어서ㅡㅡ 여기있는 사람 다민다고 말했더니 입다물더라. 아니 애당초 우리가 민것도 아니라고... 거기서 안미는 사람이 어딨어 사방간데서 밀어대는데..ㅡㅡ
버킹엄 여왕의 전시관인지를 보러가야했지만 너무 배고파서 그냥 일찍 빠짐. 내일 은자만 보기로. 나는 어차피 전시물 관심없어.
공원에 이런 종류의 새가 많아서 깜짝...
아직도 이 건물이 뭔지 모르겠어
공원 가로질러 걷다 보니 트라팔가 광장에 갔는데 사자가 아주 큰 거 말고는 그닥 인상적인 것도 없었다...
점심은 레스턴 스퀘어 근처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먹었다. 싸다고 광고하더니만 결국은 한사람당 1.50 파운드의 팁이 강제로 붙는다. 별로 해주는 것도 없더만....? 그냥저냥 깔끔한 음식점. 간이 맞는다는 거 정도가 봐줄만한 부분이었다. 특별히 실망하진 않았고 그냥 서비스비용 안포함 되었다고 크게 찍은 영수증이 웃겼음.
점심 먹고 대망의 타워 레코드 찾기가 시작되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거다. 자신의 길찾기 능력을 이미 믿지 않았기에 내가 못찾는 것이겠거니.. 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으며 직원에게 타워 레코드를 물었는데, 그런거 모른대서 헐... 근데 뒤에서 기다리던 여자분이 타워레코드 없어졌다고 말해줌. 또 헐... 제일 크다며... 그래도 근처에 HMV 큰데가 있어서 거기 갔다. 들어가자마자 춤을 추었다. 은자 말로는 여행 중 네가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처음봤다고.
들어가자마자 씨디를 막 골랐다. 킹스 씨디 여기는 박스셋에 더 싸서 울뻔. 네덜란드에서 내가 왜샀지.. 그래도 다른 씨디들 할인하는거 참 많아서 진짜 막 골랐다. 내거 열장 정도 고르고, 친구들 사다줄 거 문자해가면서 고르고. 친구들 건 따로 돈 받을거라서 카드로 긁음. 쇼핑 다하고 나서 진이 빠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걷기는 참 많이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는데 타자마자 무슨 이상한 나라에 빠진 줄 알았다. 그리스 인이니 잭 스패로우 선장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잔뜩 타고 있었음. 너무 놀랐는데 알고 보니 연극배우들. 그 중 한명이 와서 말걸었는데 걘 또 호주애였다. 연극 하려고 영국 왔다고... 뭔가 웃기는 사람들이었음. 걔 뭔가 말은 많이 했는데 말을 반정도밖에 못알아들어서 아쉬웠다. 즐겁게 사는고나.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짐.
숙소는 참 깨끗하고 좋았다. 뭔가 위트 있는 숙소였다. 화장실 갔더니 네가 배낭여행중에 아름다울 수 없을 거라고 누가 그래? 블론드는 멍청하지않아, 나는 블론드지만... 뭐 이런 문구로 벽이 장식되어 있었다. 여자용 숙소라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귀여웠다. 하지만 난 씻지도 않고 저녁 여섯시 반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소비금액: 원데이 트래블카드 5.60파운드
점심 12파운드
CD 35파운드
아이스크림 3파운드
음료+물 1.8파운드
총 금액: 57.40파운드
8월 10일 일요일. 영국 런던. (이 날의 사진들은 모두 은자가 찍은 것. 나는 카메라를 아예 놓고 나갔다.)
일찍 일어남.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지(..) 아침은 좋았다. 주스도 빵도 맛있었다. 은자는 일찍 버킹엄의 영국 여왕 물품 전시하는거 보러가고, 나는 샤워하고 뒹굴거렸다. 열두시 반에 토튼햄 코트 역에서 보기로 함. 샤워 후 느긋함을 즐기다 1층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 해야지 하면서 내려갔다. 무려 2파운드. 하지만 아깝지 않아! 이러면서 신나서 컴퓨터를 켰는데 헐... 한글이 깨져.... 아무리 해도 안되길래 결국 포기. 이게뭐야. 홈페이지에 글만 쓰고 포럼 좀 돌다가 방에 다시 올라가려는데 어... 카드키가 없다?! 두고 내려온 거였다. 아놔. 엄청 당황해 있다가 리셉션하는데 내려가서(건물이 따로 되어있다) 민망하게 말했다. 직원이 따라와서 문열어줌. 죄송합니다...
이걸로 끝났으면 좋았는데 난 이와중에 은자한테 "쟈기 나 카드키 두고나왔어ㅠㅠㅠ" 이러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은자 아버님에게서.... "문자 잘못보내셨습니다"라고....OTL 당황해서 번호도 잘못 누른거였음. 아놔. 죄송합니다 아버님.. 전 이상한 여자가 아니에요...
은자가 보았던 여왕의 갤러리.
열시 반쯤 토튼햄으로 출발. 은자를 기다리는 새 Borders라는 서점, 비디오, 음반 가게를 찾아 나섰다. 근데 런던 역 출구 번호 없어서 막.. 모든 방향으로 나가서 찾고 돌아오고 찾고 돌아오고 이걸 세 번이나 반복해서 찾았다. 여기서 씨디 세 장을 더 사고 행복해짐...
은자를 무사히 만나서 밥을 먹으러 감. 가기 전에 슈퍼에서 체리콜라 샀는데 너무 맛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파나? 넘 좋았다. 밥먹으러 간 곳은 그냥 지나가다 본 인도음식 카게. 맛있었다. 입맛에도 맛고 그냥 맛있었다... TAS레스토랑 이라는 덴데ㅋㅋ 좋았음. 그리고 계산을 하다가 내가 십파운드 잃어버린걸 깨달음. 오늘 사고의 연속... 보더스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어디 흘린 모양. 씨디 두 장 살 돈을 잃었네ㅠㅠㅠ 하면서 울며 대영 박물관으로 갔다.
무료라서 더 좋은 대영 박물관
이게 대영 박물관인지 이집트 박물관인지(...) 그리스는 심지어 파르테논 신전을 그대로 쪼개와서 놀랐다. 불쌍한 이집트와 그리스. 박물관에 관심없는 나이기에 대충 봤다. 어차피 질릴만큼 본 박물관. 여긴 그래도 무료라서 다행이었지... 무료 아니었으면 안갔을 것 같다. 둘째 날 내가 얼마나 막장이었냐면 사진기도 안들고 나감. 우왕ㅋ
대영 박물관 보고 쇼핑을 하겠다고 옥스퍼드 서커스로 이동. 결론은 길을 잃고(...) 다시 토튼햄 코트로 돌아왔다. 토튼햄 코트 가는길에 또 HMV가 있길래 또 들러서 울면서 씨디를 삼. 친구 줄 씨디를 어제는 못찾았던 거 여기서 찾아서 또 사고. 그리고 토튼햄에서 워렌 스트리트까지 걸어갔다. 도중에 슈퍼마켓에 들러서 저녁거리를 삼. 남은 돈이 정말 적어졌다. 딱 저녁에 공연 볼 돈이랑 차비만 빼고 다 쓴 셈이었음.
밥먹으러 그린파크 갔다가 20펜스 주음. 웃겼다. 하이드 파크에서 쉬다가 너무 추워서 영국 날씨를 실감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 부슬부슬한 비였다. 우산을 쓸 수도 없고 오는 지도 긴가민가한 비가 왔다. 그래ㅐ도 추워... 좀 버티다가 결국 둘다 지하철을 탔다. 휴스턴에서 갈라져 은지는 숙소로 가고, 나는 공연 보러 Chalk Farm으로.
공연 장소인 클럽 Barfly자체는 찾기 어렵지 않았는데, 막상 공연 시작시간도 모르겠고(우와) 술한잔 사 마실 돈도 없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외국에서 시간 죽이기 쩔음. 골때리는 게 mp3건전지도 딱 떨어진 참이었다. 그냥 지하철 타고 돌까 하다가 이것도 영 귀찮아서...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영국 지하철 그동안의 유럽 지하철 중 중하위권 수준. 체코,빈>독일>런던>이탈리아>프랑스 정도? 이탈리아 지하철은 역도 어둡고 무서웠고, 프랑스는 그냥 더럽고. 체코나 빈은 진짜 깨끗했고... 런던지하철은 한 여름에 안타서 다행. 에어컨 그런 거 없고 좁고 광고에.. '더위를 피하는 법' - 물을 갖고다님, 더우면 타지 않는다 이딴 게 적혀있어서 어이가 없었다. 웃기긴 했음...
여행의 마지막의 마지막. 아빠 선물 못산 게 안타까움. 백화점이 안 보였음. 면세점을 노릴 뿐... (이거 버스정류장에서 쓴 건데 점점 센치해지네ㅋㅋㅋㅋㅋㅋ) 빗방울이 굵어지니 우울해짐. 공연이고 뭐고 숙소가서 잠이나 잘까 이생각을 천번쯤 함. 그래도 아까워서 기다렸다.
기다려서 공연 시작 쯤 들어갔더니... 으아, 공연 7파운드야! 나 집에 어떻게가..? 이러고 있다가 에라 나중에 생각하자 하고 돈을 내버렸다. 하하. 카드가 날 돕겠거니... 공연은 세 밴드. Ryco Saints + Foxtrot Bravo + Zemitones. Ryco Saints가 메인, 나머지 밴드가 서브인 느낌이었다. 메인 밴드가 45분 공연하고, 나머지 밴드들은 30분씩 공연. 공연 간 15분식 정리타임이 있었다. 공연이 재밌긴 했는데.. 어 혼자라 약간 민망했음. 구석에 처박혀서 봄. 난 공연 볼때 즐기는 거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작은 극장에 다 지인들이 온거같은 분위기라ㅜㅜ
첫 시작은 Zemitones. 개인적으로 세 밴드 중 가장 좋았다! 보컬이 라티노? 아무튼 백인은 아니었는데 이름이 크리스토퍼인듯. 사람들이 이름을 막 부름ㅋㅋ 혼자 무대에서 잘 놀고 그루브 쩌는 사람이었다. 다른 셋은 그냥 그랬는데 워낙에 노래가 신나고 보컬이 재미있어서 공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씨디 사고 싶었는데 공연 끝나고 드러머가 일일이 말걸며 팔긴하더라. 근데 나한텐 말 안걸었어.....
두번째로는 Foxtrot Bravo. 노래는 사실 그닥 내 취향이 아니어서 좀 지루하게 봤다. 그래도 되게 열심히 하는 느낌. 기타와 베이스가 나이가 좀 있어보였는데 공연대 활발하게 뛰놀더라. 제일 놀란건 보컬. 공연 전엔 그렇게 수줍어 보이던 여자가 공연 시작과 동시에 돌변. 무대 체질이신듯... 연극 하면 잘하겠다 싶었다.
마지막이자 메인이었던 Ryco Saint는 처음에는 보컬이 누군가 헷갈렸다. 왼쪽에 있던 기타가 노래를 부르길래... 결국에는 가운데 있던 애가 제일 부르긴했는데, 기타도 1/3은 노래한듯. 보컬이 털없는 애덤 리바인 같았다... 잘생겼더라. 근데 난 웃긴게 기타 목소리가 더 좋았음. 취향이시여. 노래가 확 취향은 아니었고 보컬이 얌전해서 썩 즐기진. 드러머가 뭔가 카사비안의 이안 생각남.
베스트는 제미톤즈. 나쁘진 않은 공연이었는데 내일 차비는 어쩐다...!
저녁에 돌아와서 런던 브릿지 보려고했는데 은자도 자고 있었고 나도 피곤해서 그냥 잠. 뭐 이런 년들이 다있지.
소비금액: 원데이 트래블카드 5.60파운드
인터넷 2파운드
CD 28파운드 (보더스 15파운드, HMV 13파운드)
분실 10파운드
코카콜라 1.39파운드 (은자가 잔돈 0.03파운드를 줌)
점심 27.51파운드 (아마도 반씩 부담)
저녁 5.97 파운드 (오렌지 주스 1.02파운드x2, 오렌지 탄산음료 0.80파운드, 오렌지 0.49파운드x2, 샌드위치 2.15파운드)
공연 7파운드
총 금액: 70.685파운드 (지만 이렇게 잔돈이 나왔을린 없고 뭔가 적어둔게 틀림)
8월 11일 수요일. 영국 런던.
아침부터 비행기 타러 가야해서 별로 쓸 건 없고, 마트에서 뭐 사려다가 안샀고. 지하철은 기계에서 카드 긁음. 피카딜리 라인 타고 히드로 공항으로 감. 면세점에서 초콜렛 삼. 잔돈처리용. 아빠 기념품을 드디어 샀다. 지갑. 카드 긁음... 아놔. 구찌가 너무 예뻤는데 사십만원ㄷㄷㄷ 바로 튀어나옴. 엄마랑 비슷한 가격대로 지갑 샀고, 동생꺼는 로션 하나 사옴. 안사려다가 불쌍해서...
8월 12일 목요일. 한국 도착.
비행기에서는 놀랍게도 안잤다. 자는게 더 피곤한 케세이 퍼시픽 의자인지라, 드라마랑 영화 줄줄히 보면서 견뎌냄. 그리고 홍콩에서 한국 오는 비행기에서는 기절. 공항에서 은자와 무사히 여행을 끝냈노라고 포옹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 천국...
집에 오니 엄마가 왜 내건 안사왔냐고 함. 그건... 제가 집에오자마자 씨디를 빼서 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엄마는 내가 컵받침 하나 내껄로 사온줄알고 슬퍼함. 죄송합니다... 하지만 가격을 알면 절 패실 걸 알기에 저는 모든 것을 비밀로 묻어두겠습니다.
여행 돌아보기
간단한 유럽여행 감상은... 그냥 한줄로 표현하면 좋았다. 나로서는 이십 몇살이나 먹어서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었다. 이거 가려고 얼마나 아르바이트를 했던가ㅠㅠ.... 대차게 벌어서 완전 탈탈 털고 왔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냥 놀고 온 것 뿐이었지만 이 또한 내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
유럽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느낌. 개성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즐거웠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말을 해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길을 많이 잃은 것도, 대책없이 외국을 돌아다니며 실수한 일들도, 은자와 싸움 비슷한 것을 한 것도, 그만치 집이 그리웠던 것도, 부모님과 낯부끄러운 문자를 주고받은 것도, 다 처음이었다. 모두 내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었다.
사실 가기 전에는 좀 거창하게, 아 가서 뭔가 느끼고 미래를 열어야지. 하는 같잖은 마음이 있었는데 거기까진 물론 아니고, 새로운 세상을 본다는 점에서는 좋았다. 재미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다. 서울에 돌아왔을 때 크게 달라진 건 없었고, 크게 불편할 것도 없었지만.. 아쉬운 건 사람들이 가진 여유로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거. (뭐 이렇게 말해도 난 타인의 부지런함은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만.) 공원에서 한가로이 점심을 먹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런다.
내가 어떤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프랑스나 독일에서 살고 싶었다. 인상이 굉장히 좋았던 두 나라였다. 심지어 독일은 거기서 그런 고생들을 했는데도 별로 나쁘지 않았다. 체코는 기대도 안했는데 인상이 좋은 편이었고,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 이탈리아는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내가 여행 때 날씨를 탄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위스는 막상 큰 기억이 없다. 몹시 아팠고 지쳤다는 게 기억난다. 그냥 너무 깔끔하고 동화책 같아서 좀 재미가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는 예상치 못하게 최악이었고... 영국은 그냥 영국이었다. 여행 중 만났던 남아공 아저씨가 말했던 것처럼 another big city였다. 하지만 내가 여행 막바지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게 더 많았을 것 같다.
이 여행 계획은 짜는데 공을 들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더 찾아본 자료도 없고, 여행 자체도 플래너의 계획에 따라 잤고 거기서 갈 건 책에서만 대충 짚어서 갔으니까. 사진도 뒤로 갈수록 지쳐서 찍지를 않았다. 돌아와서 많이 후회를 했기에 내가 스웨덴 여행을 갔을 땐 더 섬세하게 계획을 짰던 것 같다. 사진도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 들고. 뭐 남들이 보기엔 뭐 저런 여행이 다있냐, 싶은 여행이었지만 나 스스로는 배운 것도 많았고 느낀 것도 많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내겐 더 남은 시간이 있으니까.
여튼 좋았다고. 또 가고 싶다. 또 다른 나라들을, 많이. 난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오히려 방구들에 누워있는걸 사랑하지만... 한 번 갔다 오고 생각이 많이 바뀐 편이다.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내 사주보고 너 역마살있다ㅋㅋㅋ 했을때 뭥미-_-ㅋㅋ 나같은 사람한테 말이 됨? 그랬었는데. 어.. 이젠 조금 말이 되는 것 같기도.
즐거웠습니다. 같이 여행해줬던 은자에게 정말 감사함. 은자가 없었으면 내가 첫 여행을 어떻게 했을 지 상상도 안간다. 우리 둘다 서로를 배려하며 여행했지만, 내가 좀 변덕이 심해서 더 까탈스럽고 롤러코스터같은 기분을 보여줬으니까. 사.. 사.. 좋아한다구ㅎㅎ
이걸로 여행기 끝! 쓰느라 지겨웠다!
유로라인은 버스라 화장실도 못가고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 동안 불평을 쏟아냈던 야간열차가 그리워 질줄은 몰랐다.기사가 굉장히 불친절했다. 초반부터 아예 작정하고 여기는 레스토랑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는 기사였다. 성격 말 다했지(..) 버스타고 이동하다가 계속 깨야 했다. 입국심사 하느라고 깨고, 버스 채로 페리 안으로 들어가고 이동해서 가는건 알고 있었는데, 페리 도착해서는 페리 안에 또 내려야 했다. 소파를 찾아 헤매다가 거기서 잠깐 잤다. 페리는 두시간 반 정도 탄 듯. 거의 두시간 간격으로 깬 셈이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런던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은 아침 여섯시 반. 어쩌자는거임...?
원데이 트래블 카드
이거 그냥 신호등 앞에 있는 표시기? 인데 신기해서...
숙소에 짐을 두고 다시 빅토리아 역으로 이동. 버킹엄 궁전 보려고... 아홉시 반 쯤 버킹엄 도착. 전시하는거 들어가려고 표사려고했더니, 직원이 근위병 교대식 보고 사는게 나을거래서 그거 보러 감.
근위병 교대식!
열한시 반 쯤 시작하는 교대식이지만 사람들이 좀 있었다. 고 앞에 뻗어서 잠시 잤다(...) 열시 반 쯤부터 제대로 기다린 셈이었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져 있었음. 인파 속에서 치이고 밀치고 기다리다보니 근위병 교대식 시작. 사실 초반에 반복 동작이 많아서 나중엔 지겨워졌다. 군악대 나오면서 그나마 좀 즐겁게 봄. 사람들 때문에 진빠지고 워낙에 지친터라 그냥저냥 본 듯. 그 와중에 옆자리 외국 여자애랑 싸울 뻔. 은자한테 걔가 자꾸 민다고 시비걸어서ㅡㅡ 여기있는 사람 다민다고 말했더니 입다물더라. 아니 애당초 우리가 민것도 아니라고... 거기서 안미는 사람이 어딨어 사방간데서 밀어대는데..ㅡㅡ
버킹엄 여왕의 전시관인지를 보러가야했지만 너무 배고파서 그냥 일찍 빠짐. 내일 은자만 보기로. 나는 어차피 전시물 관심없어.
아직도 이 건물이 뭔지 모르겠어
공원 가로질러 걷다 보니 트라팔가 광장에 갔는데 사자가 아주 큰 거 말고는 그닥 인상적인 것도 없었다...
점심은 레스턴 스퀘어 근처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먹었다. 싸다고 광고하더니만 결국은 한사람당 1.50 파운드의 팁이 강제로 붙는다. 별로 해주는 것도 없더만....? 그냥저냥 깔끔한 음식점. 간이 맞는다는 거 정도가 봐줄만한 부분이었다. 특별히 실망하진 않았고 그냥 서비스비용 안포함 되었다고 크게 찍은 영수증이 웃겼음.
점심 먹고 대망의 타워 레코드 찾기가 시작되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거다. 자신의 길찾기 능력을 이미 믿지 않았기에 내가 못찾는 것이겠거니.. 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으며 직원에게 타워 레코드를 물었는데, 그런거 모른대서 헐... 근데 뒤에서 기다리던 여자분이 타워레코드 없어졌다고 말해줌. 또 헐... 제일 크다며... 그래도 근처에 HMV 큰데가 있어서 거기 갔다. 들어가자마자 춤을 추었다. 은자 말로는 여행 중 네가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처음봤다고.
들어가자마자 씨디를 막 골랐다. 킹스 씨디 여기는 박스셋에 더 싸서 울뻔. 네덜란드에서 내가 왜샀지.. 그래도 다른 씨디들 할인하는거 참 많아서 진짜 막 골랐다. 내거 열장 정도 고르고, 친구들 사다줄 거 문자해가면서 고르고. 친구들 건 따로 돈 받을거라서 카드로 긁음. 쇼핑 다하고 나서 진이 빠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걷기는 참 많이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는데 타자마자 무슨 이상한 나라에 빠진 줄 알았다. 그리스 인이니 잭 스패로우 선장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잔뜩 타고 있었음. 너무 놀랐는데 알고 보니 연극배우들. 그 중 한명이 와서 말걸었는데 걘 또 호주애였다. 연극 하려고 영국 왔다고... 뭔가 웃기는 사람들이었음. 걔 뭔가 말은 많이 했는데 말을 반정도밖에 못알아들어서 아쉬웠다. 즐겁게 사는고나.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짐.
숙소는 참 깨끗하고 좋았다. 뭔가 위트 있는 숙소였다. 화장실 갔더니 네가 배낭여행중에 아름다울 수 없을 거라고 누가 그래? 블론드는 멍청하지않아, 나는 블론드지만... 뭐 이런 문구로 벽이 장식되어 있었다. 여자용 숙소라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귀여웠다. 하지만 난 씻지도 않고 저녁 여섯시 반에 그대로 뻗어버렸다.
소비금액: 원데이 트래블카드 5.60파운드
점심 12파운드
CD 35파운드
아이스크림 3파운드
음료+물 1.8파운드
총 금액: 57.40파운드
8월 10일 일요일. 영국 런던. (이 날의 사진들은 모두 은자가 찍은 것. 나는 카메라를 아예 놓고 나갔다.)
일찍 일어남.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지(..) 아침은 좋았다. 주스도 빵도 맛있었다. 은자는 일찍 버킹엄의 영국 여왕 물품 전시하는거 보러가고, 나는 샤워하고 뒹굴거렸다. 열두시 반에 토튼햄 코트 역에서 보기로 함. 샤워 후 느긋함을 즐기다 1층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넷 해야지 하면서 내려갔다. 무려 2파운드. 하지만 아깝지 않아! 이러면서 신나서 컴퓨터를 켰는데 헐... 한글이 깨져.... 아무리 해도 안되길래 결국 포기. 이게뭐야. 홈페이지에 글만 쓰고 포럼 좀 돌다가 방에 다시 올라가려는데 어... 카드키가 없다?! 두고 내려온 거였다. 아놔. 엄청 당황해 있다가 리셉션하는데 내려가서(건물이 따로 되어있다) 민망하게 말했다. 직원이 따라와서 문열어줌. 죄송합니다...
이걸로 끝났으면 좋았는데 난 이와중에 은자한테 "쟈기 나 카드키 두고나왔어ㅠㅠㅠ" 이러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은자 아버님에게서.... "문자 잘못보내셨습니다"라고....OTL 당황해서 번호도 잘못 누른거였음. 아놔. 죄송합니다 아버님.. 전 이상한 여자가 아니에요...
열시 반쯤 토튼햄으로 출발. 은자를 기다리는 새 Borders라는 서점, 비디오, 음반 가게를 찾아 나섰다. 근데 런던 역 출구 번호 없어서 막.. 모든 방향으로 나가서 찾고 돌아오고 찾고 돌아오고 이걸 세 번이나 반복해서 찾았다. 여기서 씨디 세 장을 더 사고 행복해짐...
은자를 무사히 만나서 밥을 먹으러 감. 가기 전에 슈퍼에서 체리콜라 샀는데 너무 맛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파나? 넘 좋았다. 밥먹으러 간 곳은 그냥 지나가다 본 인도음식 카게. 맛있었다. 입맛에도 맛고 그냥 맛있었다... TAS레스토랑 이라는 덴데ㅋㅋ 좋았음. 그리고 계산을 하다가 내가 십파운드 잃어버린걸 깨달음. 오늘 사고의 연속... 보더스에서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어디 흘린 모양. 씨디 두 장 살 돈을 잃었네ㅠㅠㅠ 하면서 울며 대영 박물관으로 갔다.
이게 대영 박물관인지 이집트 박물관인지(...) 그리스는 심지어 파르테논 신전을 그대로 쪼개와서 놀랐다. 불쌍한 이집트와 그리스. 박물관에 관심없는 나이기에 대충 봤다. 어차피 질릴만큼 본 박물관. 여긴 그래도 무료라서 다행이었지... 무료 아니었으면 안갔을 것 같다. 둘째 날 내가 얼마나 막장이었냐면 사진기도 안들고 나감. 우왕ㅋ
대영 박물관 보고 쇼핑을 하겠다고 옥스퍼드 서커스로 이동. 결론은 길을 잃고(...) 다시 토튼햄 코트로 돌아왔다. 토튼햄 코트 가는길에 또 HMV가 있길래 또 들러서 울면서 씨디를 삼. 친구 줄 씨디를 어제는 못찾았던 거 여기서 찾아서 또 사고. 그리고 토튼햄에서 워렌 스트리트까지 걸어갔다. 도중에 슈퍼마켓에 들러서 저녁거리를 삼. 남은 돈이 정말 적어졌다. 딱 저녁에 공연 볼 돈이랑 차비만 빼고 다 쓴 셈이었음.
밥먹으러 그린파크 갔다가 20펜스 주음. 웃겼다. 하이드 파크에서 쉬다가 너무 추워서 영국 날씨를 실감했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 부슬부슬한 비였다. 우산을 쓸 수도 없고 오는 지도 긴가민가한 비가 왔다. 그래ㅐ도 추워... 좀 버티다가 결국 둘다 지하철을 탔다. 휴스턴에서 갈라져 은지는 숙소로 가고, 나는 공연 보러 Chalk Farm으로.
공연 장소인 클럽 Barfly자체는 찾기 어렵지 않았는데, 막상 공연 시작시간도 모르겠고(우와) 술한잔 사 마실 돈도 없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외국에서 시간 죽이기 쩔음. 골때리는 게 mp3건전지도 딱 떨어진 참이었다. 그냥 지하철 타고 돌까 하다가 이것도 영 귀찮아서...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영국 지하철 그동안의 유럽 지하철 중 중하위권 수준. 체코,빈>독일>런던>이탈리아>프랑스 정도? 이탈리아 지하철은 역도 어둡고 무서웠고, 프랑스는 그냥 더럽고. 체코나 빈은 진짜 깨끗했고... 런던지하철은 한 여름에 안타서 다행. 에어컨 그런 거 없고 좁고 광고에.. '더위를 피하는 법' - 물을 갖고다님, 더우면 타지 않는다 이딴 게 적혀있어서 어이가 없었다. 웃기긴 했음...
여행의 마지막의 마지막. 아빠 선물 못산 게 안타까움. 백화점이 안 보였음. 면세점을 노릴 뿐... (이거 버스정류장에서 쓴 건데 점점 센치해지네ㅋㅋㅋㅋㅋㅋ) 빗방울이 굵어지니 우울해짐. 공연이고 뭐고 숙소가서 잠이나 잘까 이생각을 천번쯤 함. 그래도 아까워서 기다렸다.
기다려서 공연 시작 쯤 들어갔더니... 으아, 공연 7파운드야! 나 집에 어떻게가..? 이러고 있다가 에라 나중에 생각하자 하고 돈을 내버렸다. 하하. 카드가 날 돕겠거니... 공연은 세 밴드. Ryco Saints + Foxtrot Bravo + Zemitones. Ryco Saints가 메인, 나머지 밴드가 서브인 느낌이었다. 메인 밴드가 45분 공연하고, 나머지 밴드들은 30분씩 공연. 공연 간 15분식 정리타임이 있었다. 공연이 재밌긴 했는데.. 어 혼자라 약간 민망했음. 구석에 처박혀서 봄. 난 공연 볼때 즐기는 거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작은 극장에 다 지인들이 온거같은 분위기라ㅜㅜ
첫 시작은 Zemitones. 개인적으로 세 밴드 중 가장 좋았다! 보컬이 라티노? 아무튼 백인은 아니었는데 이름이 크리스토퍼인듯. 사람들이 이름을 막 부름ㅋㅋ 혼자 무대에서 잘 놀고 그루브 쩌는 사람이었다. 다른 셋은 그냥 그랬는데 워낙에 노래가 신나고 보컬이 재미있어서 공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씨디 사고 싶었는데 공연 끝나고 드러머가 일일이 말걸며 팔긴하더라. 근데 나한텐 말 안걸었어.....
두번째로는 Foxtrot Bravo. 노래는 사실 그닥 내 취향이 아니어서 좀 지루하게 봤다. 그래도 되게 열심히 하는 느낌. 기타와 베이스가 나이가 좀 있어보였는데 공연대 활발하게 뛰놀더라. 제일 놀란건 보컬. 공연 전엔 그렇게 수줍어 보이던 여자가 공연 시작과 동시에 돌변. 무대 체질이신듯... 연극 하면 잘하겠다 싶었다.
마지막이자 메인이었던 Ryco Saint는 처음에는 보컬이 누군가 헷갈렸다. 왼쪽에 있던 기타가 노래를 부르길래... 결국에는 가운데 있던 애가 제일 부르긴했는데, 기타도 1/3은 노래한듯. 보컬이 털없는 애덤 리바인 같았다... 잘생겼더라. 근데 난 웃긴게 기타 목소리가 더 좋았음. 취향이시여. 노래가 확 취향은 아니었고 보컬이 얌전해서 썩 즐기진. 드러머가 뭔가 카사비안의 이안 생각남.
베스트는 제미톤즈. 나쁘진 않은 공연이었는데 내일 차비는 어쩐다...!
저녁에 돌아와서 런던 브릿지 보려고했는데 은자도 자고 있었고 나도 피곤해서 그냥 잠. 뭐 이런 년들이 다있지.
소비금액: 원데이 트래블카드 5.60파운드
인터넷 2파운드
CD 28파운드 (보더스 15파운드, HMV 13파운드)
분실 10파운드
코카콜라 1.39파운드 (은자가 잔돈 0.03파운드를 줌)
점심 27.51파운드 (아마도 반씩 부담)
저녁 5.97 파운드 (오렌지 주스 1.02파운드x2, 오렌지 탄산음료 0.80파운드, 오렌지 0.49파운드x2, 샌드위치 2.15파운드)
공연 7파운드
총 금액: 70.685파운드 (지만 이렇게 잔돈이 나왔을린 없고 뭔가 적어둔게 틀림)
8월 11일 수요일. 영국 런던.
아침부터 비행기 타러 가야해서 별로 쓸 건 없고, 마트에서 뭐 사려다가 안샀고. 지하철은 기계에서 카드 긁음. 피카딜리 라인 타고 히드로 공항으로 감. 면세점에서 초콜렛 삼. 잔돈처리용. 아빠 기념품을 드디어 샀다. 지갑. 카드 긁음... 아놔. 구찌가 너무 예뻤는데 사십만원ㄷㄷㄷ 바로 튀어나옴. 엄마랑 비슷한 가격대로 지갑 샀고, 동생꺼는 로션 하나 사옴. 안사려다가 불쌍해서...
8월 12일 목요일. 한국 도착.
비행기에서는 놀랍게도 안잤다. 자는게 더 피곤한 케세이 퍼시픽 의자인지라, 드라마랑 영화 줄줄히 보면서 견뎌냄. 그리고 홍콩에서 한국 오는 비행기에서는 기절. 공항에서 은자와 무사히 여행을 끝냈노라고 포옹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 천국...
집에 오니 엄마가 왜 내건 안사왔냐고 함. 그건... 제가 집에오자마자 씨디를 빼서 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엄마는 내가 컵받침 하나 내껄로 사온줄알고 슬퍼함. 죄송합니다... 하지만 가격을 알면 절 패실 걸 알기에 저는 모든 것을 비밀로 묻어두겠습니다.
여행 돌아보기
간단한 유럽여행 감상은... 그냥 한줄로 표현하면 좋았다. 나로서는 이십 몇살이나 먹어서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었다. 이거 가려고 얼마나 아르바이트를 했던가ㅠㅠ.... 대차게 벌어서 완전 탈탈 털고 왔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냥 놀고 온 것 뿐이었지만 이 또한 내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
유럽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느낌. 개성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어서 즐거웠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말을 해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그렇게 길을 많이 잃은 것도, 대책없이 외국을 돌아다니며 실수한 일들도, 은자와 싸움 비슷한 것을 한 것도, 그만치 집이 그리웠던 것도, 부모님과 낯부끄러운 문자를 주고받은 것도, 다 처음이었다. 모두 내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었다.
사실 가기 전에는 좀 거창하게, 아 가서 뭔가 느끼고 미래를 열어야지. 하는 같잖은 마음이 있었는데 거기까진 물론 아니고, 새로운 세상을 본다는 점에서는 좋았다. 재미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다. 서울에 돌아왔을 때 크게 달라진 건 없었고, 크게 불편할 것도 없었지만.. 아쉬운 건 사람들이 가진 여유로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거. (뭐 이렇게 말해도 난 타인의 부지런함은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만.) 공원에서 한가로이 점심을 먹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런다.
내가 어떤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프랑스나 독일에서 살고 싶었다. 인상이 굉장히 좋았던 두 나라였다. 심지어 독일은 거기서 그런 고생들을 했는데도 별로 나쁘지 않았다. 체코는 기대도 안했는데 인상이 좋은 편이었고,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 이탈리아는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내가 여행 때 날씨를 탄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위스는 막상 큰 기억이 없다. 몹시 아팠고 지쳤다는 게 기억난다. 그냥 너무 깔끔하고 동화책 같아서 좀 재미가 덜했을지도 모르겠다. 네덜란드는 예상치 못하게 최악이었고... 영국은 그냥 영국이었다. 여행 중 만났던 남아공 아저씨가 말했던 것처럼 another big city였다. 하지만 내가 여행 막바지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게 더 많았을 것 같다.
이 여행 계획은 짜는데 공을 들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더 찾아본 자료도 없고, 여행 자체도 플래너의 계획에 따라 잤고 거기서 갈 건 책에서만 대충 짚어서 갔으니까. 사진도 뒤로 갈수록 지쳐서 찍지를 않았다. 돌아와서 많이 후회를 했기에 내가 스웨덴 여행을 갔을 땐 더 섬세하게 계획을 짰던 것 같다. 사진도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 들고. 뭐 남들이 보기엔 뭐 저런 여행이 다있냐, 싶은 여행이었지만 나 스스로는 배운 것도 많았고 느낀 것도 많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내겐 더 남은 시간이 있으니까.
여튼 좋았다고. 또 가고 싶다. 또 다른 나라들을, 많이. 난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오히려 방구들에 누워있는걸 사랑하지만... 한 번 갔다 오고 생각이 많이 바뀐 편이다.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내 사주보고 너 역마살있다ㅋㅋㅋ 했을때 뭥미-_-ㅋㅋ 나같은 사람한테 말이 됨? 그랬었는데. 어.. 이젠 조금 말이 되는 것 같기도.
즐거웠습니다. 같이 여행해줬던 은자에게 정말 감사함. 은자가 없었으면 내가 첫 여행을 어떻게 했을 지 상상도 안간다. 우리 둘다 서로를 배려하며 여행했지만, 내가 좀 변덕이 심해서 더 까탈스럽고 롤러코스터같은 기분을 보여줬으니까. 사.. 사.. 좋아한다구ㅎㅎ
이걸로 여행기 끝! 쓰느라 지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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